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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위 Mar 25. 2022

아가의 탄생

남편 시점의 출산일기


‘22년 1월 18일 오후 1시 38분 임신 37주 이틀째에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이날의 기쁨과 소회를 오래 기억하고자 TEXT로 담아 봅니다.


[아가의 탄생]

- ‘18일 새벽 5시 15분

아내가 잠에서 깨서 급히 화장실을 갑니다.

만삭의 임산부라 요의를 느끼는 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샤워를 하는 겁니다.


‘새벽에 왜 샤워를 하지? 혹시 양수가 터진 건 아닌가?’

‘생각보다 오래 샤워하네, 긴급한 상황은 아닌가 보다…’

하고 다시 잠드려는 순간 아내가 양수가 터진 것 같다고, 병원에 갈 준비를 하자고 합니다.

(나중에 듣기로 아내 친구가 양수가 터져서 병원에 가면 당분간 씻지 못하니 샤워를 꼭 하고 가라고 했답니다.. )


저희 부부는 산부인과와 조리원이 붙어 있는 곳을 최우선의 병원으로 정했습니다.

갓난 아가를 꽁꽁 싸매고 추운 겨울에 이동시킬 상상을 하니 너무 두려워서였습니다.


그렇게 정한 집에서 20분 거리의 산부인과를 어떻게 갈지 고민합니다. 차를 가지고 가려고 시뮬레이션을 몇 번이나 했는데… 아내가 카카오택시를 부르자고 합니다.

내비게이션을 켜보니 막히는 시간대가 아니라 금방 갈 수 있겠더라고요.



- 5시 54분~6시 11분 (20분)

택시로 이동한 것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새벽시간대라 도로에 차도 없고 한적하게 왔습니다. 양수가 흐를까 봐 집에 있던 수건도 한 장 챙겨서 따라나섰던 터였습니다.

다행히도 수건을 쓸 일이 생기진 않았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내리는데.. 기사님께서 눈치채셨는지 “순산 하시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산부인과 로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행히 청소하시는 분이 계셔서 5층 분만실로 가라고 말씀 주시더라고요.

도착해보니 안은 불이 켜져 있는데 입구가 닫혀있더라고요. 옆에 있던 인터폰으로 양수가 터져서 급히 왔다고 하니 문을 열어 주시더라고요.


아내는 바로 내진을 하기 위해 방으로 안내받았습니다. 저는 밖에서 잠시 대기하고요.. 잠시 후

간호사분께서 양수가 터진 게 맞고 24시간 안에 아기를 출산해야 하니 준비해야 한다고 말씀 주시더라고요.


급하게 둘 다 코로나 검사를 하고 바로 ‘음성’을 확인하여 보호자 1인으로 분만실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 8시40분_촉진제 투여

양수는 이미 터졌고, (양수가 터지면 24시간 안에 아기를 출산해야 하는 이유가 출산이 길어질수록 감염 위험 등이 있어 위험하다고 합니다..)

아기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 좀 더 아래로 내려오며 자궁을 넓혀가기 때문에 진통이 자연스레 와야 출산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근데 아내는 생리통 정도의 비교적 참을 수 있을만한(?) 고통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간호사분이 담당 의사 선생님은 아직 출근 안 하셨지만, 다른 당직 의사분 소견으로는 촉진제를 투여해보자 하셔서, 저희도 동의하여 진행했습니다.


저는 이때 집에 가서 이것저것 좀 챙겨 온다 하고 다녀왔네요.. 간호사 분도 바로 아이가 나오진 않으니 어서 다녀오라 말씀 주셨고요.


- 9시24분_촉진제 투여량 늘림

아침에 택시 타고 병원 가면서도 아내와 저랑 둘 다 긴가민가 해서 저는 바로 출근을 해야 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짐 아무것도 안 들고 왔던 거였거든요.

집에 가는 길에 아내와 계속 톡을 했습니다. 24분에 촉진제 투여량을 늘렸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점점 아내가 고통을 톡으로 호소했습니다.

특히 허리가 너무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30분이 되어서는 저희 담당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아내에게 20% 정도 자궁문이 열렸고, 빨리 아프게 하여 무통주사를 맞고 아이를 낳자고 가이드를 주셨습니다. 아기가 성격이 급한 거 같다고도 하셨고요.


전 집에 도착해서 산후조리원에서 사용할 물건들, 캐리어 등을 들고 바로 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계속 아내와 톡을 하는데 어느 순간 답장이 없더라고요..

걱정되는 마음으로 10시 30분 되어서야 병원에 다시 도착했습니다. 택시 타고 오는데 이번에는 좀 막히더라고요.. 역시 강남 일대는 막힙니다.


병실에 들어왔는데 아내가 말도 잘 못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고통을 참고 있지 뭡니까… 이야기를 해보니 진통제를 놔준다고 했는데 몸에 안 좋을까 봐 안 맞는다고 했답니다.

전 문득 지인이 해준 조언‘출산할 때는 의학 기술을 모두 동원하라’이 떠올라서 지금 엄청 아파 보이는데 맞는 게 어떻겠냐 하고 물어봤습니다. 아내가 바로 맞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간호사분께 요청드렸습니다.

