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주택들이 높은 루프탑 덕분인지 한 눈에 보였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이 고된 하루 끝에 마시는 탄산의 맛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으면 좋겠다. 살면서 맛본 탄산 중에 무엇이 가장 시원하고 상쾌할까?
4월 2일 나와 내 친구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6시 20분까지 지하철을 타기위해 지하철역으로 모였다. 내가 사는 인천에서 서울 웨딩홀까지 도착하려면 1시간 반 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에 8시까지 도착하려면 일찍 일어나서 일찍 출발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르바이트 하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웨딩홀 직원 분들이 전부 좋은 분들이기도 하고 일이 재밌기도 해서 졸린 걸 이겨낼 수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서로 수다를 떨며 서울역에 도착했고 405번 버스를 타고 정거장에 내렸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 남산 공원에 올라가는 산책로였는데 올라가는 동안 멋진 풍경을 많이 보았다. 도착해보니 시간은 7시 45분이었고 친구와 나는 8시까지만 가면 되기에 소월로라 불리는 주택가들을 둘러보았다. 마치 드라마 속 부잣집에 나올 것 같은 주택들이었다. 주택 주변이 벚꽃이 필락 말락 해서 벚꽃이 다 피면 또 보고싶었다.
8시가 되자 예식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한번 와봤기에 익숙했던 예식장의 유니폼들이 보여서 옷을 갈아입고 직원 분들께 인사를 드린 뒤 웨딩홀로 이동했다. 친구는 3층을 맡게 되었고 나는 2층을 맡았는데 나는 신부가 예식을 진행하기 전 대기할 신부대기실의 파란 바닥에 청소기를 돌렸다. 뷔페 음식을 올려놓을 나무 선반도 닦고 전체적인 바닥을 빗자루로 쓸고 닦았으며 하객들이 음식을 먹기 위해 앉은 테이블에 있는 촛불도 켰다. 나는 알바할 때 촛불을 키는 이 과정이 재밌었다. 그리고 의자도 칼각으로 맞췄고 루프탑에 있는 테이블도 닦았다.
본격적인 예식이 진행되었고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모습이 아름다웠으며 오늘 정식으로 부부가 될 신랑 신부분들이 정말 행복해보였다. 나도 나중에 만약 결혼을 하게 되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기도 했다.
뷔페 예식이 끝나고 코스요리 예식이 있었는데 뷔페 예식은 할만 했지만 코스요리는 트레이에 음식을 담아 하객분들의 테이블 앞에 놓아드리는 걸 진행하는 건데 그 과정에서 나는 트레이를 들고 매니저님을 따라다녔고 작년 담임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인 주방과 홀 사이는 안 좋다는 게 떠올랐다. 마치 지금은 그 상황과 동일했다. 홀에서는 왜 빨리 나오지 않냐 하며 재촉했으며 주방에서는 화나있고 하는 게 반복되었고 정신없었다.
급기야 음식이 왜 안 나오냐며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손님, 귀가하시려는 손님도 생기기까지 했다. 나는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며 트레이를 신속하게 옮겼다. 하객분들은 음식이 너무 나오지 않아서 표정이 다들 좋지 않으셨고 메인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가신 분들이 생겨버렸다. 정신 없는 사이에 신발끈이 두 번이나 풀려버렸고 땀이 삐질삐질 났다.
정신없이 예식을 마치고 루프탑에 청소를 하러 올라갔는데 깜깜하고 어두운 밤 다양한 색들의 주택들에 불이 켜져있는 광경을 보니까 영화에서나 보던 밤풍경이 펼쳐졌다. 용산 주택들이 높은 루프탑 덕분인지 한 눈에 보였다. 인천에 사는 나로선 우리 동네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예쁜 풍경들도 잠시,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계속 접시를 닦아서 손목은 물론이고 발바닥과 다리가 매우 아프고 눈은 점점 감겨서 졸렸다. 게다가 하루종일 목이 말랐는데 일이 계속 바빠서 마시고 싶어도 마실 것을 마실 수 없었다.
마침내 일이 모두 끝날 무렵, 드디어 캔 사이다를 꺼내들었고 손으로 뚜껑을 따서 마셨다. 갈증해소를 위해 마시던 사이다는 14시간동안 일한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았고 열심히 일하고 마신 사이다는 정말 최고였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마시는 콜라도, 치킨을 먹으며 같이 마시는 콜라도 이보다 시원할 순 없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모두 열심히 일한 끝에 마시는 시원한 탄산의 맛이 무엇인지 느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