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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Jun 15. 2024

나의 독일 장바구니, 베지피자

6. 베지피자

 돈은 없지만 음식에 진심인 나는 배달음식도 참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그저 손가락으로 휴대폰 몇 번 터치하면 몇 분 안에 음식이 집 앞으로 도착하는 풍경은 얼마나 마법 같은가.

하지만 그 마법이 꽤나 비싸다. 배달비도 비싼데 배달원에게 팁까지 줘야 하니 그 한 푼 한 푼이 모이면 한 끼에 3만 원은 족히 넘게 된다. 물가가 비싸진 요즘은 더욱이 유학생 신분으로나 직장인 신분으로나 배달을 자주 시켜 먹는다는 건 참 귀족적인 행위다. 그걸 알면서도 바보 같은 나는 배달 어플을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며 작은 거 하나라도 시켜 먹곤 한다. 그러다 장 한번 못 보러 갈 정도의 금액이 찍힌 온라인뱅킹 어플을 보며 좌절한 적이 몇 번 있는데, 맛있는 음식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걸 어떡할까.

 한식이나 중식처럼 자잘하게 손이 많이 가는 음식 혹은 재료를 사러 가기 귀찮은 음식들은 시켜 먹어도 아깝지가 않지만 햄버거 피자 등은 이제 1년에 한 번 시켜 먹을까 말까 한 음식이 되었다. 한국에 있을 땐 그렇게 쉽게 사 먹던 것들이었는데 여기선 일반 마트에만 가도 다양한 종류의 피자를 맛볼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냉동피자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피자도우를 팔기 때문에 만들어먹는 게 더 건강하고 쌀 때도 많다. 특히 배달시켜 먹는 피자는 토핑을 하나만 추가해도 3유로 4유로씩 내야 하는데 마트에서 3유로 4유로치 채소나 육류를 사면 피자 위에도 올려먹고 다른 음식도 추가로 해 먹을 수 있으니 더 이득이다.

 하지만 피자도우에는 손이 잘 안 가는데, 왠지 그 넓은 도우 위에 내가 이것저것 토핑을 올려야 하는 게 은근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넓은 도화지에 네 꿈을 펼쳐봐'도 아니고 '넓은 도우 위에 네 토핑을 펼쳐봐'라니... 게다가 조금 이상한 고집도 있다. 누구나 피자가 밀가루란 걸 알고 먹지만 피자도우를 사게 되면 정말 밀가루 반죽 그 자체를 사게 되는 거니 내가 밀가루를 먹고 있구나라는 게 더욱 인지가 잘돼서 왠지 모르게 내 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다이어트할 때 직접 만든 요리가 좋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더라. 직접 요리하면 들어가는 재료를 눈으로 볼 수 있으니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피자에서 이런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내가 만들어 먹는 피자는 조금 많이 건강하다. 고기 하나 들어가 있지 않은 베지피자.


요즘은 비건 치즈도 잘 나와서 버터나 일반 치즈 없이 완전 비건 피자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속세의 맛을 기대하지 않고 먹는다면 정말 감탄할 만큼 맛있다. 밥은 조금 짜다 싶을 정도로 간을 해주는 게 좋은데, 소스를 좀 짭짤한 걸 쓴다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 일반 피자와 다른 점은 정말 이 재료 본연의 맛을 하나하나 다 느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화로운 맛이 입안에 퍼진다는 것이다.


베이컨을 추가해서 먹는 것도 별미니 꼭 해 먹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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