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야 말로 운명 아닌가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by 김병섭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딱희 기억의 남을 정도의 운이 좋았다고 할 만한 일들도 없었고 그냥 나는 운이 좋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냈다. 이렇게 생각하고 지냈으니 가고 싶었던 시상식의 티켓팅도 도와줄 수 있는 친구들까지 불러내 같이 해봤지만 어림도 없이 공연장 자리 하나 못 보고 실패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운이 좋다고 생각한 적이 없던 내가 무슨 일인지 무슨 운명이 있었는지 몇 천명이 지원했었던 시상식 참가 이벤트에 나도 참여를 했었는데 어느 날 핸드폰이 울리더니 내가 당첨됐다는 글과 축하한다는 말들의 알람을 받았다. 나는 이걸 내가 걸릴 수 있나 싶어서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웠고 가고 싶었던 시상식이라 엄청 들뜬 기분도 함께 들었다


나는 그때 이거야 말로 운명 아닌가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직접 만나게 될 거라는 운명. 솔직히 말하자면 이 시상식은 코로나가 퍼지기 이전에 했었던 시상식이라 몇 개월 전의 일이 아니라 몇 년이 지난 일이라 아직까지 이 일을 생각하냐 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제일 가고 싶었던 곳이라 더욱더 나에겐 소중한 일이라고 느껴지는 것 같다.

내가 걸린 자리는 4층이었고 한 자리가 아니라 연속 자리 이벤트라 두 자리가 걸렸다. 그래서 그때 같이 가고 싶어 하던 친구에게 말해 같이 가자고 했고 그 친구는 당연히 수락했다. 그리고 시상식 당일이 되었다. 시작하는 시간은 그렇게 빠르지 않아 천천히 준비하며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여유를 부렸는지 지하철 방향도 잘못 타고 한 번은 놓치기까지 해서 우리는 시상식의 우리 자리도 못 보고 서러워하며 집에 돌아올 뻔했다. 그래도 다행히 시간 안으로 도착해서 안전하게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땐 이 일이 너무 정신없고 큰일 날만한 일이었지만 지금 와서 좋은 쪽으로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런 일이 일어났지만 그런 일 마저 어떻게든 만날 수 있다는 운과 운명이 아닌가 하고 생각도 해보았다 원래도 운명을 믿는 편이었는데 이 계기로 더욱 믿게 됐다나 뭐라나.


시상식 건물에 들어가는 길과 우리 자리를 찾는 일마저 심장이 엄청 뛰는 걸 느꼈다. 그만큼 내가 바라왔던 순간이라는 것이 아닐까? 자릴 찾아 계단을 올라가는데 정말 손이 떨리고 다리가 떨리는 것 같았다. 정말 얼마나 떨렸는지 내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내 귀에 선명하게 잘 들렸다. 지금 이걸 쓰는 이 순간마저 다시 생생히 기억나 그때 떨리는 기분이 든다.


사람은 정말 많았다. 이 중에 나와 같은 아티스트를 보러 온 사람도 있겠지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내적으로 친밀감이 생기곤 했다. 같은 걸 좋아하다는 건 이것마저 운명이 아닌가. 우리 자리는 4층이었는데, 걱정했던 것보단 훨씬 잘 보였다. 그래도 4층은 공연을 볼 때 가장 분위기가 좋다는 말도 들어서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시작을 알리는 노래가 나왔다. 그 노래를 듣고 정말 시상식이 시작하고 내가 지금 이 현장에 와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 내가 무대를 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그렇게 떨렸는지, 그때 봤던 다른 가수들의 무대는 생각도 안 나고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더욱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행히 또렷하게 영상을 남겨둬서, 그나마 다시 그날을 생각할 때 ‘아 이런 곡들은 했었구나’ 기억이 난다


이 시상식을 갔다 온 후 나는 아 왜 사람들이 콘서트를 가고 이런 시상식에 오고 싶어 하는 지 알았다. 그냥 화면 너머를 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생생하게 현장에서 여러 사람들과 소리를 지르고 듣고 보고 하는 것이 얼마나 재밌는 일인지 알았다. 그리고 제일 많이 느꼈던 건, 아 내가 좋아하는 이 아티스트와 난 운명이다 라는 것을 알게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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