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의 육아일기
션은 도전을 좋아한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부럽다'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게 또 나름 고충이 있다. '아무거나' 도전한다. 어려서부터 'OO 할래?' 그러면 '응'이라고 하고, 누가 'OO같이 하자'그러면 '좋아'라고 한다.
한동안 수습이 안될 만큼 일을 벌여서 내가 정신이 없었던 적도 있다. 게다가 '도전'하는 것도 좋으나, 아무 준비 없이 덥석 하는 건 시간 낭비도 그런 시간 낭비가 없다. 이런 무분별한 도전이 정리가 된 건, 입시 덕분이다. Y12, Y13이 되어 IB에 입시준비를 하다 보니, 시간과 여력이 없어져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정리가 저절로 되었다. 이전엔 '도대체 저 대회는 왜 나간다는 거야?'라는 것도 제법 있었다.
션의 이런 모습이 성향 탓일까 환경 탓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나는 환경과 분위기로 슬쩍 기운다. 물론 아이들 성격상 도전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과정보다 '결과'가 걱정되어서 이지 않을까 한다.
'아이'말고, 우리 '성인'을 한번 보자. 우리도 보면, 행동력이 빠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것저것 미리 고민하고 살펴보는 '신중한 과'가 있다. 나 같은 경우가 '행동력'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고민 없이 마구 시작하는 건 아니다. 그저, 효율성 측면에서 하는 것과 안 하는 것 둘 중 뭐가 나을지 판단이 안되면 '일단 시작'해 본다. 그리고 시작하기 전 고민하는 것보다, 시작하고 나서 '어떻게 잘 해낼까'를 생각하는 것이 훨씬 결과가 좋았다. 또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더 힘들고 에너지가 많이 들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부분에 집중한다. 하나 더 언급하자면 '시작'보다 '마무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일할 때 사람들의 행태에서도 발견된다. 프로젝트 내에서 무수히 많은 의사결정사항들이 있다. 이렇게 의사결정을 할 일이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어떤 방법이 좋을지에 대해 지나치게 진을 빼서 due date을 넘기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이렇게 되면 후속 일정 지연이라는 리스크가 다시 발생하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어떤 방법이 좋을지에 시간을 다 소비한다. 49:51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경우, 빠른 결론을 내고 난 후, 최대한 잘 해결해 나가기 위한 실행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훨씬 진행에 효율적이다. 사회에서 의사결정에 있어 지나친 고민을 하고 결정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책임'을 지기 두려워서다. 나의 스타일은 역시나 일할 때, 나의 모습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하고, 배짱 두둑하게 일을 진행시켜 버린다. 아무리 좋은 의사결정을 해도 막상 시행을 해 보면 예상치 못한 별의 별일이 다 생기기 때문에 '실행'을 어떻게 잘할까에 초점을 얼른 맞추는 것이 결과가 좋다.
아이들의 경우도 그게 무엇이건 처음 시작할 때 걱정이 많다. 잘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할까 봐. 또는 잘하지 못해 야단을 맞거나 자신에 대해 실망을 할까 봐 걱정하는 아이들도 있다. 때로는 이미 잘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지례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어차피 자기가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럴 때 부모의 태도가 상당히 중요하다. 끊임없는 격려가 필요하다.
가끔 악바리 같이 기어코 해 내는 아이들이 있긴 한데, 내 아이는 평범한 제 나이의 감성을 가진 아이라고 봐야 한다. 부모님 중에서 '우리 아이는 안 하려고 해요'라고 하는 데, '왜 안 하려고 하는지 가만히 관찰해 봐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내가 저 입장이라면 하고 싶을까?'이다.
굳이 도전을 안 해도 된다.
그러나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대회나 시험을 도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에 대해 국한하여 말하고 싶다.
션은 어려서부터 여러 대회나 시험에 도전했다. 어릴 때는 션이 잘할 수 있을 대회를 경험하게 해 주고, 미리 준비도 할 수 있게 했다. 아이들은 자기가 잘한다고 생각하면 재미를 느끼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가급적 어느 정도 준비는 필요하다. 그런데, 바로 이 '준비과정'이 아이 실력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읽었던 학습법이나 뇌 관련 책에도 있는 내용인데, 어렵게 배울수록 '학습효과'가 높다고 한다. 바로 이 학습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 시험, 대회 같은 것들이라고 과학자들이 말하고 있었다.
'재능'이 있어야 도전도 할 수 있지 않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지켜온 바로는 그렇지 않다.
가장 좋은 건, '일찍' 시작하는 것이다. 일찍 시작하면 그만큼 '세월이 주는 힘'이 있다 보니 선점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나중에 시작하는 아이들은 기회가 없느냐, 그렇지 않다. 이번엔 '꾸준함'이 주는 힘이 있다.
