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예전처럼 사업하다 가족이 거리에 나 앉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법인에 대한 연대보증 책임이 대표에게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대표의 책임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결과에 대한 책임이 오롯이 대표의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잘되면 직원 덕분, 잘못되면 대표 탓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회사가 잘 되면 그게 대표가 다 잘해서는 아니다. 하지만, 회사가 잘 못 되면 그건 대표가 못한 거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까진 좋은데, 스트레스가 벌써부터 스믈스물 올라와서 걱정이다. 이게 지금 회사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고 일하고 있는지라 아무래도 나 자신이 예민해져 있는 듯하다. 하물며, 아이들이 공연히 덥다고 짜증을 내면 나도 덩덜아 너무 짜증이 난다. 뜬금없이 일어난 사고 때문에 차가 밀려도 엄청나게 짜증이 난다.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일이다.
곰곰이 그 이유를 생각해 봤다. 아무래도, 이런 거 같다. 창업 초기,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불안함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회사를 운영하다 실패하는 건 두렵지 않다. 가장 두렵고 하고 싶지 않은 건, 회사 운영을 어찌할 줄 몰라 실패하는 것이다. 뭐라도 실행에 옮겼고, 잘못된 판단 혹은 행동으로 실패를 했다면 최소, '아 이러면 실패하는구나'라고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뭘 할지 몰라 허둥대거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해 실패를 한다면, 배움의 기회도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건 루틴인 것 같다. 하루하루 늘 100점짜리로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최소 낙제점수, 60점은 모면할 하루의 루틴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하나, 둘씩 뭔가를 얹어서 100점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 루틴의 시작은 늘 운동이다. 오늘은 트레드밀을 45분간 탔고, 어제는 근력운동을 40분 정도 했다. 그다음에는 독서, 그리고 그다음에는 지인들과 짧게라도 소통하는 것이다. 그래도 답답할 땐 지금처럼 글을 쓴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 "From Start-Up to Grown-Up: Grow Your Leadership to Grow Your Business"에서 책의 첫 부분이 "Managing You"여서 적잖이 놀랐다. 그런데, 실은 창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대표인 나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걸 몸소 느끼고, 깨달아 가고 있다. 진부한 이야기다. 어렵고 힘든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말을 하는데, 과연 그 말이 헛된 말은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