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빈 May 06. 2019

흰 죽을 끓이다.

아픈 당신을 위해 

앓아누운 당신을 위해 

찬밥을 물에 말아 뭉근하게 끓였다. 


흰 김이 폴폴 나리는 희멀건 죽

다진 무말랭이와 간장 한 종지

젓가락도 필요 없는 단출한 상차림


보양식도 산해진미도 아닌, 

밋밋하기 그지없는 흰 죽에다가 

내가 들인 정성이라고 해봐야 

겨우 휘휘 젓는 몇 바퀴의 숟가락

당신 걱정에 내쉰 몇 번의 한숨

얕은 그릇에 옮겨 담는 몇 국자


요리랄 것도 없는 흰 죽을 

여러 번 불어 식히고 

오래 씹어 삼킨 당신

병치레의 수면 위로 잠시 떠올라 

비로소 숨통 트인 듯 

“맛있다. 살 것 같아.” 했을 때,


당신은 내가 끓인 흰 죽을 먹고

나는 당신이 뱉은 흰 숨을 마신다.


사랑만은 함께 앓을 수 있어서 

그제야 나도 겨우 살 것 같았다. 


https://www.instagram.com/typer.bart/


작가의 이전글 부끄러움을 아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