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파릇하게 떠오른다. 나는 이러한 추억들
슬슬 더워지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유튜브나 영상을 보면 계곡에서 먹는 장면들이 눈에 띈다. 무더운 여름 휴가철 계곡에서 라면을 먹는 모습하면 약 6년 전 그때가 떠오른다.
어릴 적 여름방학 어디를 갈까 하다가 찾은 화양계곡. 가보니 사람도 적고 물도 낮은 곳에서부터 깊은 곳까지 아주 놀기 좋은 계곡 이였다. 놀기 전 가족, 친척들 모두 텐트치고 스트레칭도하고 놀 준비를 마치고 첫발을 담갔는데 그때의 온도는 아직도 기억이 남는 것 같다. 아직 해가 머리위로 뜨지 않을 때라 차갑게 식어 있던 계곡물은 그야말로 얼음장 같았다. 너무나 차가워서 모두가 물을 천천히 몸에 묻히며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완벽하게 몸을 풀고 수영을 시작하니 물이 차가웠던 때가 있었는지도 까먹은 채 우리는 신나게 놀았다.
나는 수영을 못해서 얕은 곳에서 놀고 있었다. 하지만 놀다보니 무슨 자신감이 차올랐는지 깊은 곳에서 수영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깊은 곳에서 수영을 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들었으면 안됐다. 논지 얼마나 됐다고 금세 눈, 코, 입, 귀 구멍이란 구멍에는 아주 물이 다 들어왔다. 하지만 이미 깊은 재미를 느껴버린 때 물을 먹어도 낮은 곳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이후에도 물을 몇 번 먹었지만 그럼에도 깊은 곳에서 수영을 즐겼다.
이렇게 열심히 놀다 보니 해가 중천에 뜨고 배가 허기지던 때 텐트에서 쉬고 있던 친척들이 불러 물기를 조금 닦고 올라갔다. 텐트가 그늘에 있고, 몸에 물기도 살짝 남아있어서 으슬으슬 떨렸다. 그때 옆에서는 가스버너로 물을 끓이고 있었고, 라면들이 줄지어 있었다. 나는 거기서 큰 컵라면을 골라 물을 부었다. 라면이 익는 시간 3분이 지나고, 이상하게 뜯긴 나무젓가락을 들고 한입을 먹었을 때 그 따뜻함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지금 떠올려보면 그때의 그 맛은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 한 입 먹었을 때의 그 따뜻함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한바탕 놀고 라면까지 먹고 다시 한 번 놀러 나가려는데 어른들이 소화는 시키고 나가라며 나를 말렸다. 나도 소화는 시키고 수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뭔가 잔소리를 들으니 좀 그런 기분이 들던 때였다. 암튼 소화까지 마치고 다시 몇 시간 내내 수영을 하던 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 차가운 물에서 놀더라도 햇빛이 물에 반사돼 얼굴에 자극을 준다는 것을.
선크림을 바르지도 않고 몇 시간 내내 놀던 나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물론 해가 사라질 때 까지 수영하던 그때는 아직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걸 알게 된 때는 수영을 마치고 돌아갈 준비를 하며 2차로 놀기 위해 이모 집에 모여 에어컨을 틀고 쉬던 때였다. 모두들 내 얼굴을 보고는 따갑겠다며 걱정 어린 말과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저 행복하기만 했던 시간이 지금의 아픔의 시간으로 이끌어버렸다.
내 얼굴을 본 이모는 집에 있는 감자를 갈아서 내 얼굴에 붙여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감자 팩이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마냥 시원해서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감자 팩을 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얼굴이 까지고 한소리를 들어도 온몸을 시원하게 해주었던 계곡물과 몇 시간 내내 놀 수 있던 시간, 그리고 따뜻하게 속을 채워준 그 라면이 그 모든 것을 잊게 하고 행복한 기억만을 남겨주었다
언젠가는 잊혀 질 추억일지도 모르지만 아직까지도 계곡에서 먹는 라면과 그 시원한 계곡물을 떠올리면 그때 겪었던 모든 감정과 생각들이 파릇파릇하게 떠오른다. 나는 이러한 추억들을 가지고 때때로 힘든 날이 올 때마다 추억을 회상하며 다시 한 번 힘을 내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