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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섭 Jul 04. 2023

너무 슬퍼하고 낙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김소월.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내 장례식에 찾아온 이들에게.     

내 장례식을 찾아온 이들에게 시 한편을 소개해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애정하는 시 중에 하나이다. 이 시는 김소월 시인의 산유화라는 시다. 이 시의 내용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간단한 소개부터 해보겠다. 산유화는 1924년 10월 영대 3호에 발표된 김소월의 시인의 작품이고 총 4연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김소월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나는 산유화 속에서 ‘말하는 이’와 ‘시인’은 동일인물 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읽어보면 시인은 굉장히 고독한 상황 속에서 이 시를 썼다고 느껴졌다. 이 시에서는 어떤 존재가 태어나고 죽는데 때를 가리지 않고 어떤 이유없이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 생성과 소멸이 생명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다. 이유를 찾지 못한 채 그냥 태어나서 또 다른 존재와 본질적으로 마음을 나누지 못한 채 근원적 고독감을 느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시를 쓴 시인은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 세상에는 무수한 생명체들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에 회의감을 느낀거 같다. 그래서 굉장한 고독감을 느끼고 이 시를 쓰게 되었다고 나는 생각을 한다. 이 시를 읽고 시의 분위기에서 어딘지 모를 슬픈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는가? 나는 이 시를 처음 접하고 시의 분위기에서 굉장히 슬픈 감정이 느껴졌다. 나도 시인의 상황에 처했으면 시인과 똑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명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바로 생성과 소멸이다. 생성과 소멸이, 세상이 생겨나고 무너지는 일이 마치 아무일도 아닌 것 처럼 생각되어 허무하고 스글플거 같다.     


 탄생과 소멸이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  

이번엔 내가 이 시를 읽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구절에 대해 소개 해보자 한다. 이 시의 내용 중에서 가장 나의 기억에 남는 시구는 시의 4연인 갈 봄 여름없이 꽃이 피네이다. 이 구절은 1연과 4연이 동일하게 구성되어 있다. 탄생과 소멸이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를 드러내고 있다. 이 시를 쓴 시인은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통해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는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었다. 모든 존재가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외로움을 다루고 있다. 이 구절이 나의 기억 속에 가장 기억이 남는 이유는 인간은 모두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외로운 존재들이며 그 외로움은 절대 사라질 수 없다. 꽃이 피었다 지기를 영원히 반복하듯이 말이다.나는 평소에도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라고 생각을 곧장 하긴 했다. 그래서 이 구절이 나의 기억속에 가장 남아있던 구절이다. 서로에 대해 엄청 친하다고 생각하여도 서로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정서를 공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존재는 본래 고독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너무 슬퍼하고 낙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이 시를 나의 장례식에 찾아온 이들에게 바치고 싶은 시로 선정한 이유는 내가 떠나는 것은 언젠가는 일어나는 일이다.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기도 하기에 너무 슬퍼하고 낙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이다. 생명은 언젠가는 죽는다. 영원한 것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욕심이 많은 사람들은 영생을 바라기도 한다. 당신은 환생을 믿는 편인가? 나는 종교는 없지만 환생은 믿는 편이다. 탄생과 소멸의 순간은 끊이지 않고 계속 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내 장례식에 온 당신들을 언젠가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소중한 인연들이니 많은 시간이 흐를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인연이 닫는다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르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당장 내일이라도 몇 시간 후라도 어떤 일에 의해서 던지 인간은 죽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미 떠나간 버린 사람일 뿐이다. 이미 지나간 버린 사람이니 잠깐만 슬퍼해 주었으면 좋겠다. 안 슬퍼해주면 조금 섭섭할것 같기도 하다. 하고 싶은 것 모두 해보고 이루고 싶은 것 모두 이루고 후회 없는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물론 좋은 일만 있을 순 없다. 그렇지만 그 순간들을 이겨나가고 극복하면 자신을 더 단단해지게 만들 수 있다. 그러면서 힘든 일들을 이겨나가며 남은 삶을 힘차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연한 말이지만 너의 인생을 너의 것이다. 아무도 왈가왈부 못한다. 설령 한다 해도 휘둘리지 말아라. 네가 너의 인생의 중심이 되는 삶을 살아갔으며 좋겠다.      


