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모든 것이 소중해진다.
군대에서 기지 외곽 순찰을 돌 때, 유난히 경사가 급하고 길이 험한 대공 순찰로('로'라고 부르기도 힘들 수준이었다.)가 있었다. 오르다 보면 자주 발을 헛디디고, 그럴 때마다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비탈길을 따라 속수무책으로 굴러 내려갔다. 그 돌멩이들은 점점 가속도가 붙다가, 가지치기 해둔 너무 더미에 이르러서야 겨우 멈추곤 했다.
흔히 고된 삶을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에 빗대곤 한다. 하지만 그 비탈진 순찰로에서 굴러 내려가는 돌멩이들을 보면서 나는 ‘어쩌면 삶이란 저렇게 굴러 내려가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누가 툭 밀어버려서 시작된 삶처럼.
"잠시만 여긴 꽤 중요한 지점이니까 멈춰 봐, 좀 천천히라도 가주면 안 될까?"
그렇게 말해 봐도 시간은 무심히 흐르고, 삶은 귓등을 때리며 굴러 내려간다.
오르는 일이 높은 곳의 값진 것을 얻는 일이라면, 내려가는 일은 스치는 모든 것이 소중해지는 일이다. 서른의 나이에,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스쳐 지나갔을까. 그렇게 스치며 소중해진 것들의 귀퉁이에는 내 이십 대의 피가 조금씩 스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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