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부른 죽음의 5단계

이런 엔딩을 보려 내가 지금까지 달려온 것이 아닌데..

by 김병섭

나는 제목 그대로 만화를 보다 죽음의 5단계를 겪었다. 그 일은 얼마 되지 않은 이야기다.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이었다. 나는 언제나 다름없이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그 애니는 러브 코미디 에니였다. 그 에니는 나에게 행복을 주고 때로는 슬픔도 주었다. 나는 그 애니가 나에게 주는 이러한 감정에 매료되어 만화책까지 사게 되었다. 그 만화책에는 내가 보았던 장면보다 많은 장면이 담겨 있었다. 나는 만화책이 좋았다. 나의 감정, 생각들로 이 만화를 새로이 써 가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러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러한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 로맨스 만화의 엔딩을 보고 나서 말이다. 만화의 결말은 나와 독자들이 생각한 결말과는 많이, 아주 많이 다른 길의 결말이었다. 남자주인공은 독자들이 생각한 여자 주인공과는 되지 않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여주를 선택한 것이었다. 나는 그 여주는 남자주인공을 도와주는 서브 캐릭터인 줄 알았다. 아니, 모든 독자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 선택된 여자 주인공은 사실 남주의 인생을 바꿔버린 여자 아이였던 것이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도 그저 그냥 옛날의 추억을 회상하는 에피이길 바랐다. 하지만 남자주인공은 지금까지 독자들이 생각했던 여자주인공이 아닌 그 서브 여자주인공을 선택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원했던 여주는 처음에는 남자주인공을 싫어하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남자주인공의 그런 호의에 자신이 바뀌어 나가는 걸. 독자들도 같이 느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느꼈고 어느 스토리든 남자주인공과 우리가 생각한 여주는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 우린 그렇게 흘러가 모두가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남자주인공은 자신을 바꿀 계기를 준 그 서브 여주를 선택한 것이었다.


나와 독자들은 황당했다. 이런 엔딩을 보려 내가 지금까지 달려온 것이 아닌데.. 나는 이러한 생각을 하며 죽음의 5단계를 차차 겪었다.


처음은 부정이었다. 이런 결말은 말이 안 된다. 작가의 실수일 것이다. 두 번째는 분노였다. 모든 책임이 다 그 작가에게 있던 거 같았다. 나는 작가를 향해 언제 극찬 했냐는 듯이 욕을 해댔다. 세 번째는 협상이었다. 이런 결말?? 그래 좋아. 외전에서만큼은 우리 독자들이 바라던 완결이 나오겠지. 자기 합리화를 했다. 네 번째는 우울이었다. 나는 이 단계에 오고 나서 매일 친구에게 전화해 울었다. 나는 이 우울단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였다. 인정하기 싫었다. 보내기 싫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2달이란 시간이 지났다. 어찌저찌 현실로 돌아오니 우울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억지로 넘어간 것 같다.


마지막은 수용단계였다. 이 단계를 오기 위해 2달,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달이 지나갔다. 울며불며 이 애니를 보내기 싫었지만 학교를 다니고 일상생활을 하다 보니 점점 무뎌졌다. 그렇게 내 애니는 내 곁을 떠났다. 하지만 아직 앙금이 남은 거 같다. 그 만화에 완결을 보면 다시 가슴 한편이 미어진다. 다시는 이런 경험하기 싫다...



댓글2_03번 권진영_2.png



이 만화는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 거 같다. 나의 16살 한 해가 아닌 내 삶에 한 시련이 있다. 나에게는 그런 경험이었다. 매 순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 아직 난 18살이니까, 하지만 이러한 경험을 한순간의 아픔이 아닌 내 일생의 경험으로 가지고 살면 좋겠다. 이런 아픔도 가지고 살아야 인생을 사는데 마지막 이력서를 한 글자라도 더 쓰지 않겠는가. 나의 마지막.. 죽음에 한글자라도 내 마음에..기억에 새길 수야 있다면 이런 경험 그리 나쁘지도 않은 것 같다


나에게는 아직 수많은 고난이 있고 행복이 있고 슬픔이 있을 것이다. 이런 시련은 나의 인생의 한 문장일 것이다. 그 한 문장을 잘 마무리하고 마지막까지 얻는 것이 있을 때 그때서야 난 이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경험으로 이걸 읽을 사람들이 한 순간 한 순간, 좋든 싫든 그 감정, 그 생각들을 평생 간직하고 인생의 디딤돌로 삼았으면 좋겠다. 고작 만화책 한 권에서 시작된 이러한 이야기가 나의 인생이라는 스토리에 한 문단을 채워 주어 여기까지 글을 써 올 수 있어서 나는 행복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 마음의 비닐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