'재능'이 빛을 발하는 건 극소수의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은 살짝 예외로 하자. 이런 아이들은 '내 아이'가 아니라 '겨레'의 아이들이다. 나는 '평범한 내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다시 나의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하는 도전 중 가장 '어이없는 도전'이 바로 운동이다. 학창 시절 내 친구들이 봤다면, '누구세요?' 할 정도의 도전이다. 최하위 1%의 운동치, 몸치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학창 시절 누구나 다 만점 받는 체력장에서 유일하게 만점 못 받은 아이가 나였다.
그런데 이 늦은 나이에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을 때, 최근 달리기 하겠다고 했을 때, '잘하기보다', '꾸준히' 하는 것에 비중을 두었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세월이 지나면 남들과 비교를 안 해도 '꾸준히 하고 있는 내'가 멋있어 보이게 된다. 이게 바로 다른 일에 도전할 자신감을 주는 선순환 요소가 된다. (그래도... 너무 안 늘어서 좀 슬프긴 하더라.)
그래도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꾸준히 하기가 힘들다. 잘하는 아이들 조차 지치고 지겨울 때가 있다. 이때 부모의 격려가 큰 힘이 된다. 그리고 중간중간 자신감을 주는 장치도 필요하다. 이건 부모가 가장 잘 알 것이다. 내 아이가 어떤 당근을 좋아하는지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외적동기는 내적동기로 이동하게 되고 나름 끈덕진 도전을 하는 아이로 조금씩 바뀌게 된다.
션이 도전한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여기서 주의!!! 잘한 사례만 적은 것임, 션도 나도 엄청 시행착오 많이 했다)
먼저 디베이트. 중 1에 디베이트 다시 시작할 때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름의 YTN 본선에 아쉽게 탈락을 했다. 아쉬움도 컸고 친구들 보기에도 민망했을 텐데, 그래도 또 도전했다. 겨울에 좀 작은 디베이트 대회 등록했더니 상을 받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재미를 붙여서 그다음 YTN에서 결승전 나가고 전체 2위 하더니 어지간한 국내 디베이트 대회는 1등을 했다.
나중에 아시아 국제대회에서도 1등, 국제 대회에서 10위까지 했다. 재능이 있는 거 아니었냐고 말할 수 있는데, 션이 한 노력은 기가막일 정도였다. 전 세계 디베이트 동영상을 죄다 다운 받더니, 내내 듣고 다녔고, 그중 마음에 드는 디베이터 동영상은 죄다 듣고 또 듣고 해서 그 말을 외울 정도였다. 심지어 샤워할 때도 디베이트 음원 듣길래 독하다 생각했다. 그리 1년을 하더니 실력이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션의 노력을 봐왔기 때문에 누군가가 잘하는 게 있으면, 재능이 있건 없건, 그 노력이 대단했겠구나 하고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중간에 얼마나 우여곡절이 있었겠는가. 그것을 다 참고 인내하며 꾸준히 해서 그런 결과를 얻었을 것 아닌가.
그리고 디베이트 계를 오래 봐온 결과, 션과 같은 아이들이 제법 된다. 꾸준히 하고, 계속 대회 나가니 잘하게 된 아이들이 많았다. 아이들 재능 아무 상관없었다. (장담함!)
통계대회의 경우는, 션이 처음 도전한 시점이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기억한다. 그때는 종이 오려 풀로 붙이며 그리 포스터 만들고 제출했었다. 통계대회는 지역 예선을 먼저 거쳐야 하는데 치열하기 그지없다. 당연히 처음 2,3번은 계속 떨어졌다. 그래도 매년 도전했고, 그 과정에서 기존 수상작들 보며 연구도 하고, 어떤 주제를 할 것인가에 고민하더니 중학생이 되어 동상, 은상이 나오더니만 고등학생이 되어 대상을 두 번이나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제통계대회에 2등을 했다. 이 대회는 2년에 한 번 열리는데 2년 전에는 떨어졌으나, 이번에는 각 나라 대표들 모인 데서 2등을 하게 된 것이다. 통계 재능이 따로 있다고 말하기엔 어렵다. 그저 꾸준히 도전했고, 매 도전마다 성심껏 임한 것이 실력을 키운 것이다. 대회 측에서도 '한번 상을 타면 다시 도전 안 하는데 기특한 학생이에요'라고 말해줄 정도였다.
처음 시작했을 때 자꾸 떨어져서 '나는 안 되는구나'라고 접었다면, 이후 영광은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국제모델링대회도 처음 도전에서는 엉망이었다. 이 대회는 수학 모델링 소논문 대회다. 팀으로 나가야 하는데, 의견도 모이지 않고 날짜마저 넘겨서 너덜너덜 끝났다.
