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노릇보다 가족 노릇을 해 보면 어떨까?
만 4살, 싱가포르 나이로 5살, 학년으로 K1 쌍둥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번 금요일에 나왔던 조치는 충격적이었다. 유치원까지 문을 닫는다니... 헬퍼는 있지만, 나와 와이프 모두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아이 둘을 모두 집에서 끼고 있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번 주까지 3시간뿐이었지만 유치원에 아이들이 가기 때문에 그 시간만이라도 일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없게 되었다. 이를 어쩐다...
게다가 우리 아이들 특히 서은이가 말을 너무 듣지 않는다. 늘 짜증 내는 말투로 아빠 엄마에게 징징대기 일쑤고 뭐 하나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운다. 거기에 가끔이지만 새연이가 떼를 쓰기라도 하면 우리 집은 전쟁터가 된다. 서은이는 혼자 노는 시간이 짧다. 새연이는 곧잘 혼자 다 만들어 놓은 레고를 가지고 혼자 중얼중얼 대면서 놀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그것도 아니면 블록을 만들고 논다. 그러나 서은이는 가끔 혼자 책을 넘겨 보는 일은 있지만, 늘 엄마 놀자, 아빠 놀자를 반복하면서, 그게 잘 되지 않으면 울음을 터뜨린다. 평소에는 잘 참는 와이프까지 폭발해서 오늘은 서은이를 몇 번이나 혼냈다.
오늘 밤 새연이를 먼저 재우고 나 들어온 서은이를 재우면서 그런 이야기를 해줬다. ‘옛날에 서은 공주가 살았는데, 아빠 왕이 그렇게 얘기했데. 아빠 왕 말을 듣지 않으면 왕국을 물려줄 수 없데. 그러면 안 되겠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아빠 왕한테 착하게 굴어야 해요.’라고 답한다. ‘그럼 아빠 왕하고 두 가지만 약속하자. 첫 번째, 예쁘게 이야기하지. 둘째, 아빠 왕과 약속한 것 꼭 지키기’ 이렇게 이야기하니 이쁘게 ‘네. 그럴게요’ 하고 답을 한다. 그러나 내일 아침이 되면 어떨지...
나도, 와이프도 안다. 이 나이 아이들은 말은 멀쩡히 하지만 우리 같은 성인이 아니라는 걸.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바로 표현하는 아직 ‘어린’ 아이다. 혹시나 ‘훈육’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너무 엄하게 다루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앞으로 한 달, 다시는 온 가족이 24시간 붙어 있어야 하는데 훈육을 너무 강조하면 서로 지칠지도 모른다. 그래서 훈육자로서 부모가 아니라 동등한 가족 구성원으로서 부모 역할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단, 아이들이 원칙은 지킨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