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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지 Sep 01. 2023

나에 대한 설명은 아끼자

대학생 아들과 대화하기


/ 션과의 통화 시리즈 /


션이 "엄마, 내가 뭔가를 열심히 하거나 신나서 할 때 친구들이 "왜 굳이 그렇게 해?"라고 물어볼 때가 있어. 예를 들어서 이번에 왜 그렇게 수업을 많이 신청했냐고 묻길래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걸(꿈) 설명해 줬어."라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듣고 넘기다가 션이 서너 번 비슷한 이야기를 하였고, 그때마다 션이 친구의 질문에 답변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 같아서 해준 이야기다.






엄마 생각에는 그렇게 매번 구체적으로 자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줄 필요가 없는 것 같애.

진짜 궁금해서 한 질문이 아니라, 자신과 네가 다른 거 같아서 '호기심'에 한 질문 같거든.

거기에 그렇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면 듣는 사람에 따라 너를 더 잘 이해하기 보다, '아.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어.


처음에는 가볍게 물어본 건데, 이야기 듣다 보니 네가 열정도 있어 보이고 꿈도 큰 것 같아 보이는데 자기는 그렇지 않다면, 어떤 사람은 동경하고 멋있다고 느낄지 몰라도, 또 어떤 사람은 '나와 너무 다르구나' 하고 한 발짝 떨어질 수도 있지.


이럴 때는 그 사람 입장으로 공감할 만한 말을 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예를 들면, "그러게, 욕심껏 수업 신청했더니 까다로운 교수님이 걸려서 더 바빠졌네, 넌 무슨 수업 들어? 와 좋겠다. 다음에는 나도 그 수업 들어야겠다." 이런 식?


네가 5살 때 인가, 아이비리그 간 형 누나들 책 몇 권 읽다가 감탄을 했거든. 어떻게 학생들이 이렇게 꿈을 좇아서 열심히 할 수 있는지 하면서. 그러면서 엄마와 친한 직장 동료한데 이야기해 줬더니, "그 학생은 왜 그렇게 힘들게 산데요?"라고 해서 놀란 적이 있었어.

다른 것도 아니고 '부지런하고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할 줄 몰랐거든.


그러고 보니 사람마다 예쁘다고 느끼는 것, 좋다고 느끼는 것, 호감이 가는 것, 싫어하는 것이 다 다른 거야.

하다못해 좋은 대학 가는 거에 대해서도 다를걸?

어떤 사람은 나도 저기 꼭 가야겠다, 가고 싶다, 부럽다, 또 어떤 사람은 저기 간다고 뭐가 달라져? 등

일할 때도 서로 스타일이 다를 경우 도통 이해가 안가니까 서로 거리감 두는 경우도 생겨.


선과 악이면 비교적 명쾌한데 그게 아닌 모든 것들은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 달라.

저 사람이 나와 다른 정도를 크게 느낄수록 거리감을 더 두게 되는 것 같아. 공감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되니까.

그래서 '나에 대해 알려주려고 하면 할수록' 상대와 가까워지기 보다 나와의 차이를 느끼게 되어서 오히려 반대 반응을 얻을 수도 있어.

그래도 넌 아직 학생이니까 다르면 다른 데로, 비슷하면 비슷한 데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데, 사회생활하고 나이가 들어가면 '나와 다른 너'를 '틀린 너'로 보는 경향이 세지더라. 자기 기준으로 그 상대가 이해가 안가니까.

아무래도 나의 성향이나 잣대가 더 뚜렷해져서 그런 거겠지.


나에 대해 '말'로 너무 깊이까지 설명하는 건 안 해도 될 거 같고, 함께 지내면 저절로 알게 되거든. 그러다 어느 날 '와 멋있는 놈, 그래 이전부터 알아봤어. ' 이렇게 되는 게 더 자연스럽고 좋은 거 같아.

진지하게 물어보는 경우가 있으면 뭐 그때는 진심 어리게 말하는 게 맞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또 대답만 넙죽넙죽 잘한다. "응"이라고.

귀여워죽겠네, 그냥.

추가로 내 이야기도 해 줬다.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블로그 하고 있다는 말을 거의 안 했다고.

나중에 언젠가 알게 되면 '와, 언제 이런 걸 하고 있었대?' 할 듯.

반전 매력이지.



https://blog.naver.com/jykang73/22302480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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