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자신감을 키울 때 '작은 도전'을 하게 해서 '성취' 경험을 많이 쌓으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이번 달 동화책 10권 읽기, 일주일에 일기 3일 쓰기, 줄넘기 매일 하기도 좋고, 집안일을 돕거나 동생을 돌보는 등도 좋다. 내가 무언가를 해 냈구나 할 만한 크지 않은 성취를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을 수 있다.
아이들 중 여러 대회나 시험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아카데믹한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아이들인데 초등학생일수록 왠지 격차가 두드러져 보인다.
한번 궤도에 진입하면 어느 시점까지는 꾸준히 좋은 결과를 보여줘서 엄마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도 '공부 잘하는 아이'로 통하게 된다.
아이가 특별히 뛰어난 경우, 작은 대회부터 시작해서 점차 큰 대회 상을 거머쥐고, 교육청 영재원에 이어 대학 부설 영재원에도 합격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해서 중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쭈욱 더 큰 실적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아이가 뒷심 발휘해서 치고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이렇게 두각을 드러내고 실패를 모를 경우, '자신감'만 생기면 좋겠으나 '우월감'에 빠질 위험도 있다. 아이뿐 아니라 부모들도 괜한 프라이드가 생기기도 한다.
아이가 기대에 부응하다 보니 매번 부러움을 받게 되어, 겸손하려 해도 '내 아이는 달라'라는 마음이 슬그머니 생긴다.
이렇게 작은 성취가 쌓여 큰 성취가 되고, 원하는 명문대학에 진학을 하게 되면 자식 농사 성공했다는 축하를 받는다.
하지만 내가 아이와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게 된 계기는 '계속된 성취'가 아니라 '실패 경험'이었다.
아이가 도전한 것 중 '첫 실패'가 그리 쓸 수가 없었는데, 돌이켜보니 돈으로 살 수 없었던 '최고의 보약'이었다.
그 실패란 교대 영재원에 불합격했을 때였다.
지금은 '그게 뭐 대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합격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어딘가에 떨어지거나 상을 받지 못한 적도 없었다.
'저 아이가 합격하지 못하면 누가 합격해' 라며 주변에서도 합격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어린 아이야 별 생각이 없었으나 엄마인 내가 그 여파가 며칠 갔다.
그때 '아, 그동안 나도 나 자신을 잘 몰랐구나. 그동안 쿨한 척한 것이었고 나도 엄마 욕심이 많았구나.'를 처음 알았다.
또한 '불합격에 대한 주변의 시선'을 의식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영재원 떨어진 것은 당시에는 큰 일 같이 보였으나, 아이 인생을 놓고 보면 정말 기억도 하지 못할 소소한 일이다. 그래도 처음으로 실패를 겪어보니 내 속마음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이때부터 '부모 욕심'을 덜어내는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도 깨달았다.
그다음 해 다시 도전해서 교대 영재원에 붙었는데, 재미있었던 점은, 첫 도전했을 때는 결과를 확인할 때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면 두 번째 도전했을 때는 발표일도 잊고 있다가 문자를 받았다.
합격 소식에도 그리 열광적으로 기뻐하지 않았다. 올해는 운이 따라줬네, 정도였다.
이후 아이가 사춘기를 겪기도 하고, 무수히 많은 도전도 계속했다. 힘든 시기일 수 있으나 아이는 진심으로 과정을 즐겼고, 나도 그 즐거움에 기꺼이 동참했으며 결과에 초탈했다.
혹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을 때도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가끔 아이가 간절히 원하는 대회가 있을 때 '결과가 좋지 않아도 괜찮아, 다음에 또 하면 돼'를 계속 말해줬다.
희한하게도 결과를 생각하지 않다 보니, 오히려 결과가 더 좋았고, 과정은 더 빛이 났다.
바쁜 고등학교 생활에도 끊임없이 도전에 도전을 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의 성향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결국 원하는 드림스쿨에 합격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는데, 아이의 학창 시절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도전을 하나 골라보라고 하면, '교대 영재원 불합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정의 즐거움과 겸손을 배웠기 때문이다.
교대 영재원을 첫 도전에 붙고 이후도 계속 승승장구했다면, 겉으로는 겸손한 우월주의에 빠져있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점점 도전을 하기보다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게 된다. 그래서 아이가 나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실패 경험을 간간히 해 봤으면 좋겠다.
성공을 통해서 지름길로 가는 방법을 배울 수는 있다. 반면 실패를 하게 되면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을 단단하게 할 수 있다. 잠시 돌아가는 것 같아도 장기적으로 보면 현재의 나를 진일보할 수 있는 길이다.
때로는 실패의 원인이 '내'가 아닌 주변 상황에 있음도 배운다. 반대로 성공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음도 배운다.
이럴 때 진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성공보다 값진 경험이 '실패'다.
단, 무분별하게 무작정 도전해서 당연한 실패를 가져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목표를 향해 달려갔으나 그 결과가 실패였을 때가 가치 있는 경험이 됨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