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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섭 Jul 04. 2023

불꽃처럼 뜨겁게 남은 기억 여전히 남아 피어오르네

김소월.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봄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밟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같이 했던 때엔 미처 몰랐었던 것들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라는 시 속의 말하는 이는 임과의 이별 후 임에 대한 그리움을 알기 전에는 달을 쳐다볼 줄도 달에서 자신의 감정을 발견할 줄도 몰랐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는 것을 시를 통해 보여준다. 시 속의 말하는 이는 임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사무치고 있으며 이미과 이별해있는 현재의 부정적인 상황을 달을 보며 비탄하고 있다. 이 시를 쓴 시인은 아마 사랑하는 누군가와 이별 겪은 후 같이 했던 때엔 미처 몰랐었던 것들을 이별을 함으로써 그제야 빈자리를 느끼고 그리워하며 하늘을 바라보다 “달”을 발견하고 시인의 상황을 “달”이라는 주제에 빗대어 이 시를 쓴 것 같다.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시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왜냐하면 시 속의 화자는 이별 후 임에 대한 그리움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나도 마찬가지로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후, 이미 사라진 후에서야 그리움과 소중함을 느끼진 않을지, 혹 이미 느껴본 적은 없었는지 생각을 할 수 있었기에 인상 깊었다. 또한 사실 나는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시의 내용처럼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이별하고 나서야 그동안 익숙함에 속아 어리석었던 행동을 했음을 깨닫고 후회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했던 그 순간을 그리워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별 후 그리움과 소중함

이 시를 읽으며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나를 키워주셨던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가 떠올랐다. 왜냐하면 시 속의 화자가 사랑하는 임과의 이별 후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시구를 반복하며 임을 그리워하며 현재의 상황을 비탄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중3때의 혹은 현재까지의 나 자신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엄마 아빠가 아닌 친할머니 친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랐기 때문에 친할머니 친할아버지가 나에게 있어 엄마였고 아빠였다. 그래서인지 주변 친구들이 할머니 할아버지께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불편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을 때에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친구처럼 생각하였고 짜증을 내기도 하였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버르장머리 없다고 느낄 수도 있었겠으나 우리 가족에겐 그것이 남들과 같은 평범한 일상이었기에 아무도 그런 생각을 갖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기에 나는 이러한 평범한 일상들이 계속 지속될 줄 알았고 사실 지금까지도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는 법은 아니었는지 내가 생각했던 이별과는 너무나 다르게 빨리 찾아왔고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내게 오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택시기사였던 할아버지께서 눈 건강이 더 나빠지셨고 주말에는 항상 등산을 하셨었는데 그렇게 산을 타는 걸 좋아하시던 할아버지께서 동네 산책만 하신다거나 집에서 가만히 누워계시는 것을 선호하셨다. 이 시기에는 이유 모를 통증 때문에 내과도 정말 많이 다니셨다. 그렇지만 연세가 있으신 탓이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그렇기에 별일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며 평소처럼 할아버지께 어쩌면 예의 없이 투덜대며 행동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흐른 후 어느 밤에 할아버지께서 할아버지 방으로 들어가시지 않고 거실에서 자던 내 옆에서 주무시겠다고 했다. 어렸을 적에는 할아버지와 함께 잠을 잤던 게 정말 편안하고 포근했고 따스웠는데 오랜만이라 그랬을진 몰라도 어색함과 이유 모를 불편함에 할아버지께 짜증을 내고 말았다. 아프셔서 방까지 들어가실 힘이 없으셨던 것인데 말이다. 계속 투덜대고 짜증내다 어느 순간 잠에 들었는데 눈이 떠지고 말았다. 아니, 눈이 떠질 수 밖에 없었다. 

놀란 할머니와 119를 부르고 있는 언니, 그리고 내 옆에서 주무시는 줄만 알았던 할아버지께서 피토를 하며 앓고 계셨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아버지께서는 근처 병원으로 이송되셨고 나는 아침이 밝았을 때에 등교를 하였는데 그때 곰곰이 많이 생각해봤다. 할아버지께서 아프다고도 여러번 말씀하셨었고 아픈 것도 알고 있었는데 나는 왜 잘해드리진 못할망정 짜증을 내고 투덜 거렸는지 너무 후회스러웠다. 이후 미성년자였던 언니와 나, 다리가 편찮으신 할머니를 대신하여 삼촌 (사실 삼촌은 아니고 정확한 명칭이 있을텐데 어려서부터 삼촌으로 부르고 있다.) 이 할아버지의 보호자를 맡아주셨는데 어렸던 우리에게 혹은 이미 아빠를 잃었던 우리 가족에게 상처를 주시긴 싫었는지 병명을 속여 위궤양이 심하여 위에 구멍이 뚫려서 아프신거라고 병원에서 치료받으면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사실은 간암 말기였지만.. 

결국 병원으로 가신 지 몇 개월도 채 지나지 않고 할아버지께서 주말 아침에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나셨다. 다가온 이별이 갑작스러워서였을까 아니면 너무 충격이었던 탓이었을까, 눈물이 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부터 할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했는데 마지막으로 통화를 한 사람이 나여서, 비록 전화를 받은 할아버지의 목소리도 너무나 망가져있었기에 할아버지인줄 알아차리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할아버지와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 내용이 학교에서 상장을 받았다고 자랑했던 것이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생전에 할아버지께서는 나와 언니가 상장을 받은 것을 소중히 파일에 하나하나 보관하실 정도로 좋아하셨기 때문에 마지막 대화가 아프고 슬픈 것이 아닌 자랑스럽고 기쁜 주제였기 때문에 정말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비록 코로나 때문에 면회가 불가능했지만 멀리서나마, 할아버지께서 제일 아끼셨던 내가 마지막 대화를 나눌 수 있었기에 아쉬움은 있더라도 밉진 않았다. 

