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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깐 KKan Apr 22. 2019

너는 왜 그래야만 했니

<퀵샌드: 나의 다정한 마야>, 2019



스웨덴의 고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다. 피투성이 교실에서 넋나간 채로 이송되는 '마야'.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총을 쐈고 그 총에 친구들이 죽었다. 그녀가 지키고 싶어했던 세바스티안 또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퀵샌드"는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범죄를 중심으로 사건을 일으킨 소녀와 주변 친구들의 심리를 다룬다.



착실하고 책임감 강하던 마야가 아버지의 학대와 무관심에서 망가져가는 세바스티안과 만나면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 굉장히 세심하게 담고 있다. 세바스티안에게 빠져드는 마야의 마음도, 그녀가 세바스티안을 걱정하고 무언가 자신의 삶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불안해하는 과정도, 자신의 손으로 저질렀지만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고통도 , 날 것 그대로 전해지는 것처럼 생생해서 그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는 기분이 든다.



학대 받은 아이가 어떻게 삶을 놓게 되는지, 사랑 받는 아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되는지, 그 사람의 삶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모든 것이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일 뿐이다. 왜 그랬냐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건 오직 본인이지만,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들은 설명할 방도가 없다. 그나마 그들 삶의 몇 순간을 함께한 사람들, 심지어 관객인 우리조차 그들의 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지만 누구도 대신 답해줄 수는 없다.



타인의 판단은 오히려 단순하다. 모두 같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전제 아래에서도 정확하게 사건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건 어려운 일이기에, 주어지는 정보가 제한적이며 자신의 편에게 유리한 판단을 이끌어내려는 사람들의 전쟁인 재판은 훨씬 더 진실과 멀어지기 쉽지만 결론을 내리기엔 쉽다. 이래서 그렇습니다, 하고 마무리 지으면 그만이니까. 증명할 수 없는 진실은 거짓이 되는 재판장에서 증거 없는 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짧은 영화 한 편처럼 순식간에 보게 된 여섯 개의 에피소드. 재판장에서 진실이 밝혀졌는가 하는 부분보다 마야와 그 친구들의 마음에 더 눈이 갔다. 북유럽에서 실제 이슈가 되고 있을 이주민 문제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도 시사적인 접근보다 이주민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반적으로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마음을 갖게 되는지 자신의 일처럼 느끼게 하는 드라마다. 여운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우니 휴일의 초입 즈음에 보는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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