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재능

못 그리는 거 하나가 널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사람으로 만들지 않아

by 김병섭

재능은 노력하는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재능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라고 생각하게 하고 내 길과 미래를 의심하게 만든다.


어느 날, 그림을 못 그리는 나는 하필 재능 있고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 주변에 앉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 전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성공한 미래를 그렸지만 나는 내가 함께 성공을 그려도 되는 것인지 그럴 자격이 있는지 부끄럽고 부담스러워졌다. 나는 상상하는 미래가 목표가 되고 그것에 따라 움직이고 내가 생활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있는 그 순간 내가 상상한 모든 미래가 멈추고 어두워졌다. 이후에도 미래를 상상하면 불안감과 실패한 상상과 현실이 뒤따랐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학교, 친구들, 그동안 했던 노력들 마저 포기하고 싶었다.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벌써 이 학교에 온 지 10개월이 지났나... 이 길이 아니면 얼른 포기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제 뭘 할까?’, ‘포기하는 게 맞을까?’꼬리에 꼬리를 문 고민들이 내 머리를 빙빙돌고 있을 때, 멋지게 꾸민 졸업작품을 입고 나온 선배들이 보였다. 그 사이에 같이 동아리를 하는 이쁘고 공부도 잘하고 성실하고 내 우상, 롤 모델과 같았던 G선배도 보였다.

그 때의 나는 공주가 되고 싶은 사람, 선배는 공주였다. 나의 처지는 더욱 비참했다. 선배의 좋은 점을 닮고 싶은 내 노력들이 결국 아무소용 없어 보였다. 왜냐면 공주는 태어났을 때부터 공주였으니깐..


재능은 가지고 태어나는거니깐.. 생각은 깊어가고 걱정이 눈 앞을 가렸다. 이후 일주일 정도 힘들었다.


매주 그림을 그리는 4시간 정말 힘들었다. 한숨을 돌리러 온 방송실에는 H선배가 있었다. 이상하게 선배를 보니깐 눈물이 났다. 선배는 그래도 내 마음을 더 잘 알아줄 것 같았고 방법을 알려줄 것 같았다.


선배는 눈물을 흘린는 날 보고 놀랐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듣고 웃었다. “아~하하”

나는 왜 웃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고민이 우스워 보였나? 생각이 들었다. 선배는 내 등을 토탁이며 말했다. “지원아, 그림을 못 그리는 거 하나가 너가 잘하는 게 하나 없는 사람으로 만들지 않아. 이건 단점이 아니야” , 나는 울컥했다. 패션과에서 그림을 못 그리는게 나의 단점이라고 생각했고 내 단점이 나의 모든 것을 표현해 아무 것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나 스스로 단정 지었구나. 난 나 스스로 나에게 미안했다.


“선배 그래도 그림이 가장 먼저 보이잖아요” 울먹이며 말했다. 그러자 선배는 “너가 가지고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랑 어떤 색이든지 과감하게 사용하는 능력이 없으면 그림을 아무리 잘 그려도 미완성이야.” 라며 선배가 날 토닥였다. 나는 선배의 말에 자신감이 생겼다. ‘맞아! 내가 형체를 못 알아보게 그리는 것도 아니고 내 디자인에 놀라고 색 선정에 놀라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기분이 좀 나아졌다. 이후 나는 디자인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즐겁게 그림도 그렸다.

내가 즐겁게 그리니 그림도 멋있게 나왔고 그 동안 멈춰있던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디자인을 전부 다 그렸다. 나는 과거에 내가 너무 안타까웠다. 누군가 나에게 그림으로 상처 되는 말, 포기하란 말이 없었는데 나 혼자 실망하고 우울했던 그 시간들이 아깝고 그 시간들에 빠져 있던 내가 안타까웠다.


이런저런 일들이 지나고 동아리 시간이 되었다. 방송실에서 G선배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선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 또 지금의 내가 선배처럼 멋진 졸업작품도 완성시키겠다는 나의 자신감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선배에게 모두 말했다. 그리곤 선배는 ‘그럴 때가 있지’라며 나를 다독였다. 그리고 선배는 나에게 말했다. “지원아 근데 나도 그림 못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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