데자뷰     

이 시를 읽어보고 비슷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 떠올랐다. 바로 우리 아버지다. 우린 아버지는 초등학교 시절에 부모님을 여의셨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친할머니, 친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굉장히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하셨다, 위로 누나만 3명이지만 누나와 부모님의 차이는 크지 않는가. 집도 못사는 편이었고 몇시간을 걸어 다른 곳으로 나가 학교를 다니며 일찍이 알바도 했었다고 한다. 매우 힘들었지만 아버지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꾸려고 피나는 노력을 하였다. 자신이 태어날때 직접 선택을 못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미래는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셨다고 한다. 그래서 유학의 길에 올라 일본을 다녀왔다고 한다. 이런 힘들었던 일화를 듣고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었다. 그건 바로 유학을 다녀왔다는 것이었다. 그 시절이면 유학은 커녕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을텐데 불우하고 힘든 어린 시절을 견디고 견뎌 공부도 열심히 하고 유학을 다녀 온것이 새삼스레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다. 누군가에겐 대단하지 않은 일이라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나는 대단하고 존경스러웠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냥 자신의 현실을 수긍하고 바꾸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가는 채로 인생을 지나 보낼 것이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는 암울한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크게 보며 인생을 바꾸려 노력하지 않았나. 그래서 어려서부터 부모를 여의고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해온 아버지 이야기가 이 시를 읽은 후 생각이 났었던거 같다. 내 기억속에는 좋은 딸이진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버지의 기억 속에는 행복했던 기억만 남아 있기를 바란다.   

  

들려주고 싶은 노래     

이 시를 읽고 떠오르는 노래이기도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소개 해주고 싶다. 그 노래는 허회경의 김철수 씨 이야기라는 노래이다. 이 노래는 정말 좋아하는 노래 중에 하나이다.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정말 힘들고 우울했던 시절 위로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힘들고 우울할 때 한번쯤은 들어봐도 나쁘지 않을것이다. 나는 이 노래가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인 김철수씨가 건내는 담담한 위로 같기도 하며 특별하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다 똑같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사가 한자한자마다 너무 주옥같은 노래이다. 가사에 공감하는 이들이 편해지고 살아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노래 가사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은 누구나 완벽한 사랑을 하는게 아니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사랑이 재앙이 되고 입꼬리가 올라갈 때마다 비극이 찾아온다는 걸 ‘나만 겪는 특별한 일’이 아닌 ‘누구나 겪는 평범한 일’로 받아들이라는 위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생에 주기와 인연이 있듯이 기쁠 때 맘껏 기뻐하고 슬플 때 맘껏 슬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랑이 재앙이 된다면 인연이 아닌 거죠. 인연이 아니면 그만이니 너무 미련을 가지지 말자. 혼자만의 재앙이 아닐 수도 있다. 누구나 남에게 재앙을 줄 수 있다.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나간 제 삶을 생각해보게 하는 가사라고도 생각한다. 이 노래 속에 ‘특별함이 하나 둘 모이면 평범함이 되고’라는 가사가 있다. 이것은 마치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나 그리고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한 발자국씩 떨어져 보면 결국 평범하다는 것이  무상하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지나친 평범한 사람들이 모두 특별하다는 것이 뭉클하게 느껴졌다. 부디 내가 좋아하고 아꼈던 이들의 힘든 일이 있었을 때 위로 수단 중 하나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https://youtu.be/0kmHEKcRjpo     

붉은 실     

내가 이 시를 선정한 이유 중에서 나는 환생을 믿는 편이라고 했었다. 그래서 붉은 실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붉은 실은 운명적인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다. 중국의 오랜 이야기 속에 월하노인 이라는 신이 있다. 이 신은 인간의 인연을 맺어주는 일을 하는 신으로, 붉은 실로 서로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묶어주어 서로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서양에서는 날개 달린 어린아이로 또는 날개 달린 미청년으로 묘사한 것과는 달리 동양에서는 노인의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 이유는 연장자들이 맺어주는 ‘연분’을 중요시한 탓에 노인의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이라고 한다. 서론이 많이 길었다. 그래서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이 시를 선정한 이유에서 말했던 것과 유사하긴 하다. 하지만 중요한 말이기도 하기에 한번 더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환생을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 하여 만들어낸 사고 일뿐이라고 한다.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인간적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소중한 인연이었던 그대들을 붉은 실이 연결되어 있다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만나길 바라고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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