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지켜본 수학

직장맘의 육아일기

by 연작가

몇 분이 수학에 대해 션은 어떻게 했는지 정리 좀 해 달라고 한 적이 있다.

글을 쓰기 전, 주의 사항 몇 가지를 언급해야겠다.


1. 이제부터 언급할 내용은 '엄마표'가 아니다. '엄마가 아이의 기질을 관찰한 후 아이에게 맞는 수학을 찾아가는 실수투성이의 과정'이다.


2. 아이마다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따라 해서는 안된다. 따라 하고 싶다면, 아이에게 맞는 과정이 무엇인지 고심한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서 따라 해 주면 좋겠다.


3. 제 나이에 따박따박 순서대로 수학을 배운 경우가 있는 가 하면, 션은 그렇지 않았고 수학에 대한 재능이 조금은 있어 '선행'을 한 케이스다.

그래서 KMO공부 초입까지는 하다가 도저히 내 취향에도 맞지 않고 앞으로 뒷바라지할 자신이 없어 중단시킨 케이스.

IMO급은 아니지만, 아이를 바라볼 때 '다 잘하고 다 뛰어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내 아이의 강점을 바라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신신당부하고 싶다.


4. 내가 션의 수학을 관찰한 기록은 중1 정도에서 끝난다. 이후는 션의 알아서 길을 찾아갔다.


션이 그래도 융복합 인재로 대한민국인재상도 받았고 (여기에 수학이 크게 한 몫했다) 아직 입시결과 다 발표 나지는 않았으나 케임브리지, 스탠퍼드, UC버클리의 수학과에 합격했으니 그래도 수학 공부할 머리는 있는 것으로 생각해보려 한다.

진짜 학문은 대학의 학부도 아니라 최소 석사과정부터다. 션 성향상 수학이라는 학문을 계속할 가능성 보다 다른 영역으로 튀어갈 가능성이 배는 높은 것도 감안해야 할 듯싶다.


링크 건 글들은 상당히 오래전 글들이나, 션 키울 때 쓴 거니까 상당히 생생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부모 입장에서 돌이켜보면 생각이 바뀌거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것도 있을 테고 중복된 내용도 있겠으나, 어쩌면 그 중복된 내용이 나의 '찐 조언'이지 않을까 싶다.


션은 이과 엄마, 문과 아빠를 뒀다. 그런데 문이과로 구분하긴 했으나 나나 션파 모두 고등학교 때 적성검사에서 문이과 반반으로 나왔다. 나만 해도 사고는 논리적으로 하되, 감수성도 충만한 편이고 생각하기도 좋아하는 등 예술, 문과적 소양도 다분히 세다.


수학과 미술을 가장 좋아했고, 역사과목도 재미있어했다. 내가 수학을 그냥 좋아했고 수학공부도 어렵지 않게 하고, 학교 대표로 수학경시도 나가곤 하다 보니 수학에 곤란한 기억이 없어서 인가 그냥 알아서 잘하겠지 그리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 키우다 보니, 유아 때부터 다들 수학과 영어에 신경을 많이 써주는 눈치다. 지금도 그렇지만 일하고 남은 시간 션과 놀아주다 보니 다른 엄마들과 교류가 거의 없었는데, 어째 분위기가 그렇다.


유아 때는 놀이 중에 수학개념 조금 끼워 넣어 보고 '수학개념은 있는 애구나' 정도 생각하고 그 흔한 수학학습지도 하지 않고 초등학교에 보냈다.


돌이켜 보면, 내가 가장 잘한 것 중 하나는 (물론 이 방법이 다 잘 맞은 건 아니었으나..)

션에게 학습적인 걸 들이밀기 전에, '이걸 이 나이에 왜 해야 하는지'엄마인 나 스스로를 먼저 이해하려 했던 점이다.


초등학교에 보내니 엄마들과 본격 만남이 잦아졌는데, 나만 아이에게 수학을 안 시키고 있었다.


그냥 들이미려니, 이유도 모른 체 시키기는 싫어서 우리나라 수학과정을 쭈욱 훑고, 관련 교육책도 찾아봤다. 그러다 보니 '입시'까지 연결되고 나 때와 다른 교육현장, 그리고 IMO를 비롯한 각종 대회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당연히 영재고, 과학고까지 알게 되고.

그렇게 초, 중, 고를 아우르는 연결고리를 찾고 나서 다시 대학부터 거꾸로 내려와 보니, 이 나이에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왜' 해야 하는지까지는 대략 알게 되었다.


다음으로, 그러면 어떤 노선으로 가야 하느냐.


선행이나 심화냐, 교과과정에 충실히 갈 것이냐 경시의 길로 갈 것이냐, 일반고냐 영재고냐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서부터는 '션의 재능과 기질. 호기심' 등에 달려 있었다.


아직 어리므로 그 나이에 보여주는 모습이 다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몇 가지 부모 눈에 보이는 자질이나 재능은 있다. 없다 하더라도 슬슬 시작해 보면 보인다. 특히 션은 좋으면 '덤비기 때문'에 그 부분도 눈여겨봤다.


아울러 어린 만큼 힘들면 '안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있을 수 있으므로 이때 어떻게 해 줘야 할까도 나름 생각했다.


아무리 재미있고 좋아하는 거라도 하다가 깊이가 깊어지면 고비가 온다. 이때 이 고비를 넘겨야 실력이 키워지는 데, 어릴수록 부모의 격려가 크다. 몇 번 그 고비 잘 넘기면 그때부터는 본인이 그 '맛'을 알기 때문에 선순환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전에는 모두 '놀이'였다면 초2~초5 정도까지 션 수학을 '공부'로 봐주기로 했다.

