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베어먹은 초콜렛 조각

by 주아

그건 아직 내가 할일이 남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이걸 다 먹고 이를 닦고 깨끗하게 씻고 누군가들이 있는 거리로 나갈 수 없다는 뜻이다. 여전히 하얀 워드판에 무슨 글자라도 최대한 말이 되도록 채워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건 퍽이나 어렵다. 나의 섣달 그믐날, 2015.


나는 일종의 새해 습관이 있다. 섣달 그믐날은 내가 그 해 한 일 중 가장 열심히 한 일을 하는 것이고. 새해 첫날은 새로운 해에 가장 열심히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그 두 날은 한 해의 축소판처럼 나는 나를 위로하고 소망한다. 내가 올해 또 이런일들을 정성스럽게 열심히 하며 살았었구나..라는 위로를 그리고 새해에는 또 이런 일들을 열심히 하며 살겠구나.. 라는 소망을 꿈꾼다. 그건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이 반쯤 베어먹은 초콜렛 같은 글들을, 원래의 모양도 형체도 알 수 없지만 아직 언젠가 맛보아 익숙했던 달콤함을 기억하고 언젠간 다시 그 달콤함으로 끝낼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렇게 올해도 살았고, 내년에도 산다면.


우리 모두를 무력하게 느끼게 하는 이 험난한 세상속에서 모두에게, 반쯤 먹다남은 초콜렛을 달콤하게 끝내는 순간이 오기를. 이왕이면 저 다람쥐처럼 사랑스럽고 평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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