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노력 없이 대학에 합격하고 싶다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엔 아직 뭣도 아니라 좀 부끄럽지만 나는 예체능 전공이다. 솔직히 공부가 싫어 예체능으로 회피한 전형적인 케이스다. 어중간한 성적으로 괜찮은 대학이 가고 싶었고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이 예대였지만 난 한가지 간과한게 있었다. 바로 입시전형은 매년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내가 예대에 가겠노라 하고 마음을 먹었을 당시만 해도 내신보다는 실기 위주였다. 하지만 점점 내신비율이 높아지더니 이제는 내가 지망하는 학교에 가려면 적어도 평균 2.5 등급은 받아야하는 지경에 이른것이다. 그렇게 막연한 걱정과 근거없는 자신감 그리고 약간의 희망을 가진채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느낀 점이 두가지가 있다. 바로 이제는 정말 입시가 코앞이라는 점, 그리고 이제껏 미루어왔던 영어를 이젠 정말 시작해야 될 때라는 점이었다. 초등학교 내내 만점을 받아왔던 영어실력은 중학교에 올라오면서 처참히 박살난지 오래였고 중학교 시절 내내 현실부정과 회피만 하다보니 나는 이제 초등 수준에 그치는 영어실력을 가진 고등학생이 되었다. 남들은 기본이 어느정도 잡혀있는데 나는 아예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불안감과 알게모르게 똘똘 뭉친 열등감으로 인해 나는 아직까지도 현실부정 중이다. 언어는 절대 단기간에 마스터 할 수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생기는 열등감은 아직까지도 해결못한 숙제로 남아있다. 그리고 몰랐는데 나는 남들보다 약간 잘나보이고 싶은 욕구가 좀 강한가보다. 못하는 과목을 억지로 부여잡고 끙끙대는 내 자신을 생각해보면 혐오감이 올라온다. 이러한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자기혐오도 톡톡히 한 몫을 하고있다.
하지만 요즘따라 생각이 점차 변화하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백번 천번을 생각해도 차라리 열등감을 느끼고 자기 혐오를 하는게 대학에 못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쉽게 질리는 성격임에도 미련이 남아 아직까지 어지저찌 붙잡고 있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실제 업무현장에 투입이 될 시 가장 열중하여 결과를 입증 할 자신이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절대 놓을 수 없는 것이 영상이었다. 이러한 영상을 계속하고 생계를 유지해나가려면 보다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고 그런 교육을 들을 수 있는 곳은 대학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한국은 학벌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그 분야 최고의 명문을 가야 그나마 밥 좀 벌어먹고 살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얻을 수 있다면 그까짓 자기혐오 좀 하고 열등감 좀 느끼면서 영어를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이 없다. 국어는 재미있다. 글을 쓰는 것도 재밌고 소설이나 시를 분석하는 것도 재미있다. 하지만 문법에는 정말 심각할 정도로 취약하다. 문학에는 자신이 있지만 비문학은 정말 지지리도 못한다. 한글로 이루어진 문법도 못하는 내가 과연 영어 문법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못하고 안돼도 어떻게든 되게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세운 첫 인생의 중대한 목표가 모두 무너지니까.
사실 그냥 아무런 노력없이 대학에 합격하고 싶다. 그럴 수 만 있다면 정말 어디 절에 올라가서 머리를 빡빡 밀고 중이 될 수도 있을것같다. 아무런 노력없이 영어를 마스터 하고 싶고 아무런 노력없이 대학에 가고 싶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할 바에는 차라리 로또 1등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비는게 더 현실성 있지 않을까. 내 영어 실력은 쓰레기다 원체 미루기를 좋아하는 성격에 정신산만해서 제자리에 잘 앉아있지도 않는다 노는걸 좋아해서 공부의 ㄱ자만 들으면 헛구역질이 나온다. 나름 암기에는 자신이 있고 배움도 빠르지만 그만큼 빨리 잊어버린다. 금붕어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런 내가 유일무이 안질리는 일을 하려면 노력이 필요한데 그래서 나는 내 열등감과 욕구를 누르고 영어공부를 시작하려 한다. 오늘은 그른 것 같으니 내일부터… 진짜로 할 것이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