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가 지났다. 한국은 개천절, 추석, 한글날이 이어져 10일이 넘는 연휴였고, 대만도 짧지만 추석을 지냈다. 안타깝게도 내가 거주하는 싱가포르는 추석이 휴일이 아니다. 덕분에 나 역시 한국 연휴 기간에는 가벼운 마음을 가지려 노력했다.
연휴가 끝나자 드디어 첫 세일즈가 일어났다. 창업 후 1년 반 만이다. 두 곳의 세일즈 파트너에서 하드웨어 샘플 오더가 들어와 송금이 진행 중이다. 그중 한 업체는 우리 소프트웨어를 보고 추가로 하드웨어 10대와 소프트웨어 2카피를 주문하려고 대기 중이다.
따라서 이번 달 목표가 명확해졌다. '이런 제품입니다' 소개용 프로토타입 수준이었던 소프트웨어를 판매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 완벽함을 기하려다 세일즈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시간이 촉박할 수 있지만 팀을 밀어붙여볼 생각이다.
세일즈를 일궈낸 직원도 대단하지만, 함께 준비한 제품 개발 담당과 기획 담당 직원도 대견하다. 그리고 이제 중요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세일즈 파트너의 요구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하드웨어를 함께할지 소프트웨어만 집중할지 곧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하드웨어를 함께하면 세일즈 금액이 커지고 고객 락인 효과가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다만 지역 확장에 시간이 걸린다. 나라마다 다른 하드웨어 인증 문제와 애프터 서비스 이슈 때문이다. 반면 소프트웨어만 집중하면 지역 확장이 비교적 쉽지만, 세일즈 금액은 하드웨어 대비 낮을 수밖에 없다.
이제 물꼬를 텄으니 확장을 어떻게 해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연간 20~30억 원 수준의 매출까지는 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하지만 이를 10배, 100배로 키우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그림이 필요하고, 또 다른 경험이 필요하다. 물론 그때 가면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하지만, 이를 대비해 꾸준히 생각하고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그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첫 세일즈는 시작일 뿐이다. 지금부터는 이 작은 성공을 어떻게 반복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어내느냐가 진짜 승부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