(아내의 시점에서 촬영한 병실의 모습입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진통제를 바로 투여했습니다만 10분 정도 지나야 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아내가 해준 피드백으로는 진통제는 크게 역할을 못한 거 같다 하더라고요..


이 기계를 몸에 연결해 놓은 상태인데, 위는 아기 맥박 아래는 잘 모르겠지만 추론하건데 아내가 느끼는 고통의 정도인 것으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프의 일정 주기가 반복되었고 수치가 올라갈 때마다 특히 아내가 더 아파했던 기억입니다. 60 정도까지 올라갔을 때 가장 고통스러워하더라고요.. 꾸준히 간호사분께서 내진을 해주시며 자궁문이 일정 이상 열리면 무통주사를 놓는다고 알려주셨습니다. (3.5cm, 4cm 이상 열려야 놔주는 거 같더라고요)


- 11시 45분 무통주사

무통주사 놓기 전이 아내가 가장 아파했던 것 같습니다. 11시 45분 경이 되자 내진 이후 무통주사를 놓을 때가 되었다고 보호자는 잠깐 나가서 대기해 주시라 하더라고요.

저는 이때 저희 부모님과 장모님께 전화를 드려서 상황을 알려드렸습니다. 30분 정도 지나서 다시 보호자를 부르셔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 12시 15분 자궁문 8cm

무통주사 꼭 맞으세요! (아 물론 신중할 필요는 있겠습니다만..) 아내가 무통주사를 맞은 이후로 고통 수치도 많이 낮아지고 잠도 들 뻔할 정도로 평온을 되찾았습니다. 심지어 핸드폰도 다시금 만지작만지작 합니다. 무통주사를 맞고 있는 동안에는 통증은 많이 줄었지만 아가가 계속 아랫부분으로 내려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12시 15분쯤 내진하셨을 때는 8cm 정도 오픈되었다고, 오늘 아기를 만나게 되겠다고 말씀 주셨어요. 아이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긴장이 되었습니다.


- 13시 7분 힘주기 시작

무통주사 맞고 한 시간 조금 지나서 다시금 내진을 하더니 이제 아기가 나올 때라고 합니다. 힘주기를 같이 한다고 하네요. 보호자는 밖에 대기하라고 합니다. 걱정과 근심을 가득 안고 밖에 대기실에 나왔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힘주기 시작하여 평균적으로 1시간, 초산의 경우에는 두 시간까지도 걸려서 아기가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최대한 빨리, 고통 적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13시 25분 (부정확)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 등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담당 산부인과 선생님이 들어가시는 게 아닙니까..! 너무 반가웠습니다. 안에 간호사분께서 힘주기를 같이 시전 하다가 나올 때쯤 되면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도움 주신다고 했거든요

- 13기 35분 (부정확)

분만실 간호사 한분께서 보호자 들어올 준비를 하라고 합니다. 저는 떨리는 마음으로 분만실 전용 가운과 신발을 도로 갈아 신고 탯줄을 자르는 상상을 하며 대기했습니다.

- 13시 38분 자연분만 성공, 탯줄 자르기

분만실 내부에서 영상 촬영은 안된다고 하고, 탯줄 자르고 밖에 나온 이후에 촬영 기회를 주신다 했습니다. 하여 사인을 주셔서 안에 들어가서 먼저 아내 얼굴을 보고 (멀뚱멀뚱하고 있더라구요) 아래쪽으로 안내해주시며 탯줄을 자르라고 가위를 건네주셨습니다. 손으로 잡고 어디서 어디 사이를 자르라고 알려주시더라고요.


탯줄을 자르는 느낌은 먼가 이 세상 것이 아닌 물질을 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되게 투명한 색이구나라는 생각도 하고요


- 이후

남편은 아가와 같이 아가의 신상 정보를 확인합니다. 아가가 섞이면 안 되니깐요..! 이때 호수를 활용해 아기 몸 안에 남아있는 양수들을 빼냅니다.

발도장도 찍고, 몸무게도 잽니다. 이때는 촬영을 허락해 주십니다. 아내는 후속 수술 때문에 30분 정도 시간이 더 걸린다 합니다. 저는 아가와 함께 신생아실로 먼저 이동합니다.


아기가 멀뚱멀뚱 이곳저곳을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제 아이라 그런지 더 이쁜 거 같기도 합니다.

굉장히 감격스러운 하루입니다.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는 않습니다.


촉진제를 투여하고 5시간, 양수가 터진 후로 8시간 만에 자연분만에 성공했다니 굉장히 순산이라 합니다.

이후 아내는 입원실로 이동했고요, 저도 같이 들어가려니 열을 쟀는데 37도가 넘게 나와서 못 들어갔습니다.

긴장을 많이 했나 봅니다. 강남구청 선별 진료소에 바로 가서 코로나 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음성’이 나왔습니다.


바라던 아가가 건강하게 세상에 나왔습니다. 남편 시점에서 육아를 도우며 느끼는 감정들과 생각을 천천히 기록하고 공유하고자 합니다.

산후조리원 생활에서부터 정말 다채로운 아기용품들의 향연까지 이어서 작성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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