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에게
저는 매일 좋아하는 것이 바뀌고 또 그걸 오래도록 주고싶지 않았던 사람에게 줘 버리고 싶다거나, 정말로 소중한 것을 건네고 싶었던 사람에게 빈 손을 내밀거나 합니다.
익명의 힘을 빌려 좋아하던 선생님의 기타 영상에 머리를 쥐어짜낸 댓글을 달면서도 삼일째 간단한 안부를 묻는 인스타 답장을 미뤄 두고 있어요. 썼다 지웠다 하며 고민하는 게 아니고 쓰지 못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쓰지 않았어요. 밤에는 밝은 것이 그립고 동이 터오면 그 다음날에야 올 어두운 새벽의 계획을 짭니다. 실행한 적은 한번도 없지만 그저 그날 좋았던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합니다. 편의점에서도 시간을 오래 들여 가장 궁금한 메뉴를 고르고 싶어 해요. 쫀득한 녹차 찹쌀떡이 들어 있다고 했지만 어물쩍 녹아 버린 새앙금이 발린 빵을 반쯤 먹고 아파트 쓰레기장에 버린 날에는 이천원어치 상실감에 휩싸입니다. 다음날 저녁에는 또다시 신상품에 눈이 가겠죠.
그런 저에게 한번 좋아하겠다고 말한 걸 계속 좋아하는 건 항상 닮고 싶은 면이에요. 섣부른 확신이 가득한 사람은 빨간구두보다 벽돌길을 택하고, 그들이 원하는 장소로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갑니다. 약속을 합시다, 라거나 연락을 합시다 가 아닌 만나 맛있는 식사를 하자는 A의 말이 말도 안 되는 애정을 담아오는 것처럼요.
무엇이든 마음을 쓴다는 건, 감정적이고 소모적인 일이라고 느껴요. 일희일비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매일 다른 맛을 고르게 됩니다. 좋아한다는 것이 마음만의 일이 아닌 것을 알기에 모두가 아프기도, 다치지도 않았으면 하지만 우리가 실패하기를 거부할 수는 없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다만 최선을 기억할 뿐이에요. 최선을 다한 실패보다 기록적인 것이 어디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