내 집에 돌아온 기분
인생 첫 해외 생활 중, 첫 해외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어젯밤 싱가포르로 돌아왔습니다. 내 나라가 아닌 곳에 내가 지낼 집이 있다는 게 좀 신기했는데, 2년 가까이 산 집 근처로 오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20년 가까이 사용한 침대 역시 날 반겨주었고요.
한국 출국 과정은 똑같습니다. 탑승 전 PCR Test 결과지, 싱가포르 입국 허가서, 싱가포르 신분증을 확인하고 짐을 부치는 게 끝이었습니다. 싱가포르 입국도 그리 번잡스럽지는 않았습니다. 탑승 전 확인한 서류 외에 Health declaration 했는지 확인하면서 입국 심사를 받습니다. 그 후 짐을 찾고 PCR 검사를 받으러 갑니다. 여기서 작은 소동이 발생했는데, 도착하면서 하는 PCR 검사에 대한 비용, 125불을 입국 허가를 받으면서 냈다고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 그 비용은 격리 해제 때 받는 PCR 검사라는 겁니다. 밤 10가 넘어 아이들이 졸고 있는 판이라 알았다고 하고 검사 비용을 결제하고 검사를 받았습니다. 어차피 검사를 두 번 하게 되어있는데, 이걸 왜 한꺼번에 받지 않는지도 이해되지 않네요. 아니면 둘 다 받지 말고 검사받을 때 내면 될 일인데 말입니다. 이걸 왜 입국하는 사람이 부담하는지도 이해는 안 됩니다. 입국 전 이미 검사를 받은 사람인데, 또다시 검사를 강요하면서 돈까지 받는 건 지나치다 생각이 들긴 하네요. 한국은 입국 후 받는 검사와 격리 해제 때 받는 검사 모두 돈이 들지 않습니다. 보건소를 방문하면 되거든요. 앞으로 국경을 조금씩 열면서 입국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혼잡을 어떻게 감당할는지도 모르겠네요. 이미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만 비행기를 탈 수 있으니, 한국 보건소에 해당하는 폴리 클리닉을 방문해서 검사를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격리할 때 사용할 위치 추적 시계를 착용했습니다. 이것도 불만이지만, 싱가포르 답다는 생각을 하고, 또 싱가포르 사는 외국인으로 다른 선택지는 없으니 착용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채우지는 않아 안심입니다. 나와 와이프만 착용을 했고, 이 시계에 딸려오는 라우터를 와이프 방과 아이들 방에 꽂아두었습니다. 그 라우터와 시계 거리를 보고 집을 벗어났는지 확인한다고 하더군요. 아직까지 관련 부서에서 연락이 온 건 없습니다.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전화가 오는 경우도, 혹은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이제 다음 주 초 다시 한번 검사를 받고 음성 결과가 나오면 격리가 해제된다고 합니다. 7일 격리는 14일 격리와 달라서 격리 해제 시점에 받는 검사 때 자가 차량도 이용 가능합니다. 물론 다른 곳을 들르면 안 되고 검사만 받고 집으로 돌아와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지요. 지금까지 총 5번 검사를 받았고, 이제 한 번만 더 받으면 되네요. 이렇게 검사로 지출한 비용만 대략 200만 원입니다. 이 돈을 들여갈 가치가 있냐 없느냐를 따질 상황이 아니었으나, 비용 지출이 큰 건 사실이네요.
지금 상황이 지속이 된다면 연말에도 한국에 갈 생각입니다. 한국 가서는 격리가 면제되고 싱가포르로 돌아와서는 7일 격리라면 그래도 할만할 것 같습니다. 욕심을 부려본다면 싱-독처럼 격리가 면제되는 상황이 되면 좋겠네요. 아무리 짧다고는 해도 격리는 격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