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병섭 Jul 16. 2024

이별을 직감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한참이 지나서도 그 사람을 잊을 수 없어

이 시에서 말하는 이와 시인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본인의 경험을 시로 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별하는 상황을 꽃에 비유하며 표현한 걸 보면 봄에 꽃이 예쁘게 필 시기에 그 사람에게 반하기 시작해서 봄에 봤던 꽃들이 계속 생각나는 꽃이 다 지는 겨울에 이별을 맞이한 것 같다. 시를 읽어보아 시 속의 ‘말하는 이’는 그 사람에게 첫눈에 반해 그 사람과 사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사귀게 되었지만 결국 끝을 맞이한 것 같다. 



시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이라는 시구를 보아 이별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꽃이 질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별의 순간은 정말 한 순간이라는 게 씁쓸하면서도 속상해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미 이별할 걸 알고 그 이별을 맞이할 때 나름 담담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그리고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이라는 시구를 보아 아마 이 시는 이별을 한 뒤 한참의 세월이 지나 쓰여진 시인 것 같다. 한참이 지나서도 그 사람을 잊을 수 없어 이별의 순간과 그 이별은 잊을 수 없다는 것을 느껴 쓰여진 시 같다.




모든 인연들은 정말 알 수 없는 한순간에 뚝 끊어지는 것 같다.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이라는 시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소중했던 친구와의 연이 끊기거나 정말 소중했던 이의 죽음 등을 경험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시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늘 나랑 언니를 예뻐해주시고 늘 챙겨주시던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가 아프셨던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한순간에 할아버지와의 꽃이 져버렸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그 날에는 정말 울고 울고 또 계속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할아버지와의 추억들과 그 날을 잊을 수 없는 걸 보니 저 시구처럼 정말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라는 걸 느끼고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 정말 소중하게 생각했던 친구가 있었다. 같은 반이라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하교 후에도 같이 노래방을 가거나 간식을 사먹고 같이 학원에 가면서 많은 추억을 쌓은 친구였다. 하지만 다른 친구와도 친해지며 그 친구와 사소한 오해가 생기고 그 친구도 다른 친구가 생기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른 학교로 친학하며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리고 특히 초등학생 때는 친구들끼리 사소한 오해가 쌓이고 그걸 푸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정말 사고한 오해 하나로 친구와의 인연이 끊길 수 있기에 모든 인연들은 정말 알 수 없는 한순간에 뚝 끊어지는 것 같다. 




그렇게 한순간에 뚝 끊어져버린 인연들을 잊는 건 정말 짧아도 몇 년은 걸리는 걸 느낀다. 하지만 살면서 모든 인연들은 언젠가 꽃이 지듯 인연이 끊기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인연이라는 꽃들이 지고 그 꽃들을 잊는 과정을 배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인 것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때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이 시를 읽으며 그 생각이 났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느라 바쁘셔서 유치원이 끝나면 친할아버지가 데리러 오시면 친할아버지댁으로 가서 놀고 밥을 먹고 그러다 부모님이 오시면 집에 가고 그랬었다. 물론 초등학생 때도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친할아버지와 행복하고 즐거웠던 추억이 많았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담배나 술 등 몸에 안 좋은 것들을 자주 많이 즐기셨기 때문에 건강이 좋지 않으시고 아프셨다는 걸 알고 있어서 언젠가 돌아가실 수 있다는 걸 그 어린 나이에도 알고있었 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는 정말 뭐라 설명하기도 힘든 감정을 느끼고 눈물이 계속 났던 게 기억이 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거의 10년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나고 가족들도 가끔 할아버지 얘기를 하는 걸 보니 나는 물론이고 우리 가족들도 할아버지를 완전히 잊는 건 아마 불가능할 것 같다. 정말 할아버지와의 인연이 길가의 꽃들이 지는 것처럼 한순간에 져버렸지만 할아버지를 잊는 건 정말 한참 걸릴 것 같다. 어쩌면 한참이 지나고 또 한참이 지나고 불가능할 것 같다. 




이미 경험해본 그 슬픔과 그리움을 나누기 위해


70년 후 나의 장례식에 온 이들에게 이 시를 바치는 이유는 70년 후 나의 장례식에 온 이들은 이미 다른 이들의 장례식을 가봤을 것이다. 정말 가까운 사람의 장례식이든 아니면 형식적으로 간 장례식이든 어떠한 형태의 장례식 즉 죽음은 경험해봤을 테니 다들 그 슬픔과 그리움, 외로움 등 다양한 감정도 경험해봤을 것이다. 이 시는 그 모든 감정들을 이미 경험해본 이들이 내 장례식에서는 그 감정들을 숨기거나 혼자만 느끼지 않고 나는 이미 그들과 함께이지는 못하겠지만 이 시를 통해 나와도 그 감정을 나누기 위해 골랐다. 이 시처럼 나는 쉽게 져버렸겠지만 나를 아끼던 이들은 나를 잊기 쉽지 않겠지만 나는 웃으며 그들을 보내주고 싶다. 그들도 웃으며 나를 보내주고 조금만 기억하고 추억하다 한참이 지난 후에는 정말 가끔 떠올리는 그런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운 사람을 잊는 건 꽃을 아름답게 피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이 시를 읽고 영화 어바웃타임이 생각났다. 어바웃타임은 주인공 팀이 성인이 된 날, 아버지로부터 놀랄만한 가문의 비밀을 듣게 되는데 바로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비록 히틀러를 죽이거나 여신과 뜨거운 사랑을 할 수는 없지만, 여자친구를 만들어 줄 순 있을거라 믿으며 런던으로 간 팀은 우연히 만난 사랑스러운 여인 메리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어색하고 어설펐던 모습은 시간을 되돌려 다시하는 등 시간을 돌리며 그녀와 매일매일 최고의 순간을 보낸다.는 줄거리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팀의 시간을 돌리는 능력은 자신이 살아온 시간으로만 갈 수 있고 새 생명이 태어난 후 과거로 간다면 그 아이가 다른 외형과 성별로 바뀌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살짝의 틈이었다. 그런 능력을 가진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과거로 돌아가며 그의 아버지와 계속 만날 수 있었지만 새 생명인 그의 둘째가 태어날 예정이 다가오며 마지막으로 과거로 돌아가 그의 아버지와 시간을 보낸다. 이 시를 읽으며 과거로 돌아가면서도 자신의 아버지와 만나는 장면과 더 이상은 과거로 돌아가서도 만날 수 없어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장면이 생각이 났다. 




주인공인 팀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한참 잊지 못해 자신의 능력인 시간을 돌려서라도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는 게 이 시의 마지막 시구인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이라는 시구와 잘 맞고 이 시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시간을 돌려 과거로 갈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팀이 그의 아버지를 만나러 과거로 간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지금은 그들과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지 않은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러 과거로 갔을 것같다. 다른 많은 사람들도 팀처럼 그리운 사람을 잊기는 꽃을 아름답게 피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일 테니까 말이다. 




그리하여 이 시를 읽고 어바웃타임이 생각난 이유는 그리운 사람을 잊지 못해 과거로 가면서까지 그 사람을 보러 가는 게 이 시속 ‘말하는 이’가 떠나간 그 사람을 한참이 지나도 잊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과 닮았기 때문이다.



이전 26화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