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날, 될 대로 되라며 달렸다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에도 나갔다.
며칠 쉬었더니
그 쉼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러다 영영 안 뛰겠다 싶어
몸을 억지로 밖으로 밀어냈다.
너무 추워서
스트레칭을 해도 몸이 풀리지 않았지만
일단 출발했다.
출발과 동시에
입과 얼굴은 얼얼해지고
근육은 뻣뻣했다.
그럼에도 달렸다.
아니나다를까
눈까지 퍼붓기 시작했다.
앞은 흐려지고
길은 미끄러웠다.
잠시 멈출까 싶었지만
돌아가자니 이미 나온 게 아까웠다.
그래서 그냥
모든 걸 내려놓았다.
이 구역 미친 X처럼
칠렐레 팔렐레
될 대로 되라며 달렸다.
눈송이가 모자에 쌓이고
주머니 한 가득이었지만
그 어이없는 장면이
또 웃겼다.
생각해보면
뭐든 완벽한 상황에서
완벽한 컨디션으로 할 수 있는 날은
거의 없다.
아프고 불완전한 몸으로
마음도 오락가락한 채
우리는 수많은 출발선 앞에 선다.
그리고 또 달려야 한다.
그렇게
발이 부르트도록 뛰고
머리가 아플 만큼 고민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성과가 없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한 발 내딛는 것.
될 대로 되라며
그래도 한 번 더 가보는 것.
그 자체로
이미 네가 할 건 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