다음 해, 션은 마음 맞는 친구, 후배들 모아서 치열하게 고민해서 자료 만들고 분석했다. 그렇게 해서 2년 연속 3등을 했다. 처음 이를 바라보는 나는 심기가 불편했었다. '아니 왜 후배랑 하지? 아니 지금 다른 거 할 것도 많은데 저 대회에만 목을 매달면 어쩌자는 거야?' 그런데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대회 끝나고 션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니 션이 이 대회에서 배운 것은 많았다. 먼저 소논문 쓰는 법에 대해 배웠다. 미국에 있는 친구를 통해 소논문 쓰는 Tool을 알아와서 독학을 하며 친구들과 썼다. 그리고 팀원 구성에 있어서 상호보완이 되는 멤버 구성하는 법을 익혔다. 팀워크의 중요성과 역할 분담 효율화에 대해 아이들이 배워나간 것이다. 부수적으로 소논문 쓰는 재미를 알게 되어, 이후 소논문을 제법 많이 썼다. (알고 보니 션이 섭외한 이 후배들도 뛰어나고 성실한 아이들이었다.)
각종 수학시험과 영어시험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때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 말 안 했다. 매년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실력이 조금씩 올랐다. 여기까지는 성공사례고, 실패사례도 많다. 계속 도전하면 좋았겠으나 갈수록 학교 일정이 바빠 관둔 것도 있었다. 상당히 아쉬웠으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꾸준함은 '나의 끈기'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더 이상 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변수도 있어서 더 대단하다. 이를 극복하면서 해 온 것일 테니.
그래도 여러 도전의 결과가 실패라고 해도, '과정'이 실패가 아니었다. 과정에서 배운 게 많았고, 그리 배운 것을 또 다른 대회에 써먹었다.
대회나 시험을 도전했을 때 얻는 부수적인 이점이 있다.
먼저, 우물 안이 개구리를 벗어나 실력 있는 많은 아이들을 보며 자극을 받는다. 이건 부모님들도 필요한 자극이다.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실력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잘 못하시는 경우가 많다. 반에서, 학교에서 아이가 잘하면 아이에 대해 프라이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세상에 나가보면 사정은 달라지나, 이를 잘 모른다. '자기 객관화'는 내 아이를 바라볼 때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준비과정에서, 그리고 대회나 시험을 치르면서 실력이 급부상한다. 당연한 것 아닌가. 내 수준보다 높은 단계를 위해 집중하는데 실력이 조금이라도 오를 수밖에 없다. 만약 준비과정을 비슷한 목적을 가진 친구들과 같이하면 효과가 배가 되는 경우도 많고, 어머니들 간 고급정보가 교환되는 경우도 많다.
대회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자꾸 만나게 된다. 그렇게 아이들 간 새로운 커뮤니티도 생긴다. 때로는 다른 대회에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꿈이 생긴다. 우리나라 1위, 세계 1위 이런 거창한 꿈이 아니라, 어려운 과제를 헤쳐가는 과정에서 제법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하고 이 분야가 나의 적성에 맞는지를 찾게 된다. 이건 좀 이상적인 이야기일 수 있으나, 내 꿈이 '직업'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수학을 공부시켜 본 적이 없는 간덩이가 부은 엄마였다. 도대체 왜 다들 수학으로 난리람? 싶어서 서점에 갔다. 입시 관련 책을 읽고, 고등, 중학, 초등 수학 커리큘럼과 각종 수학대회에 대해 역순으로 알아보고 나니, 그제야 이해가 갔다. 제 나이에 맞는 수학을 하는 경우와 2년 선행을 해야 하는 경우, 경시/KMO를 해야 하는 경우마다 학년별 습득해야 하는 수학의 수준이 달랐다. 어떤 노선이 맞을지 도전해 봐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션이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나 싶어 추 2부터 수학을 접하게 해 줬다. 그랬더니 제법 수학에 재능이 있어 보며, 초등학교 때 초등, 중등, 고등 수학까지 마쳤다. 이 과정에서 많은 수학대회, 시험을 치렀다. 그냥 학교 중간/기말고사 보듯 연례행사로 봤나 보다. 이렇게 빨리 진도를 나가다 보니 부작용도 있었지만, 국제학교 간 이후는 제주에서 그냥 혼자 내버려 뒀다. 그랬더니 알아서 이리저리 공부하더니만, 지금은 전공을 수학과로 결정했다. 정말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가 된 것이다. 대학에서 하고 싶은 공부와 향후 하고 싶은 일도 구체적이다. 물론 대학에 가서 새로운 것을 접하면 꿈이 바뀔 수 있다. 그래도, 새롭고 낯선 것일수록 호기심 가지고 겁 없이 뛰어드는 성향은 어릴 때부터 해 왔던 도전 덕분일 것이다.
션도, 나도 아직도 시행착오 많이 한다. 당연하다. 매번 처음 하는 건데 어찌 다 잘하겠는가. 그렇게 또 경험치 하나 얻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