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자신의 뇌를 연구하여 밝힌 우주의 비밀은?

숨-테드 창-과학소설수업-김병섭

by 김병섭
img.jpg


나는 공기를 충전한 허파를 매일 교환하고, 허파 충전소에서 나누는 교류를 즐기며, 금속성 피부와 골격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으나 지표면의 끝에 높고 견고한 크롬벽이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 나는 새해 첫날을 알리는 시보에 시차가 일어나는 현상에 의문을 품고 조사하던 중 시보가 아니라 자신과 같은 존재들에게 시간을 인식하는 부분에서 오류가 있음을 깨닫고 자신의 뇌를 직접 해부하는 작업에 돌입한다. 뇌의 부품 중 인식과 기억을 담당하는 장치들을 면밀히 살피던 나는 자신과 같은 존재들이 공기 그 자체가 아니라 공기의 기압차에 의해 살아가고 있으며 이 기압차가 평형에 이르면 뇌기능이 정지함을 발견하여 세상에 알린다. 혼돈에 빠진 세상, 다양한 시도와 좌절이 거듭되는 가운데 나는 크롬벽 외부의 새로운 존재가 공기를 제공할 가능성에 기대어 이 모든 일을 기록하고 지식의 순수한 기쁨과 우주의 경이로움에 감사함을 전한다.


테드 창 작가님의 위대함은 완전히 다른 관점, 완전히 다른 시간, 완전히 다른 공간을 독자가 체험하게 한다는 데에 있다. 과학 소설가들이 전하는 우주, 생명, 통찰은 대개 우리와 같은 인간의 입장에서 서술한다. 테드 창 작가님은 다르다. 그는 우리에게 익숙한 우주, 익숙한 생명, 익숙한 통찰, 익숙한 개념을 인간이 아닌 지성체, 인간이 살지 않는 공간, 인간이 짐작하지 못한 시간에서 바라보게 한다. 우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간과 문명, 그 낯설지만 신비로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알게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은 얼마나 낯선 것인가, 그래서 또 얼마나 놀라운 것인가. 이 소설의 지성체는 인간이 아니다. 만일 격자형의 초박형 금박장치로 인식과 기억이 작동하는 금속성 지성체가 있다면 이들은 어떠한 세계에서 어떤 에너지로 어떻게 지성을 발휘하며 교류할까? 완전히 다른 공간, 완전히 다른 지성체,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구성된 이 소설을 다시, 또 다시 읽다보면 이 소설이 결국 인간과 문명과 우주에 대한 비유이며 부탁이고 기도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를 따라 기도하게 된다. 이 우주에 신이 없을 수는 있으나 신성한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게 되기 때문이다. 권하고 싶은 질문은 다음과 같다.


새해를 알리는 시보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그것의 의미는? / 만일 이 소설에 묘사된 '기압차'가 은유라면,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크롬벽으로 막힌 이 세계는 무엇일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이 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진화한 것일까 창조된 것일까? / 이 소설의 제목이 숨인 이유는?



출처: https://dasidasi.tistory.com/entry/인공지능이-자신의-뇌를-연구하여-밝힌-우주의-비밀은-숨-테드-창-과학소설수업-김병섭 [교사가 지치지 않는 수업]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출간!! 우리들의 랜선 독서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