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年 8月 7日의 기록
2020년 8월부터 2021년 1월까지,
6개월 동안 구독자 분들께 이메일로 연재했던
일간에세이를 브런치에 공개 연재합니다.
1년 전 이맘때의 제 기록들을 통해
1년 전 독자분들의 나날을
되짚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상처
소화되지 않는 어떤 말들은 몸 안에 남는다. 위장에 남아 속을 쓰리게 하고 식욕을 떨어뜨려 사람을 야위게 한다.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며 두통을 유발하거나 손끝, 발끝을 저릿하게 한다. 케케묵은 오래전 이야기를 읊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질 때, 우리는 잊고 지내던 그 말들을 실감한다. 말의 날카로움과 온도와 무게를 실감한다. 말에 의해 베이고 데고 짓눌려 생긴 상처를.
2. 거리감
실제 거리와 마음의 거리는 자주 어긋난다. 그 거리를 건너 닿는 곳이 어디인지, 만나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마음의 거리는 줄거나 늘어난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실제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늘 곁에 있는 듯한 마음의 거리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아무리 멀어도 기꺼이 길을 나선다. 사랑을 잃은 사람에게도 실제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눈앞에 있어도 아득히 멀기만 한 마음의 거리는 자꾸만 늘어 기어이 서로를 보지 못하는 지경이 된다. 우리는 어디에서나 만나고 어디에서나 이별한다.
3. 타이밍
제때에 제 몫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제때에 제대로 된 고백을 하는 것, 제때에 용서를 구하는 것, 제때에 물러나는 것. 때늦은 진심은 희고 찬 뼛조각으로 남는다. 죽음 이후에나 겨우 드러나는, 앞으로 잊히는 일밖에 남지 않은 백골처럼. 거기에 감동이나 온도는 남아 있지 않다. 기껏해야 안쓰러움 정도가 남는다.
4. 시간이 약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맹신해선 안 된다. 시간이 당신의 아픔을 낫게 해주었다면 그건 때마침 시간이 그 상처에 올바른 처방이었기 때문이지, 만병통치약이기 때문은 아니다. 날카롭게 베인 상처에 안티푸라민이 웬 말인가. 시간이 약이라는 맹신 때문에 날마다 곪아가는 상처를 품고 뒹구는 사람도 있다. 그런 이에게 시간은 오히려 독이 된다.
5. 고민
곱씹을수록 연해지는 마음이 있고, 곱씹을수록 더 질겨지는 마음이 있다. 점점 연해지다가 어느 날엔 마음먹으려는 다짐 없이도 삼키게 되는 마음이 있다. 그런 마음들이 사람을 성장시키고 성숙하게 만든다. 자꾸만 질겨지는 마음은 곱씹다 입안에서 서로 엉겨 붙는다. 내뱉기엔 조심스럽고 꿀꺽 삼키기엔 탈이 날 것만 같은 마음. 그런 마음, 그런 고민을 질겅이는 동안 다른 마음들을 곱씹을 겨를이 없다. 그저 연해질 때까지 오래 두고 씹어보는 수밖에.
6. 표정
한자를 그대로 풀어 읽으면 ‘겉으로 드러난 감정’인 표정(表情)은 의외로 믿을 것이 못 된다. 벅찬 행복에 겨운 사람은 울고, 절망 끝에 체념한 사람은 허망하게 웃는다. 어떤 울음은 치유의 시작, 어떤 웃음은 좌절의 시작이 된다. 서로 다른 듯한 감정은 그렇게 극단에서 만나고 뒤섞인다.
7. 더 외로운 사람
갖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보다
닿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 더 외롭다.
8. 식사 후에 남는 것
외로움과 공복감이 함께 밀려들 때 혼자 급하게 먹는 밥은 서럽다. 식사를 끝내도 외로움은 남는다는 걸 깨닫는 순간, 신기하리만치 식욕이 뚝 떨어진다.
9. 루머
이유 없이 받는 벌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이유를 찾게 만든다. 누군가의 인생을 망치고 싶다면, 일단 그를 저주하고 벌하면 된다. 그럼 저 스스로 저주받고 벌 받아야 할 이유를 찾을 것이다. 한 생이 무너지는 건 치명적인 결함이 아니라 떠도는 루머 때문일 때가 많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함부로 내뱉는 루머와 써대는 악플이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손끝이 붉은 자들이 세상엔 너무 많다.
10. 기억 계산법
기억은 일방적이다. 원치 않아도 생겨나고 원한다고 지울 수도 없다. 자주 기억할수록 불어나고 기억하지 않으려 할수록 또 불어난다. 기억이 스스로 떠날 때까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숨을 때까지 우리는 기억의 값을 지불한다. 우리가 기억을 간직하는 게 아니라, 기억이 우리를 붙들고 있는 것만 같다. 어떤 기억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어떤 기억은 삶을 무너지게 한다. 기억보다 단단하고, 기억보다 유연하고, 기억보다 오래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20年 8月 7日, 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