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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Jun 23. 2024

나의 독일 장바구니, 딸기 놀이동산

7. 딸기 놀이동산

 독일 땅에 귀하디 귀한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할 때면 길거리엔 슈파겔과 딸기를 파는 노점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슈파겔은 아스파라거스의 하얀색 버전인데 훨씬 부드러운 버터 같은 식감에 살짝 고소하면서 파릇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봄날이라는 것을 알리기에 딱 좋은 파릇파릇한 맛이다. 이런 파릇파릇한 맛으로 봄을 맞이할 수도 있지만 상큼한 맛으로 봄의 시작과 여름의 끝을 함께하는 과일이 있는데 그건 바로 딸기. 


완전한 봄이 찾아오기 전 3월쯤부터 딸기모양의 귀여운 노점상이 곳곳에 들어서기 시작하는데, 이 가게들은 'Karls Erdbeerhof(칼스 딸기농장)'이라는 곳에서 왔다. 일반 마트에서 파는 딸기들은 딸기향이 나는 채소를 씹는 느낌이라 하면 이곳의 딸기들은 확실히 다르다. 저 Karls라는 상표가 무슨 프리미엄 마크라도 되는 듯 말이다. 딸기향 무를 씹는 듯한 맛 때문에 딸기에 대한 기대감이 팍 식었을 때쯤 이곳의 딸기를 맛보면 '아 이게 딸기고 과일이지..' 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딸기가 맛있는 만큼 다른 딸기제품들도 정말 맛있다. 각종 딸기딸기한 간식들에 굿즈. 정말 하나를 파고들면 이 정도로 발전시킬 수 있구나 생각했다. 


그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이곳의 딸기 라임 잼이다. 사실 다 맛있다. 하지만 이 잼은 라임의 상큼함과 딸기의 상큼 달달함을 적절히 섞어 참 환상적인 맛의 향연을 맛볼 수 있다. 달걀 리큐르, 바닐라, 마라쿠자 등등 정말 상상도 못 할만한 조합의 잼들이 가득한데 다들 놀라울 정도로 좋은 맛의 조합을 이룬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큰 딸기 간판 뒤로 수백 개의 커피, 차 주전자가 보이는데 저게 모두 27,390개 정도라고 한다. 수년 전, 그로스 부인이라는 분은 많은 커피주전자를 수집했었는데 어느새 그녀의 집에 공간이 부족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칼스의 창립자인 칼센은 이를 보며 이 주전자들을 전 세계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하는 건 어떻겠냐 제안했고, 그 뒤로 그의 지인들 또한 그에게 멋진 주전자를 제공해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찻주전자 전시는 2012년 기네스북에 기록되었다. 세계기록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도 주전자를 계속해서 나누어주었고, 곳곳에 있는 Karls 딸기농장의 건물 모두에는 이런 찻주전자들이 즐비해있다고 한다. 칼스 측에서는 자기들은 계속 찻주전자를 모으고 있으니 자기들의 주전자 가족에 합류해 달라고 홍보하고 있다. 

놀이기구에서 변기 그리고 캐릭터까지 모든 것이 딸기로 이루어져 있을 것만 같았던 이곳에는 색다른 테마의 구역들이 많았다. 특히 놀이기구들 중엔 재미있는 이름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감자 칩 속의 롤러코스터'였다. 재미있는 테마 덕분이었을까, 이것을 타기 위해서 우린 30분 정도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줄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는데, 그곳에는 감자칩의 역사 감자칩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 등 오로지 감자칩을 위한 감자칩에 대한 것들로 가득 찬 벽과 물건들을 볼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에 갔지만 겨울의 서늘함을 느낄 수 있었던 얼음공원. 입장하기 전에는 꼭 망토를 걸치고 들어가야 하는데 이 망토로 충분치가 않다. 롱패딩을 입고 들어가야 장시간 머무를 수 있을 것 같다. 안에 작은 바가 있는데 이 말도 못 할 서늘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싼 값을 내고 핫초코를 사 먹을 수밖에 없었다. 참 장사 잘하는 곳이다. 




너무 넓고 볼거리도 많아 두 번쯤은 더 방문해야 할 것 같은 이곳. 

지루하고 잔잔한 독일생활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다면 꼭 이곳을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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