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세 마리

행복에 대하여

by 김병섭

우리 집 아파트 옆에는 길고양이가 세 마리나 살고 있다. 흰털에 회색 얼룩무늬와 그 위에 군데군데 갈색 줄무늬가 그려져 있어서 마치 고등어 같은 고양이와, 검은색 털에 부분부분이 까만 고양이와, 흰털에 예쁜 파란 눈을 가진 고양이 셋. 고등어와 비슷한 무늬의 고양이는 이름이 고등어이고, 까만털의 고양이는 까매서 깜이, 흰털의 고양이는 하양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나만 그렇게 부르는 특별한 길고양이들.


고등어는 다른 고양이들과는 달리, 성격이 낯을 지도 않는 애교쟁이인지 나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야옹야옹하는 울음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놀아주려고 쪼그려 앉으면 다리에 자기 얼굴을 부벼 댄다. 내가 조심스레 만지는 낯선 손길에도 도망 한 번 안 치다가 집에 가려고 하면 또 야옹거리면서 따라온다. 그러다가도 우뚝 멈춰서서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기도 하면서 말이다. 막상 가려고 해도 조금 멀어지면 그 자리에 앉아서 빤히 계속 쳐다보면서 우는 것 때문에 괜히 한 번 더 뒤를 돌아보게 되고 다시 고등어에게 다가가 또 만져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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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겨울쯤에는 추워서인지 잘 보이지 않아 걱정이 됐었지만, 날씨가 풀리고 나니 언제 없었냐는 듯 다시 얼굴을 내밀었다. 오랜만에 만났을 때, 허벅지를 탁탁 치며 불렀더니 또 울음소리를 내며 달려왔었다. 얘도 나를 반겼던 것 같았다. 벤치에 앉으면 거리낌없이 자기도 벤치 위에 올라와 내 무릎 위에 앉아서 내가 갈 때까지 꼬옥 붙어있는다.


또 다른 길고양이 깜이와 하양이는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다. 깜이는 내가 강아지풀 같은 걸 흔들어대면 같이 놀다가도, 내가 손등을 보여주며 조심스럽게 다가가면 바로 피해버렸다. 다시 강아지풀을 흔들면 냉큼 와주기는 한다. 하양이는 흔들리는 강아지풀을 따라 고개만 움직일 뿐이었다. 근데 예전엔 깜이도, 하양이도 잘 보이더니 요즘엔 고등어만 잘 보이고, 깜이는 종종, 하양이는 아예 잘 보이지가 않는다. 매일 풀숲에 앉아 가만히 있던 아이였는데.


나는 길고양이들을 보며 이따금씩 생각한다. 이 길고양이들은 왜 길에서 살아야할 운명일까? 좋은 주인을 만나 차가 쌩쌩 다니는 바깥이 아닌 위험 없는 좋고 따뜻한 집에서 갈아갈 운명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이쁨도 많이 받고 행복하게 살았을텐데. 물론 길고양이라고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없긴하다. 이 길고양이들도 나름대로 행복할 수 있겠지. 지나가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이쁨을 받는 것도, 날아다니는 나비를 잡으러 쫓아가는 것도, 조용히 앉아서 바람을 맞는 것도. 나름대로의 행복이 있을 것이다. 나의 길고양이 세 마리들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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