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소망 그리고 희망

by 김병섭


사랑, 소망 그리고 희망


내가 초등학교 4학년 이였던 때의 이야기이다. 그 날은 가족끼리 여느 때와 같이 시간을 보내다가 할머니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아마 그 순간부터 나의 소중한 추억이 만들어지게 된 거 같다. 당시 할머니네 댁에는 토끼들을 키우고 계셨는데, 전화를 받자 할머니께서 토끼들이 아기토끼를 많이 낳았다고 보러 놀러오라고 말하셨다. 나와 동생은 워낙 동물을 좋아해 할머니의 전화를 받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당연히 가겠다고 했다.

토끼들이 어느정도 털이 보송보송하게 자랐을 때 즈음에 동생과 나는 할머니 댁에 갔다. 털이 보송보송하게 나온 아기 토끼들은 정말 너무 귀여워 와락 껴 안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 때부터 동생은 토끼를 집에 데려가자고 했다. 아쉽게도 그 날은 토끼만 보고 집에 돌아갔다. 집에 돌아간 후 그 날 부터 동생과 나는 하루종일 토끼 이야기만 했다. 찍었던 사진을 보는 둥 다른 숙제나 취미를 다 던져두고 계속계속 토끼 관련 자료를 찾고 키우는 법을 찾았다. 열심히 사전조사를 한 후 비장하게 부모님께 가 토끼를 키우게 해 달라고 몇날 며칠을 조르고 또 졸랐다. 아직 어린 나이였기에 비록 하는 말 이라고는 키우게 해 준다면 말을 잘 듣겠습니다. 이런 거 였지만 그래도 그 나이의 나 나름대로 열심히 졸랐나보다. 결국 토끼 두 마리가 우리 집에 오게 된 걸 보아하니. 부모님은 싫어하셨지만 그렇게 토끼들이 우리 집에 오고 우리는 토끼들을 베렌다에서 키우기로 결정했다.


우리 집에 온 토끼 두 마리를 동생과 내가 한 마리씩 맏아서 나는 소망이라고 지어주고 보살피고, 동생은 사랑이라고 지어주고 보살펴 주기로 했다. 토끼들이 어느정도 토끼들의 엄마랑 떨어질 정도가 되어서 우리 집에 왔는데, 그래도 아직 너무 작고 귀여워서 손을 데기에도 너무 소중했다. 소망이와 사랑이는 둘 다 하얀색 바탕에 검정 얼룩 무늬가 있고 등치는 소망이가 사랑이 보다 조금 더 컸다. 우리는 이 아이들이 얼마나 크게 될 지 두근두근한 감정을 가지고 열심히 키워보자 다짐을 했다. 토끼들이 오고 난 후 일주일 정도는 정말정말 똥도 우리가 다 치우고 엄마 말씀도 잘 듣고 토끼만 있으면 정말 모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똥 치우는 일 조차도 재미있고 귀여워 보였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후 토끼들이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어갔다.


하지만 그런 말을 아는가? 사람들은 일상의 소중함을 모른다. 맞다. 동생과 나는 처음에 그저 존재만으로도 좋고 행복했던 토끼들에게서 점점 단점을 느끼기 시작했다. 원래 단점이 한 번 보이면 끝이 없다. 그렇게 우리는 토끼들에게서 무신경 해져만 갔고 예쁘고 귀엽다. 에서 감상이 끝나게 되었다. 원래는 놀아주느라 바빴는데 친구들이랑 다시 만나기 시작하기도 했다. 토끼들의 뒷처리는 엄마에게 돌아가는 걸 보니 엄마가 저래서 키우지 말라고 하셨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사랑이가 나와 동생이 집에 없는 사이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너무 갑작스러워 울음도 나오지 않고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냥 이 현실이 꿈이면 좋겠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사랑이가 떠나고 난 후 나는 소망이에게 예전처럼 시간을 쏟아 부었다. 그 사이 동생은 희망이라는 토끼를 한 마리 더 데리고 왔고 그렇게 사랑이를 잃은 경험을 토대로 성심 성의껏 보살폈다. 원래 토끼들은 흙을 밟고 살아야 하는데 집에서는 그래주지 못해 걱정은 되었지만 그래도 내가 잘 돌보아 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몇 달 후 학교를 가는 날 아침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클레이를 잘못 먹은 건지 소망이가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엄마는 병원에 데려갈테니 나는 학교에 가라 하셨고 나는 그렇게 학교에 가서 집중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초초하게 시간을 보냈다. 소망이는 결국 내가 없는 사이 세상을 떠났다.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은 토끼는 원래 굴도 파고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동물이라 아파트에 살게 된다면 단명할 수 밖에 없다고 하셨다. 내가 외면했던 사실이 현실이였던 것이였다. 그 날은 정말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로 펑펑 힘이 다 빠지도록 울었다. 내 욕심이 부른 결과가 이렇게 참혹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일주일 정도 정신이 나간 상태로 살다가 문득 결심했다. 희망이를 풀어주기로. 사랑이와 소망이를 모두 보낸 이 시점에서 희망이 마저 잃는다는 건 다시 못 보는 것 보다도 끔찍하기 때문이었다. 동생에게 이 말을 하자 동생은 정말 속상해 하였다. 하지만 동생을 설득하고 설득하여 희망이를 할머니네 댁으로 돌려보내기로 하였다. 할머니는 그 사이 토끼를 더이상 키우지 않으셔서 할머니네 친구 분 댁으로 보내게 되었다. 그 곳은 살짝 멀었기도 하고 토끼를 풀어놓고 키우셔서 이제는 우리의 희망이가 아니라는 생각에 그 후 한 번도 보지 못하였지만 희망이가 그 산 속 자연에서 잘 살고 갔기를 바란다.


사랑이 소망이 희망이 모두가 나에게, 또 우리 가족에게 좋은 추억과 교훈을 남겨 주어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이 글을 빌려 전한다. 이 글을 읽는 각자의 인생에도 이러한 교훈이 남은 일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이상으로 사랑이 소망이 희망이의 가족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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