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당신을 위해
앓아누운 당신을 위해
찬밥을 물에 말아 뭉근하게 끓였다.
흰 김이 폴폴 나리는 희멀건 죽
다진 무말랭이와 간장 한 종지
젓가락도 필요 없는 단출한 상차림
보양식도 산해진미도 아닌,
밋밋하기 그지없는 흰 죽에다가
내가 들인 정성이라고 해봐야
겨우 휘휘 젓는 몇 바퀴의 숟가락
당신 걱정에 내쉰 몇 번의 한숨
얕은 그릇에 옮겨 담는 몇 국자
요리랄 것도 없는 흰 죽을
여러 번 불어 식히고
오래 씹어 삼킨 당신
병치레의 수면 위로 잠시 떠올라
비로소 숨통 트인 듯
“맛있다. 살 것 같아.” 했을 때,
당신은 내가 끓인 흰 죽을 먹고
나는 당신이 뱉은 흰 숨을 마신다.
사랑만은 함께 앓을 수 있어서
그제야 나도 겨우 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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