이 기간이 나의 관찰기간이었고, 최대한 힘들어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줬다.


이후 초6은 KMO공부를 했다. KMO 공부는 교과과정을 따르는 것이 아니므로 이 기간만 학원에 다녔다.


중1부터는 제주에서 션이 '하고 싶은 공부'를 알아서 했다. 션은 이때부터 인터넷과 책, 활동을 통해 공부했다. 논문을 찾아 읽고, past paper 다운로드하여 풀고, 수학자 찾아보고, 유튜브의 해외 수학 채널도 찾아기도 하고, 수학선생님가 수학 수다도 떨고, 수학 소논문도 쓰고, 대회도 참가하는 등 하고 싶은 대로 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초2~초5까지 션은 초, 중과정과 정석 1까지 마쳤다. 상당히 짧은 기간에 이렇게 진도를 나간 것에 대해서는 몇 가지 나의 팁이 있긴 하나, 션이 잘 따라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보다 나의 의문은 '이 아이가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 건 맞나?'였다. 소위 말하는 구멍이 있어 보였고, 실수를 많이 하는 성격이라 여기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팁이라고 써는데 그 방법은 '엄마 공부'였다.


서점에 가서 수학과정을 하나씩 다 살펴보고 (초, 중, 고 모두) 수학 문제집들 특징을 살펴보니 진도를 나가는 문제집과 사고력 또는 심화 문제집들이 있다. 한편으로는 구몬과 같은 학습지도 있다.


일단 문제집들을 보니 연산에 자유로워야 풀 문제들이었다. 새로운 개념을 익히면서 연산도 훈련하면서 문제를 응용하며 풀으라는 건 아이들 고생시키는 일 같고 '수포자'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구몬 홈페이지에 가서 어떤 구성인가 봤다.


어라? 어린아이들을 위한 교재인 줄 알았더니 사칙연산만 끝이 아니라 미적분까지 계속 이어진다. 구성이 상당히 알차다. 잘만 활용하면 수학공부할 때 기초로 그만을 듯 싶었다.


그래서 다음의 방법으로 션에게 수학을 접하게 해 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초2 문제집을 풀린다고 가정하면, 그보다 그보다 조금 먼저 초2에 해당하는 구몬으로 연산 훈련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달 초2 연산 + 초1 수학문제집, 다음 달 초 3 연산 + 초2 수학문제집 이런 식으로 다음에 할 과정의 연산을 구몬으로 미리 해 두면 새로운 개념을 익힐 때 부담이 덜 해 보였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축구 훈련받기 전 미리 기초 훈련으로 단련시켜 놓는 셈이다.


그리고 구몬선생님께 그냥 문제집만 달라고 했다. 내가 직접 챙기면 되니까. 대신 진도에 대해서는 아이 수준에 맞춰서 더 빠른 진도로 교재를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하나는 초2에 시작했지만, 연산에 대해 지겨운 생각에 들지 않게 초1부터 달라고 했다. 션이 처음 공부라는 걸 하는데 '만만하구나'를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초2 때 초등학교 수학을 마치고 초3에 중학교 수학을 마치고 초4~초5에 정석 1,2까지 한 것 같다. 자세한 건 당시 기록이 더 정확할 듯싶다.


그리고 의례히 하듯 각종 경시대회에 나갔다. 무엇보다 션이 대회를 상당히 좋아했다. 나 같은 경우, 상을 받든 못 받든 그리 신경 쓰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물론 받으면 좋지만) 결과 가지고 야단을 치거나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오히려 학교에서 상을 타면 친구들 앞에서 상장을 받게 되니, 션이 스스로 뭔가 뿌듯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교육청 영재원, 교대 영재원을 갔더니 사실 다 비슷한 친구들이 모여서 자연스레 서로 긍정적 자극을 주기도 했을 것 같다.


KMO를 하면서는 엉덩이 힘을 요구했는데, 여기서 부터는 엄마가 문제였다.

진득하게 아이를 지원하는 엄마가 아니었다. 다시 '왜 이걸 해야 하는데?'를 끊임없이 자문했다. 션이 수학 재능만 가지고 있으면 아마도 별 의문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션은 호기심이 너무 많은 아이였다. 그리고 KMO를 하는데 얻는 게 많은 만큼 잃는 게 많은데 그걸 내가 보기 힘들었다. 잃는 건, 책 읽을 시간, 디베이트 할 시간, 생각할 시간 같은 것으로 다들 성적, 입시를 생각할 때 나는 참 팔자 편한 엄마인 셈이다. 션의 기질 상 KMO를 계속하게 하는 건, 잃는 게 더 많아 보였다.


그래서 초6 때만 학원 보내고 이듬해 1월 제주로 보내기로 결정하자마자 KMO부터 관두게 했다. 오히려 션이 하고 싶다고 했으나 내가 단호했다. 돌이켜 보니 이 결정은 현명하지는 못했다. 이성적 판단이 아니라 나의 감정이 먼저 작용한 것이어서 훗날, 후회를 조금 하게 된다.


아, 빠뜨린 것이 있다. 수학 공부를 시키게 된 결정적 계기.

동화책 때문이다. 아마도 '수학귀신'으로 기억하는데 이 책을 읽으라고 주려니 내용을 보니까 수학 개념을 모르면 재미를 알 수 없는 책이었다. 그래서 수학동화책이라고 분류된 책들, 수학자 책들을 보니 죄다 그렇다.

수학을 알아야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싶어서, 그러면 수학공부 해 보자라고 생각했다.

결국 또 "책"이다.

여기까지가 짧고 굵은 엄마가 지켜본 션의 수학과정이다.


* 어릴 때 기록해 준 글들은 링크만 남겨둔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2678688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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