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러너 심진석처럼, 자유롭게 달리는 삶
러닝을 하면 따라붙는 조언과 기준들이 있다. 신발은 뭐가 좋다, 옷은 어디껄 입어라, 가민은 필수다, 팔치기는 이렇게, 착지는 저렇게… 한때 그 기준을 따르려 애썼다. 그래야 힙한 러너가 될 거라 믿었다. 그런데 그럴수록 달리기가 즐겁지 않았다. 데이터에 쫓기고 장비에 매달리다 보니 정작 내가 왜 달리는지 그 이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쯤, 알고리즘이 연결해 준 한 러너를 보았다.
낭만러너 심진석
그는 그냥 달렸다. 정말, 그냥 달렸다. 사실 마라톤이라고 하기엔 보폭도 크고, 초반 오버페이스 질주...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흔한 가민 워치도 없었다. 손목엔 낡은 카시오 하나. 유니폼도 신발도 고가 브랜드가 아니었고, 심지어 양말조차 신지 않았다. 그런데 화면 속 그의 달리기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규칙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 누구의 기준에도 흔들리지 않는 리듬. 그 에너지가 화면 밖으로 흘러나왔다.
이후 몇몇 대회에서 그를 다시 마주쳤다. 여전히 초반 오버페이스 질주, 여전히 같은 차림에 같은 자세로 달리고 있었다. 더 놀라운 건 그렇게 마라톤의 모든 정석을 깨고도 늘 입상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성적보다 더 매력적인 건 따로 있었다. 달리기에 흠뻑 빠져있는 열정, 그게 진짜 힙해 보였다.
어쩌면 달리기에 있어 정석 같은 건 애초에 없는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맨발이 편하고, 어떤 이는 비싼 신발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데이터로 동기부여를 받고, 누군가는 시계 없이 더 자유롭게 달린다. 중요한 건 남의 기준이 아니라 내 속도, 내 리듬, 내 걸음...내가 흠뻑 빠져드는 그 순간.
우리 삶도 그렇다. 애초 정답도 정석도 없다. 다만 나답게 달리는 것. 그게 유일한 방향일지 모른다. 결국 가장 힙하게 사는 방법은 남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 리듬을 잃지 않고 끝까지 나로 달리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