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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전하지 않으면 얻는 건 없어

나처럼 실패할거라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있다면.

by 김병섭

고등학교를 들어오기 전, 미래는 나와는 먼 다른 곳 얘기인 줄만 알았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서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허송 세월을 보내면서 점점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사람 같아서 자존감이 쭉쭉 내려가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3학년 때는 1학기 때부터 가고 싶은 고등학교를 생각 해 두었다. 나는 공부를, 기초를 잘 쌓아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일반고를 가서 대학을 준비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취업을 목표로 하는 특성화고를 알아보다가 미용과를 알게 되었다. 미용에 대해서 잘 아는 건 아니었지만 헤어 디자이너님들이 멋져 보였고, 그래서 미용과가 있는 인천생활과학고를 가고 싶었다. 처음 이루고 싶었던 목표가 생겼었다.


지금 생각하면 중학교 때 성적은 그렇게 낮은 성적이 아니어서 학교를 충분히 들어올 수 있었지만 자존감이 떨어져 있었던 터라 내가 붙을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중학교 3학년 2학기 때 성적을 올리고, 가산점을 받기 위해 준비해서 대회도 나가고 상을 받았다. 처음 생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작은 성취감을 느꼈었다. 봉사상도 있었고, 성적도 올려둬서 생활과학고에 붙게 됐다. 처음 목표를 이뤄서 정말 기뻤다. 혹시나 떨어질까 봐, 실망할까봐, 기대도 안하고 주위에도 부끄러워서 비밀로 하면서 불안해했었는데, 그런 게 무색할 만큼 내가 첫 목표를 이룬 성취감은 어마어마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들어와서 다시 1학년이 되었다.


1학년 때는 미용사(일반) 자격증을 따는 게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나는 1년 후 겨울방학 때 준비를 해서 1월 26일에 시험을 신청해서 실기를 보러 갔다. 고등학교 결과를 기다렸을 때처럼 시험 보러 가면서도 난 어차피 떨어져서 한 번 더 봐야한다고 시험을 보기 전부터 실패를 예정하고 갔다.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시험장에 가선 전혀 긴장하지 않아서 떨지 않았다. 시험을 보면서 열심히 했지만 자잘한 실수를 했다. 또 앞에 사람이 너무 잘해서 시험을 보고 나와서 내가 붙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학원 선생님께도 떨어질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선생님은 평소에 잘했으니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말씀하셨다. 나는 평소에 내가 연습한 결과물에 만족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칭찬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렇게 결과가 나오는 2월 10일이 오고 있었다.


선생님께서 떨어질 수도 있으니 9시에 결과를 확인하고 떨어지면 10시에 실기를 다시 신청하자고 하셨다. 결과 확인 당일에 나는 늦잠을 자는 바람에 점심 즈음에 일어나버렸다. 때문에 다시 신청을 놓쳐서 떨리는 마음으로 바로 휴대폰으로 큐넷에 들어가서 시험 결과를 확인하러 들어갔다. 응시 시험 결과를 들어갔는데 미용사(일반) 실기 합격이라 쓰여 있어서 처음에는 믿지를 못했다. 그래서 확인 버튼을 눌러서 시험 점수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내가 합격했다는 걸 인지했다. 그 순간도 기뻤지만 나와 같이 결과를 기다려준 선생님과 엄마, 친구들한테 합격을 알리고 싶어서 전화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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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결과가 나올 시간인데 연락이 없어서 기다렸을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선생님은 그럴 줄 알았다고, 잘 봤을 줄 알았다고 수고했다 해주셨다. 그리고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엄마는 내가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나를 잘 믿지 못하는 눈치였기 때문에 원패스로 합격했다고 말했을 때는 내가 해냈다고 말할 수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엄마도 친구도 수고했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녁에 퇴근하는 아빠한테도 전화로 합격소식을 알렸다. 아빠는 평소에 감정표현을 잘하지 않기 때문에 전화로도 충분히 축하해주셨다고 생각했는데 옆에 사람이 있어서 표현을 잘 못했다고 하셨다. “앞으로도 뭐가 되었던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하면 좀 더 행복할 수 있을 거야 홧팅” 이라고 해주셨다. 아빠의 응원은 나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실망할까봐 기대하지 않았고, “도전하지 않으면 얻는 건 없다”는 말이 와 닿지 않았는데 그 말이 이런 말이구나! 하면서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그날 일은 내가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에 얻은 행복도 정말 컸지만 나의 좋지 않은 가치관을 깨고 느끼며 배우는 것도 많은 날이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경험이었고, 이 경험을 토대로 내가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이 시를 읽는 사람 중에도 나처럼 실패할거라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있다면 도전해보라고 얘기 해주고 싶다. 실패를 두려워한 게 무색할 만큼 성공에서 오는 성취감, 깨달음은 정말 크다. 또한 나중에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하는 힘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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