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part of me - Cristina Coral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인 때가 있다. 여기에 네가 있다. 어린 시절의 작은 알코올램프가 있다. 늪 위로 쏟아지는 버드나무 노란 꽃가루가 있다. 죽은 가지 위에 밤새 우는 것들이 있다. 그 울음이 비에 젖은 속옷처럼 온몸에 달라붙을 때가 있다(진은영)"
어떤 때의 어떤 것들은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버거워서 생각을 진전시키지 못할 때가 있다. 어찌할 도리 없이 마냥 어색하고 경직된 자세로 그것들을 그저 바라만 봐야할 때가 있다. 애써 정신차리고자 천천히 하나씩 무엇이 있는지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기록을 하며, 태연한 척 하지만 이내 생각하기를 실패하고 그로인해 상당한 피로와 현기증이 몰려온다. 이는 칸트가 말한 숭고 개념의 효과와 비슷하다. 바라보는 이에게 엄청나게 큰 것이라서, 어떤 목적이나 의미를 계산할 수 없이 머뭇거리기만 할 뿐인 상태.
Cristian Coral의 컨셉 포토그래피 또한 그런 머뭇거림의 기록들이다. 어린시절의 기억과 그로부터 받은 거대한 아리송함을 처연한 자세와 은폐의 미쟝센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한다. 그녀 자신이 등장하지만 얼굴을 가리운채 그저 하나의 사물로 위치한다. 이것이 무기력한 상황에 유일하게 취할 수 있는 방편이라고 말하는 듯, 그녀는 그저 사물과 나란히 존재하며 그때 그 세계의 거대한 기억들에 하염없이 접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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