눈을 감은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약속했던 게 생각이 나는데.. 사실 아직까지 제대로 지키진 못하고 있다. 할아버지를 대신하여 이제 정말 나와 언니만 곁에 남은 우리 할머니, 그리고 눈물 많고 마음이 여린 우리 언니를 내가 꼭 지키겠다고 그리고 할아버지를 보고 나서야 눈물을 흘리는 나 또한 많이 울지 않겠다고 가끔가다 너무 힘이 들때만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겠다고 그러니 할아버지도 먼저 떠나시면서 가슴 아파하지 말라고 나 스스로 다짐을 하였는데 아직도 나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시구처럼 예전을 그리워하며 어쩌면 자주 슬퍼하고 있기에 다짐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할머니께서도 병세가 악화되셔서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시는데 입원해 계신 탓에 같이 살지 못하기에 더욱 더 허전함을 느끼며 이 시처럼 나도 이별 후 그리움과 소중함을 느꼈고 과거에 했던 어리석은 행동들을 후회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에서 데자뷰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불꽃처럼 뜨겁게 남은 기억 여전히 남아 피어오르네

시를 읽으면서 음악 두 곡이 떠올랐는데 이 음악을 소개해보려 한다. 우선 첫 번째로 엔플라잉의 STARLIGHT(https://youtu.be/k2bjShbdb4U)는 곡인데 이 곡은 작사  곡한 이승협이라는 멤버가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섬세한 표현과 따뜻한 진심을 얹어 쓴 곡이다. 

곡의 가사 중 “이제 몇 번이라도 다시 볼 수 없어 가만히 널 바라보죠”라는 부분에서 우리 가족이 할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난 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할아버지의 사진을 가만히 보았던 것이 생각이 났었고, “단 한 번이라도 그댈 보고  싶어 가만히 하늘을 보면서”라는 가사에서 나도 그런적이 있었기에 더욱 공감이 되었고 내가 고른 시의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라는 시구가 떠올랐다. 또 “이유 없이 흐르는 내 눈물엔 너의 흔적이 묻어져 있네 불꽃처럼 뜨겁게 남은 기억 여전히 남아 피어오르네”라는 가사에서 정말 할아버지가 보고 싶었을 때 이유 없이 눈물이 흘렀을 때가 있었는데 이 곡이 눈물엔 그 사람의 흔적이 묻어져 있으며 불꽃처럼 뜨겁게 남은 기억은 여전히 남아 피어오르네라고 내게 말해주는 것 같아서 감정 이입이 되면서 묘한 위로를 받는 것 같아서 힘이 났다. 무엇보다 내게 남은 기억이 갈수록 사라지는 것이 아닌 불꽃처럼 뜨겁게 피어오른다는 그 말이 너무나 좋았다. 할아버지에 대한 내 기억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 마지막으로 이 곡을 소개하는 이유는 할아버지를 잃고 난 후 이 노래를 들으면 자꾸 눈물이 차올라서 듣지 못하는데 그만큼 이 곡이 나에게 있어 내 상황과 비슷하여 위로를 주는 곡인만큼 시를 읽으며 이 곡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곡은 엔플라잉의 Flashback이라는 곡인데 이 곡은 내가 할아버지의 장례를 끝마치고 집에 돌아와 처음으로 들었던 노래이다. 원래 음악 감상을 좋아하던 나였지만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할 때에는 정신이 없었기에 음악을 듣지 못하였는데 장례식 이후 처음 들었던 노래가 마침 내 상황과 비슷한 곡이었어서 2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곡의 첫 시작이 “익숙한 날에 낯선 이 기분은 변함없길 바랐던 내 마음 탓이죠 그리워해도 내일로 가야죠 내 마음은 반대로 멀어져 가죠”라는 가사로 시작이 되는데 이 가사 또한 내가 느꼈던 그대로라서 마음이 갔다. 후렴구엔 “보고 싶어 모습을 떠올리면 언젠가 네가 말하던 그 사랑 얘기에 착각 속 살았던 날 다시 돌아본대도 행복해 말하던 너의 표정의 의미가 놓쳐버린 행복인 걸 알겠죠”, “시간 지나며 사라진 내 기억 생각 없이 생각나기 참 쉽죠 웃겨 난 그땐 무표정했었는데 예전의 나를 그리워하죠”라는 가사또한 정말 할아버지를 떠나보내기 전과 후가 저 가사처럼 변했기에 나도 모르는 새에 곡을 썼나 싶을 정도로 나와 노래가 매치가 잘 되어서 시를 보며 이 곡이 생각났다.     

소중했던 순간 순간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나의 어린 시절부터 비교적 최근까지도 나를 예뻐해주시고 사랑해주시고 옳은 길로 갈 수 있게 해주심을 알고는 있었으나 ‘사춘기’를 핑계로 같이 있을 때에 투덜대며 상처드리기 바빴고 익숙함에 속아 나와 함께 오래 함께 할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오만함을 곁에서 떠나보내고 나서야 알게 되었고, 지금에서야 소중했던 순간 순간을 그당시에 가볍게 생각했던 것을 후회하고 있고, 매일 보던 그때를 지금에서야 그리워하고 있다고, 너무 보고싶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곁에 있던 때에 나의 행동으로 인하여 속상했던 일이 있으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죄송하다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 소중한 순간 순간에 곁에 있어주셔서 감사하다고, 그 기억으로 내일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웃으며 언젠간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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