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권씨의 아들이라면?

독서토론수업/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윤흥길

by 김병섭

그래서 함께 하는 동료샘들과 나눈 걱정은 이것이었다.

"2020년대의 학생들이 1970년대의 권씨를 그냥 쓰레기로 단정하고, 돌아보지 않으면 어떡하나?"

윤흥길.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어렵다. 50년 전 소설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국가의 물리적인 폭력이 일상적이던 당대의 상황을

2020년대, 국가의 폭력이 현저히 축소된 시대에 익숙한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2020년대의 학생들은 폭력에 예민하고, 공정함을 요구하는 것에 익숙하다.

공정하지 않은 것에는 가차 없이 감정을 닫는다.

이것이 어려웠다. 그리고 걱정이 되었다.

규칙과 절차가 폭력적인 시대에는 규칙과 절차를 넘어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규칙과 절차가 폭력적이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규칙과 절차의 폭력성이 상당히 해소되었고,

규칙과 절차의 폭력성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물리적인 폭력을 당하는 일은 상당히 없어져서

규칙과 절차의 폭력성을 비난하는 것에 2020년대의 학생들은 상당히 익숙해 졌다.

그래서 함께 하는 동료샘들과 나눈 걱정은 이것이었다.

"2020년대의 학생들이 1970년대의 권씨를 그냥 쓰레기로 단정하고, 돌아보지 않으면 어떡하나?"

인천영종고 고명원샘이 주관하여 수업을 준비했다.

1. 시대읽기 : 10만원의 가치/ 광주 대단지 사건/ 1970년대라는 세상 읽기

2. 교사들의 수다방

3. 토론 + 논술

고명원샘이 주요 아이디어를 내 주시고, 자료를 조사하여 내용을 풍부하게 해 주시고,

감정을 드러낼 수 있게 하는 디테일들을 잘 잡아 주셨다.

오선생의 입장에서 그의 선의를 짚어주시는 은영샘의 의견으로 우리의 논의는 더 깊어졌다.

부디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다.

<사전활동>

https://youtu.be/aZ7fuD2zohY

2020 영종고 고1 국어 온라인 수업-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작품에 대한 수다방입니다.
세 분의 국어선생님들과 ‘아홉켤레...’라는 작품에 대해, 당시 10만원의 가치에 대해, 작품의 배경이 되는 광주 대단지 사건과 70년대라는 시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자막. 수정 능력자 학생님이 계시면, 자막수정 부탁드립니다.

부디 즐거우셨으면 합니다 ^^

img.jpg


질문1/ 질문2/ 질문3에 대해 정확히 말씀해 주세요.
아래 논술은 기말고사 논술출제범위에 포함됩니다.


- 아홉켤레 논술

상황: 벌써 4시간째 권씨는 술집에 앉아 있었다. 주머니에 있던 얼마의 돈으로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었다. 술을 마셔도 술을 마시는 것 같지가 않았다. 온몸을 달군 술기운에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일어설 수가 없었다. 술을 먹는 괴로움보다 집에 들어가는 게 더 괴로웠다. 아니, 무서웠다. 아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더 무서웠다. 아내와 아이의 목숨이 모두 걸린 일이었다. 대체 어찌해야 하나?


오선생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고작 선생 살림에 갑자기 그런 큰돈이 어디 있지는 않겠지. 그래도 내가 준 전세금은 어디 있지 않을까? 그걸 달라고 차마 말할 수는 없었지만...그래도 그렇게 돈 한 푼 쥐어주지 않고 나한테 같잖은 훈계만 나불대는 건 너무 괘씸한 거 아닌가? 지나 내나 다 대학 나온 사람인데, 그런 잘난 척은...그런데 대체 난 어찌해야 할까? 그래도...오선생네 집에 돈이 좀 있지는 않을까? 단 얼마라도...단 얼마라도...


소주 한 잔을 또 넘겼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야 하는 문제였다. 아내와 아이의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 그들 중 누구도 죽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감옥에 가는 게 차라리 나은 일이다. 까짓거 무서울 건 없었다. 그래도 도저히 맨정신에 나설 마음은 나지 않았다. 술잔을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잠시 멍하다 어느 새 술병이 또 하나 비워졌다. 밤이 깊었다. 마침내 권씨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권씨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집이라 하기에는 너무 작은 방이었다. 이 시간에 들어온 것은 아들의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아들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더더욱 그럴 수 없었다. 아들의 얼굴에 슬며시 손을 올려 보았다. 미동도 없다. 눈가가 축축하다. 권씨는 속으로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오늘 하기로 한 일을 꼭 해야했다.


작은 탁상등만 하나 켜고, 얼굴에 복면을 둘렀다. 그리고 부엌칼을 골랐다. 없는 살림에도 칼은 세 개가 있었다. 되도록 날이 무딘 놈으로 골랐다. 그래야 했다. 행여 소리가 날까, 칼을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었다. 주머니 속에서 칼자루를 꼭 쥐어 보았다. 그냥 혼자 쥐어 보는 것인데도 손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술기운이 더 얼큰하게 올라왔다. 침착해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돌아서던 때, 휘청 권씨의 몸이 기울었다. 가까스로 발을 디뎌 균형을 잡았으나 이런...아들의 발을 밟았다. 등줄기로 소름이 돋았다. 미안함보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아들이 깨면 어떡하지?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확인을 해야 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들의 얼굴을 찾았을 때, 마주쳤다. 아들의 눈빛이 나를 보고 있었다.

img.jpg


질문1: 당신은 권씨의 아들이다. 당신은 아빠의 계획을 모두 알아버렸다. 당신은 이 상황에 아버지에게 어떤 말과 행동을 할 것인가? 다음의 네 가지 중에서 하나를 고르시오.
가. 아빠의 강도 행위를 찬성한다.
나. 아빠의 강도 행위를 비판한다.
다. 아빠와 눈이 마주쳤으나, 잠결에 잠시 깬 것처럼 모른 척하며 다시 눈을 감는다.
라. 가, 나, 다 외에 다른 말과 행동을 한다. (자신만의 새로운 답이 있다면 자세하게 써 주세요. )


질문2. 질문1처럼 선택한 근거를 본문에서 찾아 그대로 옮겨 적으시오.


질문3. 질문1/ 질문2처럼 대답한 자신의 논리를 밝혀 서술하시오.

img.jpg


오프라인이라면 모둠별로 토론을 해 보았으면 좋았을텐데...그랬다면 우리의 이야기가 좀 더 깊어질 수 있었을텐데...

타인의 고통에 대한 우리 학생들의 감수성이 조금은 더 섬세해질 수 있었을텐데...아쉽기도 한데....

온라인 수업의 장점은

학생에게 배움의 의지가 있다면, 그 배움에 대한 몰입의 정도가 더 깊다는 것인데....

학생들의 답변이 기대된다.



출처: https://dasidasi.tistory.com/entry/논술-당신이-권씨의-아들이라면-아홉켤레구두-윤흥길 [교사가 지치지 않는 수업]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야기.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