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까지 이 말을 잊을 수가 없다
“꼴등으로 들어가든 일등으로 들어가든 입학만 하면 되지”
나는 지금까지 이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이 말은 내가 중학교 3학년 시절 고등학교 원서를 넣을 때 담임 선생님께 들은 말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많은 꿈이 있었다. 네일아티스트, 디자이너, 가수, 미술가 등등 손재주가 좋아서 손으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척척 잘해나갔다.
이렇게 많은 꿈이 있던 나에게 하나의 소중한 꿈을 갖게 해준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아이돌 세븐틴이 다, 처음에는 그냥 세븐틴을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이 사람들을 실제로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다가 “세븐틴의 스타일리스트가 되면 되겠구나!” 해서 스타일리스트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 정말 단순하게 말이다, 하지만 스타일리스트에 대해 많이 찾아보고 패션쇼,런웨이 등 찾아보며 이 패션계라는 것에 빠지고 말았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진흙탕처럼 지저분한 곳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빛났다, 나는 이렇게 이른 나이에 남들보다 빨리 “꿈”을 찾았다.
중학교에 올라오고 나서 미리 고등학교를 찾아봤었다, 인천에서 꽤 유명한, 그래서 합격점이 다른 특성화에 비해 높은 인천 생활 과학고라는 학교를 알게 되었고 아주 자신만만하게 반드시 내신을 탄탄히 하여 안정권에 들어가서 편하게 입학하자! 라는 목표를 가졌다,
하지만 중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놀러도 다니게 되면서 그 목표는 흐려졌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친구들과 놀기만 하고 시험 기간과 겹쳐있는 학교 축제도 다른 학생들과 달리 신나게 즐기며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1학기 중간을 마치고 고등학교 원서 상담을 하는데 나는 당연하게 생과 고에 다니고 싶다고 말했고 담임 선생님께서는 현실적으로 성적이 안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이 순간 나는 심각함을 느꼈고 생과 고에 못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생과고 이외의 학교는 생과 고처럼 유명하지도 않았고 소문도, 좋지 않은 소문이 돌고 있었기 때문에 생과고 이외의 학교는 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결국 1학기 기말고사에 모든 걸 갈아 넣었다, 정말 좋아하는 세븐틴의 무료 공개 콘서트도 기말을 위해서 눈물을 머금고 가지 않았다, 대망의 기말고사 날이 왔고 최대한 열심히 풀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 했던 건지 평균을 20점 정도밖에 못 올렸다, 내 원래 성적이 워낙 낮았던 탓에 20점을 올려도 생과 고에 들어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나는 절망했다, “정말 많이 노력했는데, 정말인데, 열심히 공부한 거 맞는데,” 억울했다, 나는 정말 진심으로 열심히 했고 이건 가족들도, 친구들도 인정해줬는데, 어째서 결과는 이 모양일까 나는 원하는 고등학교도 못 가는 그런 사람인가 대입도 아니고 고입인데,
기말이 끝나고 원서 접수 날이 다가왔다, 나는 여전히 자책했고, 여전히 우울했다, 나는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 어차피 가망 없는 거 알아요 그냥 다른 학교로 넣을게요” 그러자 선생님은 진지하게 말씀해주셨다. “혜진아, 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먹으면 안 돼, 원서를 넣어보지도 않았는데 떨어질지 안 떨어질지 어떻게 아니?” “꼴등으로 들어가든 일등으로 들어가든 입학만 하면 되지, 우리가 지금 중요하게 여기는 건 입학이 가능한가 아닌가 잖아”
나는 머리를 둔탁한 무언가에 맞은 느낌이 났다, 나는 생각했다, “그래, 특별전형으로 넣고 떨어지면 일반 전형이 있잖아! 한번 원서 넣어보자!” 선생님의 그 한마디가 나에게 큰 용기를 쥐여줬다,
나는 결국 원서를 넣었고, 합격 발표 전날이 왔다, 긴장감 같은 건 없었다, 선생님의 말씀 덕분인지 원서 넣을 때까지만 해도 우울하고, 긴장하고 있던 내가 마음이 편안해져 있었다,
대망의 합격 발표 날이 왔고 일어나 보니 선생님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다, 나는 급히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고 선생님은 나에게 사진 한 장을 보내 주셨다, 바로 합격 통지서 사진이었다, 나는 너무 놀랐고 선생님은 전화로 “혜진아! 너무 축하한다! 합격이야! 그동안 고생했어”라고 말씀해주셨다,
선생님은 어제 저녁까지 생과고에 전화를 돌리며 내 입학 순위를 확인했다고 한다. 30위까지 떨어졌던 나를 선생님은 걱정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응원해주고 계셨던 것이다, 나는 그 시간에 자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나를 위해, 내가 포기했던 꿈을 끌어 안아주고, 용기를 불어 넣어 준 것이다.
사실 고생은 내가 아닌 선생님이 더 많이 하셨다, 하지만 선생님은 연신 내게 고생했다고, 축하의말을 전해주셨다,
지금도 난 중3담임선생님과 가끔 연락을 한다, 내가 연락을 드리면 선생님은 언제나 밝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신다, 불안했던 중3 시절을 어쩌면 부모님보다 더 날 지탱해 주신 선생님 같다, 살면서 이런 선생님을 만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아마 내 인생에서 최고의 선생님은 중3 담임 선생님 일 것 이다, 지금도, 앞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