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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대표 Feb 18. 2022

아이 언어 교육 @싱가포르

아이들 한국어 실력이 늘지 않아 걱정스럽다


우리 아이들은 만 4세, 한국 나이로는 6세에 싱가포르에 왔다. 그전까지 한국에서 2년간 어린이집을 다녔고, 1년간은 유치원에 다녔다. 따라서 한글을 읽지는 못해도 말하는 데는 지장이 없는 상태에서 싱가포르에 오게 되었다. 이곳 유치원은 한국 나이로 4세부터 유치원이 시작된다. N1, N2, K1, K2 이런 식으로 학년이 올라간다. 아이들은 한국 나이로는 이미 6세여서 K1으로 현재 사는 곳 근처의 한 교회 유치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당연히 알파벳 하나 모르는 상태로 입학하였다.



입학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락다운으로 집에만 있는 날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2년 가까이 교회 유치원에 다니면서 아이들은 영어로 말하는 데는 지장이 없게 되었다. 아직 읽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영어를 듣고 영어로 말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매주 한국 싱가포르 국제 학교에서 운영하는 토요 한글학교에 보냄에도 불구하고, 한글을 아직 잘 읽지 못하고, 한국말 실력도 제자리 같았다. 유치원에서 중국어도 배우기는 하였으나, 국제 학교에 갈 수도 있고, 영어나 먼저 잘 시키자는 마음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로컬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싱가포르에 얼마나 살지는 모르겠으나 로컬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상 중국어를 해야만 하게 되었다. 학교 수업 시간의 거의 절반이 중국어 시간이기에 포기하기에는 아이들 시간이 너무 아깝다. 이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중국어 학원에 보내고 있고, 과외도 일주일에 한 번 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이들 숙제를 최소한 봐주기는 해야 할 것 같아 내가 중국어를 배우게 되었다. 혼자 할 수는 없어 1주일에 한 번 아이들과 같은 교과서로 온라인 과외를 받고 있다. 예전에 조금은 배웠던 게 있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과외 수업을 따라가고 있다.



이제 학교를 가기 시작한 게 한 달 반 정도, 아직은 아이들이 중국어로 말하지는 않는 것 같다. 수업시간에 알아듣기는 하고 있는지 아직 학교에서 특별히 연락받은 바는 없다. 아이들 영어 실력은 나날이 느는 것 같다. 거의 대부분 본인끼리는 영어로 이야기하고 있고, 나나 와이프에게 이야기할 때도 반 정도는 영어, 반 정도는 영어 단어를 섞어 한국어로 이야기한다. 아이들 중국어 학습이 심화될수록 한국어가 들어갈 틈은 점점 적어 보인다. 꾸준히 토요 한글학교에 보낼 생각이긴 하지만, 아이들 한국어가 걱정스럽다.



과거, 해외에 사는 지인 자녀들이 한국어를 잘 못하는 게 안타까웠고, 왜 부모가 노력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막상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니 과거 내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아이들 한국어 교육을 위해서는 아이들이 어떤 언어로 내게 이야기하던 나는 한국어로 답을 해주고, 영어 단어를 섞어 쓰면 한국어 단어로 알려주는 방법이 최선 같다. 또 한국어로 수업을 하는 예체능 수업을 듣게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아이들이 이곳에 온 지 2년이 갓 넘었을 뿐인데 아이들 한국어 실력을 걱정하고 있는 게 아이러니하다. 물론 아이들이 이곳 로컬 초등학교에 잘 적응 잘하기 위해 중국어도 신경을 써야겠지만, 한국어 역시 신경을 써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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