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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섭 Jul 04. 2023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나태주. 오늘의 약속.

덩치 큰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조그만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아침에 일어나 낯선 새 한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든지 길을 가다 담장 너머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 잠시 발을 멈췄다든지 매미소리가 하늘 속으로 강물을 만들며 흘러가는 것을 문득 느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남의 이야기, 세상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들의 이야기, 서로의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지나간 밤 쉽게 잠이 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든지 하루 종일 보고픈 마음이 떠나지 않아 가슴이 뻐근했다든지 모처럼 개인 밤하늘 사이로 별 하나 찾아내어 숨겨놓은 소원을 빌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 잘 알아요

그래요, 우리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오래 헤어져 살면서도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해요

그게 오늘의 약속이에요.






위로를 건네고 싶은 사람이라면, 화자가 될 수 있다

시 속의 ‘ 말하는 이 ’ 는 누구일까? 나는 시 속의 화자를 누구 한 명으로 정의하지 않고, 어느 사람이든 시 속의 화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 속의 화자는 ‘ 나 자신 ’ 일 수도, 혹은 ‘ 상대방 ’, 혹은 ‘ 이름 모를 어느 익명의 누군가 ’ ... 혹은 바삐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혹은 작가 자신이 직접 화자가 되어도 모두 이 시의 상황에 걸맞는 사람이거나, 시의 상황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은 사람이라면, 화자가 될 수 있다.

시를 찬찬히 살펴보면 마치 누군가의 곁에서 혹은 홀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건네고 있는 것 같다. 이 시 속의 화자가 정확히 지칭되어있지 않기에 시를 감상하는 독자들이 자신 나름대로 화자가 누구일지 상상하고, 화자는 누구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던 건지 추측하고 상상력을 발휘하며 시를 감상할 수 있어 시를 읽을 때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고,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시 속의 말하는 이, 즉 화자를 추측하며 읽어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화자가 ‘ 나 자신 ’ 이 되어도, ‘ 상대방 ’ 이 되어도 혹은 ‘ 이름 모를 어느 익명의 누군가 ’, ‘ 바삐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 ‘ 작가 ’ 여도 전혀 위화감 들지 않고, 어느 누가 전해도 이상한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 잘 알아요

시를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시구는 ‘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 잘 알아요 ’ 였는데, 마치 작가가 우리의 삶을 다 꿰어다 보며 시를 적은 것 같았기에 신기했고 어쩐지 작가가 작가 자신의 소중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해 더욱 기억에 남고 깊은 공감이 느껴졌다.

현대인의 바쁜 삶 속, 요즘은 어른이어도 학생이어도 다들 쉽게 시간을 내기 어려운 시대이다. 나 같은 학생의 경우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수행평가와 모든 수행평가가 겨우 마무리 되어가나 싶으면 곧바로 시험 기간이기에 시간을 낼 수 있는 시간은 시험기간이 끝난 후, 방학 뿐이다. 특성화고 학생도 이리 바쁜데 일반고 학생은 얼마나 바쁠까. 일반고에 다니는 내 친구는 내신 관리, 시험 준비, 학원, 수행평가 준비 등등 학업 때문에 바빠 서로 시간을 내 만나는 날이 적다.

‘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 잘 알아요 ’ 라는 시구가 나타내는 의미는 나와 친구의 상황, 혹은 우리와 똑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 같이 가까운 사이의 사람들끼리 만나 사소한 서로의 이야기만 나눠도 바쁜 일상 속에선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이 시가 정확히 어느 연도에 창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 사람들의 일상과 시간, 삶을 그대로 그려 넣은 것처럼 느껴졌고, 나도 이 시구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기에 더더욱 깊이 공감이 가고 마음에 와닿은 것 같다. 서로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 만나 서로의 이야기만 나눠도 아침에서 늦은 저녁으로 바뀌는 것처럼 시간이 금세 사라지는 우리의 상황 같아 난 이 시구를 명대사로 택했다.      


