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을 달린다.

얼음판 러너, 균형 잡고, 멘탈 잡고, 그냥 간다.

by 깡작

어제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아

눈을 밟으며 뛰었다.


평소보다 다리에 훨씬 더 많은 힘이 들어갔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균형 잃지 않으려고

한 걸음 한 걸음

바닥을 꾹꾹 눌러가며 달렸다.


눈밭을 달린다는 것은

더 많은 감각을 느끼는 일이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눈의 밀도,

발을 떼는 순간마다 달라지는 무게중심…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모든 것들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요즘 내 마음도 이렇다는 것을.

외부의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몸과 마음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흔들리지 않으려고,

나 자신을 꼭 붙잡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감정이 밀려오고

더 예민해진 나를 마주하게 됐다.

처음엔 버거웠지만

생각해보면 이 또한

나를 지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힘이다.

그리고 이 힘주기는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하는

또 하나의 근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눈 위에서는 누구나 속도를 늦춘다.

느린 속도가 흠이 아니고

조금 힘이 들어가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냥 그런 날이 있는 법이다.


그냥 그렇게 가면 된다.

눈이 녹으면

다시 원래의 속도로 뛰게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얼음판 위에서 생긴 힘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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