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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창업 - 불완전함을 넘어, 현실이 되는 생각들

by 정대표

어제 작은 소동이 있었다. 도착해야 할 제품이 대만에 오지 못해 고객 PoC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대체품이 있긴 하지만 성능은 원래 준비했던 것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창업자로서 고객 앞에서 완벽한 준비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늘 크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었다. 다만 지금 할 수 있는 건 직원이 마련한 대안을 믿고, 고객과 솔직하게 상황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한계 속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움직여주는 직원들을 보며, 결국 회사를 버티게 하는 힘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임을 새삼 느꼈다.



한편으로는 프리-A 라운드를 대비해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시장 전략, 세일즈 목표, 제품 개발 로드맵까지 점점 더 풍부해지고 명확해졌다. 처음 창업을 했을 때는 불확실성이 더 컸고, 방향이 모호하다는 불안감도 많았는데, 지금 돌아보니 지난 1년이 헛되지 않았다. 작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결국 생각을 다듬고, 회사가 가야 할 길을 더 뚜렷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이 두 경험은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사건이지만, 내게 같은 깨달음을 준다. 회사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변수에 흔들릴 수밖에 없고, 동시에 그 흔들림 속에서 생각이 정리되고 현실이 만들어진다. 중요한 건 모든 변수를 없애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도 신뢰할 사람을 믿고, 내가 세운 목표와 비전을 놓지 않는 것이다.



창업자이자 창작자로 산다는 것은 결국 이런 과정을 받아들이는 일 같다. 불안과 불완전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속에서 작은 아이디어와 생각이 점차 현실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 그 경이로움이야말로 이 길을 계속 걷게 하는 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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