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흔들려도, 결국 다시 또 달리는 마음
10km 레이스를 마치고, 풀코스 주자들이 들어올 시간쯤 마지막 코스 통과 지점에 앉아 있었다. 내게 풀코스 마라톤은 아직 넘사벽. 미지의 세계 같은 것. 그래서인지 그걸 해낸 사람들이 궁금했다. 그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42.195킬로미터를 달려온 걸까.
42.195
이 숫자를 보고 있으면 묘한 기분이 든다. 단순한 거리가 아니다. 이 숫자 안에는 사람들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이다. 오랜 훈련의 결실, 자신과의 약속, 해보겠다는 다짐. 무엇보다 포기했던 날들과 다시 시작했던 마음이 겹겹이 쌓여 있는 거리, 어쩌면 그 모든 것일 수도 있다.
멀리서 점처럼 보이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여전히 일정한 박자로, 누군가는 거의 쓰러질 듯 흔들리는 걸음으로 마지막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 발걸음 하나하나가 각자의 시간과 이야기일 것이다.
3시간 20분을 넘어서고 있을 때였다. 결승선을 불과 100미터 남겨둔 지점에서 한 주자가 다리를 움켜쥐며 멈춰 섰다. 경련인 것 같았다.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했다. 주변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몇 분이나 흘렀을까. 그가 천천히 한 걸음씩 떼기 시작하며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모든 사람이 그의 완주를 자신의 일처럼 응원했다.
그날 1등으로 들어온 사람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주자의 완주는 오래 남을 것 같다. 주저앉았다 다시 일어서던 그 한 걸음. 포기할 수도 있었는데 다시 앞으로 나아간 그 의지, 그리고 그를 향해 마음을 모아주던 사람들.
마라톤,
그리고 인생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레이스를 달리고 있다. 누구는 빠르게, 누구는 천천히.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주저앉기도 한다.
살아 있는 한 계속 달려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주저앉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것. 다시 한 발을 내딛는 용기. 포기하지 않고 다시 뛸 수 있는 그 마음이 어쩌면 그 어떤 것보다 값진 게 아닐까.
그리고 그런 순간을 함께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 응원이 우리를 멈추지 않게 하는 힘이 된다.그것이 우리가 계속 달릴 수 있는 이유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달리는 진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