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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Apr 13. 2016

고생 많았습니다

여러분 모두, 정말로


                                                                                                   

  고생 많았습니다.

   하루를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내었건, 새벽은 문득 당신을 무용한 존재로 만들곤 합니다. 해야 하는 일과 차마 하기 힘든 일, 하고 싶었지만 세상엔 나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꽤 많은 이유로 꾹 참고 미뤄야 했던 일들. 하루 종일 당신은 그런 일들을 다 해냈습니다. 


  비로소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시간, 존재 가치의 잉여 지대에서 겨우 휴식할 수 있는 시간, 겨우 무용함을 허락받는 고귀한 시간. 당신, 어떤 생각을 하며 피곤에게 악수를 건네고 있을까요. 정오의 하늘 아래에서는 주책없라며 고개 저었던 감정들이 자정을 넘으면 아련한 낭만이 되곤 합니다. 새벽에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무용하므로 아름답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을 그리워하고, 허무맹랑하지만 행복한 상상에 슬쩍 웃어도 보고, 슬픔이 사치가 아닌 새벽에는 조금 울어도 됩니다. 날마다 아주 잠시 동안, 무용해도 된다고 허락받는 겁니다. 이 새벽에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 충분히 고귀합니다. 이런 글, 돈도 밥도 어떤 쓸모 있는 무엇도 되지 못하는 무용한 글은 새벽에만 읽는 것이 좋겠지요. 


  잘 자요, 다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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