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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이번에도 떨어지면 사람이 아니다.

허벅지에 땀을 흘려 가며 과제를 수행했지만

by 김병섭

중학교 때부터 네일 자격증을 준비했다. 학원에서 밤까지 2시간 동안 연습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격증 시험 준비에 진심이었던 것 같다. 첫 시험을 떨어지고 “원래 처음 보는 시험은 경험을 쌓기 위해 갔던 거야~~”라며 자기 위로를 하며 다독인 나. 사실은 원패스를 하지 못해 나에게 실망을 많이 하였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해도 많은 실수와 피를 냈기 때문에 납득은 되었다. 나 자신을 다독이며 끝낼 수 있었던 지겨운 학원을 다시 다니며 다음 시험을 위해 연습을 했고 두 번째 시험 당일 허벅지에 땀을 흘려 가며 과제를 수행했지만 긴장을 많이 했던 탓 인지 또 다시 나는 불합격을 받게 되었다.


이 사실을 반 아이들과 함께 봤는데 그 당시에는 떨어졌다는 슬픔 대신 다시 늦은 밤까지 연습해야 하는 것에 대한 짜증이 먼저 앞섰다. 친구와 같이 학교 뒤편에서 얘기를 하다가 아빠에게 전화해 나의 불합격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아빠는 나에게 꾸중 대신 오히려 괜찮다며 다독여 주었다. 아빠의 그런 말을 들으니까, 동시에 눈물샘에서 눈물이 터졌다. 친구 앞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엉엉 울어버렸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울 일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때에는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과 짜증 뒤에 숨겨졌던 떨어진 것에 대한 슬픔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 우는 모습을 봤던 친구는 내 시험 때 손 모델을 해준 친구였다. 전화를 받기 전에는 이제 더 이상의 모델은 없다며 손 모델은 다른 데서 구하라고 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측은해 보였는지, 한 번만 더, 마지막으로 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모델을 구하는 걱정은 접고, 전보다 더 열심히 연습했던 거 같다.


“내가 진짜 이번에도 떨어지면 사람이 아니다.” 세 번째 시험을 준비하면서 이런 마음을 먹었다. 학원 에서의 수업도 잘 참여하였다. 세 번째 시험은 전날 친구와 함께 밤 늦게까지 연습해 보며 내일을 위해 끝까지 쥐어짰다. 그 시험은 그 해의 마지막 시험이었는데, 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땀을 흘려가며 시험을 다 치렀다. 시험이 다 끝난 후 나는 60점만 넘어라 하는 마음으로 터덜터덜 엄마 차에 탔다. 너무 피곤했는지, 집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잠만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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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한 해가 시작되는 날, 나는 결과만을 밤새워가며 기다리고 있었다. 자려고 해도 너무 싱숭생숭한 마음에 도저히 잠이 안와서 똥줄을 태워 가며 아침 9시까지 기다렸다. 9시가 땡 하고 되자마자 바로 큐넷에 들어가 결과 보기를 눌렀다. 결과는 “합격”


보는 순간 드디어 자격증을 따 후련한 마음과 빨리 소식을 알리고 싶은 기분을 주체하지 못해 뛰어 당기며 자고 있던 엄마를 깨워 이 소식을 알렸다. 깊게 든 잠을 깨워 화냈을 법도 한데 엄마도 함께 뛰어 당기며 축하해 주었다. 그리곤 곧장 애들에게 연락해 이 소식을 전했다. 처음에는 마냥 기뻐하다가 역시 붙을 줄 알았다며 센 척도 했다. 또 떨어졌으면 울었을 게 뻔하지만 말이다.


난 이러한 일을 겪으며 아무리 힘들거나 떨어져도 포기는 하지 말자고 결심했다. 결국 붙은 나 자신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나의 21년도 시작은 좋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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