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의 육아일기 / 미국입시
션이 과외로 미국 입시멘토를 할 때 학생들과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 함께 이야기를 해 보는데, 가끔 "이거 하면 대학입학에 도움이 돼요?" 하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뭐라고 말해줬냐고 물어보니 완전 생뚱맞은 게 아니고 호기심이 있다면 일단 해 보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어떤 활동이 입시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은 마치 아이가 태어났는데 '이 아이가 커서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까요?' 질문처럼 큰 의미가 없다고 비유를 한다.
이 활동이 대학 입학에 도움이 된다, 안된다가 아니라 무슨 활동을 하든 간에 '어떻게 하느냐'가 대학 입학에 도움이 될 수도, 시간낭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경험이건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없고, 특히 미국입시는 나만의 개성과 특징이 필요한데 일반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겨지는 활동은 학생의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한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그거 시간 낭비 아니야?"라고 말하더라도 자신만의 스토리를 통해 결국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 된다면 그것이야 말로 대체 불가능한 훅이 된다.
션의 이야기를 듣고 션의 학창 시절을 돌아봤다.
션은 호기심이 많은 스타일이라 학교에서 하는 많은 활동에 참여했다. 그 활동이라는 것이, 대회도 있고 동아리 활동도 있었는데 모든 것이 다 세팅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션이 새롭게 만들어서 키워나간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 모든 활동이 입시를 겨냥해서 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어 보여서' 시작했고, 시작하고 나서는 이런저런 궁리를 하며 활동들을 조금씩 키워나갔다. 그래서 션의 활동은 짧게 끝난 것은 거의 없고 어지간하면 3,4 년은 했다.
그중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수학 동아리에 멤버로 있다가 고2에 동아리 리더가 되었다. 이때는 입시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해서 시간 배분이 중요했는데, 션은 수학 동아리 리더가 되자 입시준비에 투자해야 할 많은 시간을 수학 동아리에 할애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동아리 스타일로 변신시키기 시작했다. 부모 입장에서는 대학 입시를 앞두고 이렇게 많은 시간을 동아리 활동에 투자하는 것이 불안했다. 내신, 표준시험, 대회 등 할게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션은 아랑곳하지 않고 몇 개월을 수학 동아리에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었다.
대부분 학교마다 하나씩 있는 수학 동아리는 상당히 '정적인 성격'으로 문제를 풀고 수학대회에 나가는 정도로 활동한다. 낯설고 새로운 도전은 보기 힘들다.
션은 평소 '수학의 아름다움'을 부르짖는 아이라서, 리더가 된 김에 수학이 얼마나 아름답고 재미있는 학문인지 후배들에게 알려줘야겠다면서 수학 행사를 몇 개월 동안 기획, 준비, 진행을 했다.
코로나 때문에 학년별로 아이들 등교하는 날이 달라서 수학 동아리 학생들이 전체 다 모이기 힘들었을 때, 션은 학년별 등교일마다 학교에 직접 찾아 가서 학생들과 같은 주제에 대해 여러 차례 미팅을 가졌다.
수학 행사는 10여 가지 서로 다른 프로그램으로 기획을 한 후, 각 프로그램별로 서브 리더를 두되 전체 총괄을 하다 보니 매일 줌 미팅을 진행했다.
10개 프로그램 중 하나가 수학논문집 발간이다. 이전까지 수학논문집은 있지 않았다. 션이 먼저 공부를 한 다음, 학생들에게 논문 쓰는 법, 논문 쓰는 Tool 사용법 등을 설명해 주고, 작성된 논문들에 대해서는 선생님과 함께 감수도 했다. 원고 마감일 날 학생들이 보내 준 논문들을 꼬박 밤을 세서 교정을 보고 최종본을 만들어 선생님에게 전달하니 선생님께서 "정말 놀랬다. 솔직히 처음 기획안을 봤을 때 너무 커다란 계획이라 못해낼 줄 알았다. 그동안 교편을 잡으면서, 학생들의 가능성에 대해 한계를 지어왔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처음으로 학생들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감동을 했다."라고 하셨다고 한다.
또 하나 프로그램은 '수학 콘서트'이다. 국내와 선생님들 친분이 있으신 해외 교수님들에게 메일을 보내서 강의 승낙을 받고 온라인 강연을 개최했다. 이때 해외 교수님들이 션의 열정을 예쁘게 보셔서 고등학생이지만 작은 인턴 기회를 주시기도 했다.
션의 단독 프로그램으로는 그래프를 활용하여 수학 Art를 만들었다. 보기에는 아름다운 현대미술 같지만, 사외 문제를 주제로 만든 그래프였다. 이 그림을 엽서로 만들었는데, 뒷면에 그림에 대한 설명과 수식을 넣었다. 수학, 아트, 사회과학이 만난 기발한 아이디어다 보니, 학생들 뿐 아니라 선생님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엽서를 판 수익금은 수학 교육을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어느 학교나 수학 동아리는 있다.
'수학 동아리를 하면 입시에 도움이 되나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뭐 안 하는 것보다는..' 정도의 대답을 할 것 같다.
이 질문은 다음과 같이 바꿔야 한다. '수학 동아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선임자가 했던 그 방식대로 그대로 따라 할 것인지, 내가 원하는 수학 동아리의 모습으로 발전시킬 것인지.
션은 입시와 상관없이, '학생들이 수학을 즐거운 학문으로 여기게 하겠다'는 목표로 몇 개월동안 시간을 투자했다. 그 과정에서 션이 배운 건, 창의적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체화해서 행동으로, 결과물로 옮기느냐 하는 것이었고, 코로나로 서로 만나기 힘든 상황에서도 조직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꾸려나가며 커뮤니케이션을 할지였다. 다들 안될 거야라고 생각할 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 결과, 학생들이 수학 동아리 행사 때 '수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어요?'라며 흥미롭게 구경했고, 다른 동아리들도 많은 자극을 받아서 아이디어를 따라 했다. 선생님들의 감동 역시 커서 교내 상을 수여해 주셨고 따로 노고를 치하해 주셨다. 이때 감동은 선생님의 추천서에 고스란히 반영되어서 진심으로 열정 어린 학생으로 써주셨다. 행사 직후 수학 동아리는 많은 후배들이 가입 신청을 하는 인기 동아리가 되었다. 이때 션과 함께 활동했던 서브 리더 후배들은 다음 기수의 리더가 되어 다시 수학 동아리를 이끌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신문에 나고 관심을 끄는 번듯하며 화려한 활동은 많다.
그러나 션의 활동은 모두 이렇게 학교를 바탕으로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었다.
케임브리지나 스탠퍼드에 합격한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션의 이러한 '열정'도 분명 포함된다.
결과론적으로 명문대를 가려면 '수학 동아리 리더 정도는 해야 한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메시지다. 반복하지만 반드시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는 미국 입시뿐 아니라, 우리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아이 키우면서 '그거 아무 소용없어, 입시에 도움 안돼.'라는 조언을 참 많이 들었다.
저 말도 고마운 조언이다. 좁은 문을 향해 다 함께 달리는 데 팔자 편하게 하고 싶은 일에 엄청난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은 큰 리스크를 가질 수 있다. 특히 한국입시에서는 말이다.
입시에 지름길로 가는 것만 골라서 하면 단기간에 높은 성취를 할 가능성을 높인다.
그런데, 그렇게 자라서 어떤 성인이 될까. 과연 입시의 지름길이 삶의 지름길이 맞긴 하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