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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May 21. 2024

나의 독일 장바구니, 형제의 나라 정식

2. 형제의 나라 정식, 터키식 브런치



 독일어로 Spät(슈퍁)은 "늦은"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이다.

Späti(슈패티)는 이 형용사 단어에서 파생된 단어로, 독일의 편의점을 지칭할 때 부르는 이름이다.

일반 마트가 8시에서 저녁 9시 혹은 저녁 10시까지 여는데 비해 슈패티는 그 마트들보다 2시간 정도 일찍 문을 열고 닫는다. 24시간 여는 한국의 편의점과는 다른 점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온갖 편리한 물건을 다 살 수 있는 한국의 편의점과는 달리 주류, 간식류, 담배, 로또, 가끔은 빵 정도를 살 수 있다는 점도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주말 혹은 공휴일에 열지 않는 일반 마트를 대신하는 정도로의 편의만 생각하는 진정한 편의점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예전 독일의 슈패티는 조금 지루하고, 일반마트와 같은 물건을 팔면서 가격만 비싼 곳이었지만 최근엔 젊은 사장들이 늘어나면서 각종 해외 과자나 일반 마트에서 살 수 없는 물건들을 사들이며 조금씩 특색 있는 곳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우리 집 앞 슈패티가 바로 그런 곳이 되었다. 원래 슈패티 사장은 조금 나이가 있는 분으로 가게 운영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이셨고 주말에 가보면 물품대가 비어있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정말 간식이 먹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가고 싶은 곳은 아니었다. 그 가게 운영에 관심이 없던 사장님께선 어느샌가 가게를 팔고 젊은 사장이 왔다. 아주 어린 20세 터키인 사장인데 가게를 점점 새롭게 바꾸어나갔다. 각종 로또, 택배 서비스를 시작하고 다른 슈패티나 마트에서 볼 수 없는 물건들을 조금씩 들여오면서 이웃들에게서도 열렬한 반응을 얻게 되었다. 게다가 그 어린 나이 답지 않게 다양한 나잇대의 사람들과 항상 소통하며 가게를 키워나갔다.

그래서 이 슈패티는 조금 비싸지만 어쩔 수 없이 가는 곳이 아닌, 사장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특별한 간식을 사고 싶어 가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젊은 사장과 친해져 그곳에서 가끔 시간을 보내곤 한다.

내 남자친구는 워낙에 외향적인 성격이라 그 친구와 빠르게 친해졌지만 나와 그 친구는 둘 다 내향적이라 친해지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하지만 내가 한국인이란 걸 알고 난 뒤로 그 친구뿐만 아니라 그 친구의 아버지, 아르바이트생이 내게 모두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형제의 나라'라는 타이틀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이젠 내가 가게에 들어갈 때마다 모두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며 환영한다.

 이렇게 친해진 우리는 어느 날 즉흥적으로 서로의 집, 가게에서 식사를 하기로 약속했다.

일요일 오전엔 그 친구의 슈패티에서 터키식 아침식사를 하고 저녁엔 우리 집에서 한국식 치킨을 먹는 대식가 파티를 개최한 것이다.



수죽이라는 터키식 소시지와 스크램블 에그 그리고 터키 치즈와 빵, 채소.

이게 기본적인 터키 브런치다. 우리나라로 치면 간장계란밥 같은 이미지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날의 식사 이후 나는 형제의 나라 정식에 푹 빠져버렸다.


필수 재료는 계란, 수죽, 토마토. 빵과 채소는 기호대로 준비하면 된다. 터키식 치즈는 페타치즈와 비슷한 맛이 났는데 수죽이 이미 짜기 때문에 굳이 같이 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형제의 나라 친구가 전수해 준 새로운 브런치 레시피.

음식을 사랑하는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아 우리는 이 식사시간 이후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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