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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깐 KKan May 07. 2017

사무라이와 함께 저녁을

시신사무라이

남들 다 올라가는 기요미즈데라를 뒤로 하고 작은 골목길을 따라 교죠자카 도로까지 쉬엄쉬엄 걸었다. 자판기에서 음료수 하나를 나눠먹으며 맛있다를 연발하고 닫은 듯 열린 가게 옆에 앉아 쉬며 참새 친구도 구경했다. 기요미즈데라를 찾는 사람들로 바쁜 버스 정류장에서, 우린 다른 방향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헤이안 신궁을 지나 니조성 근처에 내리니 이곳은 또 다른 풍경의 교토. 예스러운 건물들보다 현대적인 서울 한복판의 거리 같았다. 반가우면서도 흥미가 반감되는 광경에 얼른 골목으로 도망치듯 입성. 골목으로 들어서니 조용한 마을이 펼쳐졌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골목엔 저마다의 저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지나갔다. 이웃과의 짤막한 담소도, 아이와 자전거를 타고 서두르는 귀가도, 교토에 사는 사람들의 진짜 모습들 같아서 사소한만큼 좋아 보였다.





골목 어귀에 자리한 눈에 띄지 않는 식당 이름은 "시신 사무라이(Shishin Samurai Cafe & Bar)". 사무라이 컨셉의 레스토랑이다. 코스 요리는 1인 당 1만 엔 정도고, 단품 메뉴는 보통 식당보다 살짝 비싼 수준이다. 인테리어부터 직원들의 행색까지 모두 사무라이를 연상케 한다. 실제 사무라이는 그렇게 나긋나긋하고 친절하진 않았을 테니, 부드러운 서비스를 제외하곤 모두 진짜 사무라이 같았다고 해도 좋겠다. 주문한 음식은 우유가 섞인 녹차 칵테일과 규동, 미소 소스의 치킨 구이. 칵테일은 달콤하고 상큼했고, 규동은 밥 깊숙이까지 간이 잘 배어 있어 굉장히 맛있었다. 독특한 음식은 치킨 구이였는데 미소 소스 덕에 구수한 맛이었다. 눅눅한 듯 바삭한 묘한 식감이 입맛을 돋웠다. 사무라이식 레시피를 고수하는 집이라는데, 이 맛도 이 집만의 특징일 수 있을 것 같다.





배가 완전히 고프지 않은 상태로 갔었는데도 맛있게 잘 먹고 나온 저녁. 해가 지고 있었다. 교토에서 자주 보았던 고양이 어미가 새끼를 물고 가는 로고를 또 만났다. 택배 서비스이려나 싶었는데 번역기를 이용해보니 이사 서비스라고. 그러기엔 너무 많이 보였는데 진실이 궁금하다. 버스 타고 오는 길에 압도적인 인형 사랑을 보여주는 자동차도 만났다. 어김없이 둘째 날도 편의점을 털어 귀가 완료. 푸딩은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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