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틀면, 짧은 시간 안에 나만의 기억 속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음악을 틀면, 짧은 시간 안에 나만의 인생의 기억 속으로 멀고 먼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정말이지 음악은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켜 기억을 되살리기에 음악과 기억의 관계는 강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음악은 향수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종종 음악으로 추억을 기억하곤 한다. 음악을 들을 때 과거 추억과 그때의 공기, 분위기, 냄새를 다시 느끼는 경험을 한 적 있다.
꿈만 같은 여행이 끝이 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우연히 그 노래를 듣게 되었다. 설레는 여행이 끝이 났다고만 생각했는데 그저 평범하기만 한 어느 날 오후 3시쯤, 집에서 심심하고 따분한 마음에 랜덤 재생으로 틀어놓은 음악에서 그 노래가 나오자 신기하게도 그 노래의 피아노 전주가 들리자마자 비행기가 뜨던 그 순간의 공기와 분위기, 냄새, 내 감정 그리고 푸른 하늘의 광경, 그리고 여행 동안 차로 이동하던 순간과 제주도에서 봤던 아름다운 바다까지 다시 생생하게 떠오르기 시작하였고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되었다. 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제주도 여행을 위해 탔던 비행기 속 그 순간들과 여행하며 봤던 모든 것들, 그리고 내 감정들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이 흐릿하지 않고 선명하게 기억되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그날의 기억 속으로 순간 이동을 했다.
올 해 2월, 나는 엄마와 둘이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코로나 이후로 제대로 된 여행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을 정도로 오랜만에 가는 여행이라 굉장히 들떴다. 나는 평소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더군다나 날이 좋고 하늘이 예쁜 날에는 꼭 밖에 나가 산책을 하고 사진을 찍어 그날의 하늘을 기억하곤 한다. 나는 운이 좋게도 창가 자리에 앉게 되었고 비행동안 음악을 듣기 위해 이어폰을 귀에 꼽았다. 승객들이 모두 자리에 착석했고, 비행기는 이제 하늘을 날 준비가 다 되었다. 곧 비행기가 뜰 것이라는 생각에 내 마음은 어떤 비행기보다 들떴고 너무나 설레었다. 잠시 후 비행기는 한참을 달리다 드디어 바퀴는 땅에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고, 내가 낀 이어폰을 통해 내 귀에는 ‘Vanessa Carlton – A Thousand Miles’ 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노래 초반에 피아노 반주로 노래가 시작되는데, 창밖을 향한 내 눈에는 마치 그림과 같은 푸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비춰졌고, 점점 고조되는 음악은 설렘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그렇게 마치 꿈 속인 듯 행복한 비행이 끝나고 제주도에 도착했다. 제주도에서 3박 4일을 여행했다. 여러 곳들을 돌아다니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바다이다. 바다 보는 것을 좋아해서 자주 바다를 보러가는 편이었지만 제주도에서 본 바다는 근래 본 바다들 중,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 살면서 본 바다들 중 감히 최고였다 말할 수 있다. 날은 너무나 맑았고 바닷물은 너무나 파란 에메랄드빛을 띠었으며 하늘의 태양과 만나 반짝반짝 빛이 났다. 너무 아름다운 광경에 한동안 바다 앞에 앉아있었다.
또한 제주도는 4계절을 다 느껴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제주도 여행 동안 많고 다양한 계절을 느낄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내가 제주도에 갔을 때 하루는 봄처럼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 유채꽃이 핀 것을 보았고, 하루는 여름처럼 무지하게 더워 바다를 보았고, 마지막 날은 겨울처럼 눈이 펑펑 내려 뜨끈한 칼국수를 먹었다. 여행에서의 날씨는 매우 중요하다. 한 번 제주도를 갔을 뿐인데 다양한 경험을 한 것 같아 좋았다.
물론 여행 동안 차로 이동하며 종종 비행기가 뜨던 순간 나온 `A Thousand Miles`를 들으며 여행했다. 그 때 “아, 여행이 끝나고 다시 돌아갔을 때 이 노래를 듣게 된다면 이 순간들이 그립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이 순간이 그리워질 때 이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는 노래가 생긴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도 그 순간들이 문득 그리워질 때면 종종 그 노래를 들으며 기억하곤 한다. 나중에 또 다른 여행을 하게 된다면 그 때도 여행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