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

by 김병섭


돈까스


햇빛이 은은히 나를 감싸는 어느날, 문득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 집 가고싶다.” 라고 나는 얼마전 고등학교 입학 후 본 첫시험을 망치고 거기다 중학교때 알던 친구들도 거의 없었기에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 항상 공허한 마음에 혼자있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시끄러운 동네를 벗어나 강원도 인제에 있는 시골 할머니집에 가고싶어졌다. 할머니집은 텃밭이 있어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농사지은 싱그러운 상추, 딸기, 모과열매를 먹을 수 있다. 나는 할머니집의 행복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할머니집이 편안하고 좋다. 그래서인지 할머니집은 무언가 평화롭고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이런걸 바로 마법의 할머니집 효과 라고 하는 것 같다. 누구나 이 말을 듣는다면 당연히 할머니집같은 공간에서 살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1년 전 나는 아빠에게서 한가지 제안을 받았다. 할머니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였다. 그 당시에는 나는 그 제안을 망설임없이 거절하였다. 그 당시에는 지금과는 할머니집에 대한 느낌이 달랐다. 왜냐하면 그당시에는 친구가 인생의 전부였고, 힘들게 3년동안 만든친구를 놓기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세상에는 친구말고도 중요한 것이 많았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친한 친구들이 적은 새로운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니 잔인하게도 과거에 알던 주위사람들은 새학기에 적응하냐고 자신의 일에만 몰두한채 대인관계의 소중함을 점점 잃고 있었다. 나도 사실 이 현상을 경험했다. 불과 몇개월 전만 해도 다른 고등학교에 입학하더라도 연락하고 지내자던 친구들이 사라진 것이다. 처음에는 새학기 시작한지 일주일밖에 되지않았으니 일주일만 더 기다려보자.. 뭐 기숙사에서 나오면 찾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연락이 사라지자 조금은 초초해졌다. 중학교친구 다 소용없고 고등학교친구들이 평생친구라는 말이 이런건가 싶었다.


얼마후 시험공부를 하러 스터디카페에 갔다 중학교때 가장 친했던 남자사람친구 은*를 만났다. 스터디카페였기 때문에 인사만 하고 헤어져 아쉬운 생각이 들던 찰나 은*가 저녁으로 돈까스를 먹으러 가자해 넷이 함께 돈까스를 먹으러 갔다. 나혼자 다른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어 떨떠름한 기분이 들었다. 불과 1년도 아닌 몇개월 전만 해도 같은 교복을 입고 있던 친구들이 다른 학교라는 생각이 머리에 꽂혀 섭섭한 마음에 사실 돈까스도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리고 은*에게 한 이야기를 들었다. 은*도 고등학교 올라간 후 나에게 섭섭함을 느꼈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황당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나만 섭섭하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집에 온 후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섭섭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후회를 했다. 나는 친구들의 연락만 기다리고 내가 연락을 할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맨날 혼자 심각하게 생각만 한채 해결방법은 생각하지 않아 친구들에 대한 섭섭함만 늘어났던 것이다.


그날의 돈까스는 잊을 수가 없다. 친구들에게 섭섭함만 가득한채 돈까스를 먹었을때는 목이 막히고 답답하다는 느낌만 들었다. 하지만 은*에게서 말을 들었을때 지금까지 느꼈던 섭섭함이 사라지고 미안한 감정이 느껴지며 친구가 나를 잊은것이 아닌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에 안심이 되어 돈까스가 바삭하고 맛있게 느껴졌다. 지난 두 달동안 했던 고민이 시간낭비라는 생각도 들면서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은*에게서 말을 들은 후 은*와 더 돈독한 친구관계가 된것 같아 뿌듯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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