성숙함과 성장을 담은 발판의 생각

시 속 내용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경험을 말해보고 싶다. ‘ 지나간 밤 쉽게 잠이 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든지 ’ 라는 시구를 보며 나의 상황을 떠올렸는데 요즘은 뜸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면 잠을 못 이룰 때가 많았다. 어느 고등학교를 갈지 상담하고 고심하고 정하는 과정, 그 끝에 정한 고등학교를 과연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에 관한 걱정과 불안. 중학교 3학년에 들어서 목표해두었던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성적이 좋아야 했고, 나는 1년 전 2학년일 당시 성적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은 탓에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급히 성적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왜 이제야 공부를 하고자 마음 먹었을까. 너무 아무 생각 없이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이 한심했다. 너무 늦은 거 아닌가? 내가 원하는 고등학교를 가지 못하게 되면 나는 어떡해야 하지?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잠에 들지 못했던 날이 많았던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잠드는 하루가 있나 싶으면, 문득 미래에 대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하나 둘씩 들기 시작하며 부정적인 생각을 이끌고 오게 만들어 1-2 시간은 기본, 그 시간을 더 넘겨 3시간까지도 잠 못 든 적이 있었다. 그렇게 밤잠을 설친 적이 많지만,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 조마조마하며 소식을 기다리다 합격했다 전하는 이야기에 그간의 걱정이 다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느껴지며 마음 놓고 기뻐할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생각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내가 좀 더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그런 걱정을 왜 해? 라고 물을 수도 있는 작고 하찮은 생각 덩어리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마냥 작고 하찮은 걱정과 불안이 담긴 생각 덩어리로 남아있지 않다. 먼 미래, 나이를 좀 더 먹었다면 그때는 하찮고 작은 생각 덩어리로 느껴질 수도 있을까? 그렇지만 현재의 나에게 쓸모없는 생각이 아니였다고 기억되는 것이니 괜찮다. 또 다른 성장과 성숙함이 담긴 생각이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걱정과 불안을 견뎌내 성장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데 이 말을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걱정과 불안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는 성장하지 못했을 거라는 소리가 되는 걸까? 나 자신까지도 확실히 단정 지을 수 없는 참 복잡하고 애매한 생각인 것 같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 오늘의 약속 ’ 시를 읽으며 가수 이적이 부른 걱정 말아요 그대 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시의 구절 중 ‘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 라며 전하는 구절이 있는데 그 구절 속에 마음의 짐을 덜어주려는 듯, 위로하려는 듯한 감정이 담겨있는 것만 같았고 노래 중 ‘ 걱정 말아요 그대 ’ 라는 노래 구절이 마치 시의 구절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져 약간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시 전체를 두고 보자면 걱정 가라앉히고 행복해져요 라는 위로의 의미를 시가 담은 것만 같아 더더욱 걱정 말아요 그대라는 노래가 떠오른 것 같다. 이 노래를 시를 읽으며 함께 듣는다면 잔잔한 노래 멜로디, 위로가 담겨있는 노래 가사와 시의 구절이 합쳐져 시를  좀 더 깊고 풍미 있게, 뭉클한 마음으로 깊이 몰입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태주 시인의 ‘ 오늘의 약속 ’ 이란 시는 10년 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적합히 담아낸 시였다. 많은 시 중 가장 내 마음에 와닿은 시였고, 구절 하나 하나에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과 그 속 어딘가 위로가 담겨있는 것 같아 이 시를 바치기로 마음 먹었다.

세상 살다 보면 힘든 일도, 슬픈 일도, 무거운 일도 많이 겪을 테지만 그 일상은 언제나 불행한 것이 아니고 자각하지 못한 행복한 일, 기쁜 일도 많을 테니 이렇게 불행해도 나중엔 결국 행복해질 거야, 내가 자각하지 못한 새 무심코 느낀 행복한 일이 있을 수 있어. 하고 생각하며 힘들 때마다 되뇌이고 되뇌이며 너무 힘들어 하지 말고 회복해 일어나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으니까. 봄에는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여름엔 서로를 만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덥다 그치? 이런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가을엔 함께 낙엽을 밟으며 걷고, 겨울엔 시린 손의 감각과 추위로 빨개진 손을 보며 그럼에도 함께 완성한 눈사람을 보며 웃음 짓는 일 모두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친다는 건 이성에 한해지는 게 아니다. 언젠가 생길 나의 남자친구, 그리고 소중하고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 감사했었던 선생님, 함께 있으면 즐거운 나의 친구들. 모두가 나에게 너무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에게 바치고 싶은 시. 재밌는 이야기를 나누다 터트리는 웃음으로 인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서로의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사소한 하루 속에서 사소한 행복을 느끼고 무거웠던 기분과 감정은 뒤로 밀어둔 채로, 오직 그 순간에 집중해 안정감을 느끼는 그 날이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이 시를 받은 사람들 중 한 명과는 분명 겪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로 인해 행복함을 느꼈으면. 내가 아니더라도 행복한 일을 많이 겪었으면 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 모두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과 영영 함께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점점 나이 들어가시는 부모님, 친했던 친구와 사소한 오해로 헤어짐, 남자친구와 갈등으로 이별. 그 모두 사랑했던 사람들이었기에 쉽지 않고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때 그 행복한 순간이 있었기에 이별을 받아들이고 떠나보낼 수 있는 것이다.

‘ 우리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오래 헤어져 살면서도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해요 ’ 라는 구절은 내가 10년 후 사랑할,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고 싶은 구절이다. 앞으로의 미래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도, 미래에 사랑하는 사람이 새로 생길 수도, 사랑하는 사람과 연을 계속 이어갈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어떤 미래가 된다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일어날 것이다.

지금도 충분히, 미래에도 충분히 사랑해 후회를 남기지 말자. 날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에게 아김없이 사랑을 돌려주고 고마워하고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후회를 남기지 않을 수 있는 행동이다.나는 지금껏 날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표현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고쳐나가려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사랑을 줘 후회를 남기지 않을 것이다. 이 시가 내가 사랑했던,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바쳐지기를 바라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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