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화를 끊고 버스정류장에서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나는 자취를 한다.
17살 나이부터 시작한 자취는 월세 내기도 힘들고 전기세, 도시가스비 내기가 너무 벅찼다. 그렇게 나는 18살이 되고도 겨울방학에 알바를 매일매일 투잡을 뛰면서 일주일 동안 하루, 이틀 쉬며 일을 해왔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13시간씩 일하는 날도 있고 그러다 보니 놀 시간이 없어져서 점점 친구 없는 외로운 아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혼자 놀러 가는 것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떠올리기만 했는데 재밌었고 행복할 것 같아서 계획을 세웠다. 나는 월급을 받고 월세, 생활용품, 등 내고 사다 보니 돈이 30만원 정도 남았었다. 내가 1박 2일로 혼자여행 갈 곳은 예전에 가족끼리 초등학교 5학년때 가서 좋았던 기억이 있는 속초를 오랜만에 혼자 가보기로 했다. 숙소는 4성급 호텔정도 되는 조식도 나오고 야경도 좋은 스파 있는 방으로 잡았다. 벌써 10만원정도가 빠졌다. 이렇게 나를 위해 이렇게 큰 돈을 쓰는 건 오랜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돈이 아깝지만 나를 위해 내 즐거움을 위해 이렇게 돈을 크게 한 번 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써보았다.
그렇게 출발 날짜가 다가왔다. 나는 좋은 고속버스를 타고 추운 겨울방학에 혼자 1박2일이 시작되었다. 맨날 알바하던 시간에 이렇게 혼자 인천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놀러 가니까 되게 행복하고 벌써부터 즐거웠다. 솔직히 겁이 많이 나긴 했지만 겁이 나도 혼자 바다보고 산보고 그러려고 간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했다.
속초를 도착해서 나는 배가 고파서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돈이 없어서 맛집을 못 갔다. 하지만 낭만있게 편의점에서 싸고 맛있는 깁밥과 라면을 먹었다. 인천에서 먹는 라면보다 훨씬 맛있는 느낌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똑같은 라면인데 다른 지역 다른 풍경 다른 공기라서 그런지 맛이 달랐다. 그렇게 낭만있게 밥을 먹고 숙소를 갔다.
숙소에서 창문으로 풍경을 보는데 되게 맑은 하늘에 넓은 바다가 있어서 마음이 편해지고 혼자와서 외로워도 그런 생각 하나 안 나고 그냥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졌다. 그러다 바다 앞으로 가고 싶어져서 빨리 짐을 풀고 나왔다. 나오니 오후 4시쯤 됐었는데 버스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다 앞에서 내려서 바닷바람을 맞기 시작했다. 나는 그냥 바람 때문에 심한 파도가 예뻐보였고 초등학교 4,5학년 되는 아이들이 바다에서 엄마를 부르며 뛰어가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고 ‘내가 저랬었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등대를 가서 더 높은 곳에서 바다를 봐보자 생각을 하고 등대까지 40분동안 걸어갔다. 가는 길에 동화마을도 있고 다리 위도 건너는데 혼자 그렇게 다니면서 이쁜 풍경을 처음봐서 그런 지 되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다리 위에서 건널 때 바다를 보면서 저 바다에 빠지면 아플지, 들어가면 시원할지, 추울지, 겨울인데 얼었을지,들어갔을 때 물고기들이 환영해줄지 이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40분이 훌쩍 지나서 등대를 도착했다.
등대 꼭대기를 가서 보니 얼어있는 바다 소금물도 보이고 3m 정도 되는 파도랑 사진 찍는 사람들도 보이고 흔들리는 나무들도 보이고 등산하는 할머니분들도 보였다. 다른 지역에서 모르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게 즐겁고 내일이면 다시 인천을 가서 좋은 풍경을 못 볼 거란 생각해 다시 우울해지고는 했다. 그러고 버스가 끊겨 1시간 30분 동안 걸어서 숙소를 도착했다. 나는 졸려서 도착하자마자 씻고 잠이 들었다.
일어나서 바깥 풍경을 보니 그것 또한 힐링이 되고 있었던 것 같았다. 혼자 살고있는 나는 혼자 놀러를 가도 똑같은 거라 생각이 들었었는데 아니였다. 혼자 살아도 혼자 여행을 가면 재밌고 행복하다는 것을 처음 느끼고 처음 알았다. 그렇게 다시 풍경을 보면서 조식을 줘서 조식도 먹고 짐도 싸고 숙소를 나왔다.
둘쨋날 나는 속초하면 떠오르는 설악산을 갈 계획이였다. 그런데 버스 도착예정 정보가 뜨지 않아서 당황했다. 그래서 못 가는 건가 싶어 우울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는데 좋은 속초 주민 분께서 7번 버스는 기다리다보면 온다하셔서 5분을 기다려 버스가 왔을 때 탔다.
설악산을 버스타고 가보니 되게 신기했다. 전에 갔을 땐 차를 타고 주차를 해서 다같이 걸어 들어가곤 했는데 혼자 가니 버스에서 내려서 더 걸어가서 입구에서 표도 내 돈으로 내가 사고 혼자 들어가니 기분이 묘했다. 그렇게 설악산에 도착한 나는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을 올라가 꼭대기까지 10~15분 정도 더 걸어 올라갔다. 거기서 보는 풍경은 내가 여태까지 살면서 본 풍경 환경 중에 최고로 이쁘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넓은 세상을 보아서 되게 좋았다. 게임을 이겼을 때, 월급을 받았을 때, 다 필요없고 그 날이 제일 흐뭇하게 웃었던 것 같았다. 나는 거기서 보았던 풍경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좋은 잊지 못할 풍경을 보고 다시 인천을 왔다. 인천을 도착하니 저녁 9시였다. 어머니께 전화가 왔는데 재밌게 놀고 왔냐고 연락을 하신 거였다.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갔다왔는데 동생한테만 말했는데 그걸 엄마한테 말했던 것 같다. 엄마는 나에게 ‘재밌었어? 힘들진 않았어? 돈은 부족하지 않았어? 밥은 잘 챙겨먹었어? 많이 힘들었지 가서 마음 편해지고 왔으면 됐어 아들 집가서 쉬어’ 그 말을 듣자 마자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버스정류장에서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 날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버티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힘들고 알찬 1박2일이 끝났다. 다음에 시간이 나고 돈이 있을 때 또 다른 곳으로 혼자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되면 친구들이랑 가도 재밌을 것 같다. 시간이 많아지는 그 날까지 돈을 아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