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을 펴듯, 어깨를 내려놓듯

달리며 깨달은, 힘 빼기의 기술

by 깡작
달리다 보면


스텝이 꼬이고, 몸이 갑자기 무겁게 내려앉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대부분은 다리 탓을 먼저 한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팔에 있는 경우가 많다.


올라간 어깨, 굳은 팔꿈치, 괜히 힘이 들어간 주먹 하나. 작은 경직 하나가 온몸의 흐름을 가로막는다.

팔이 경직되면 상체가 흔들리고,상체가 흔들리면 하체의 리듬도 무너진다.


지난 대회 막바지, 완전히 망가졌을 때도 그랬다.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천근만근...문득 내 몸을 보니 어깨는 귀까지 올라가 있고, 팔은 가슴 위로 떠 있으며, 주먹도 꽉 움켜쥐고 있었다.그렇게 버티려고 온몸에 힘을 주고 있었는데, 정작 그 힘이 나를 더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아주 작은 이완이다. 어깨를 내리고, 팔꿈치의 긴장을 풀고, 주먹을 가볍게 펴듯 힘을 빼는 것, 그러면 놀랍게도 다리의 리듬이 서서히 돌아온다.


달릴 때만이 아니었다. 일상에서도 나는 늘 이런 식이었다. 마감 앞에 앉아 있을 때도 키보드를 두들기는 손끝부터 어깨까지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관계가 어긋날 때도 끝까지 붙잡으려
더 꽉 쥐고 있었다. 막힐수록 더 힘을 주고 안 풀릴수록 더 오래 버텼다. 그런데 알고 보면
내가 주고 있던 그 힘이 정작 나를 멈춰 세우고 있었다.



주먹을 펴듯...
어깨를 내려놓듯...

억지로 끌어당기지않고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


힘을 빼는 순간 비로소 앞으로 나아간다.

때로는 그것이
더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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