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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Apr 17. 2016

한옥마을에 비가 내리면

다정한 지붕의 마중

                                                                                                                          

  전주 한옥마을에서 내리는 비는 빗소리가 다르다. 출생부터 죽음까지가 홀로 곧게 이어진 도시의 비와는 생의 궤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옥마을에서 비는 지상에 곤두박질치기 전에 지붕의 기와골로 먼저 모여든다. 화창한 날 동안 고여있던 햇빛의 부스러기들과 부단히 날아올라 내려앉아있던 먼지들을 부둥켜안고서 빗방울들은 서로 찰랑인다. 


  외로웠지, 바람이 거세던데 괜찮았니, 안부를 물으며 한 몸으로 기와를 타고 흐른다. 처마 끝까지 흘러와, 우리 살아있는 물소리로 기억되자, 하며 손에 손잡고 한 줄기로 자갈마당 위에 쏟아진다. 쏟아지는 동안 반짝인다. 뜨끈한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을 덮어쓰고도 문을 열어놓고 잠들어야 하는 이유가 생긴다. 빗방울들의 다행스러운 재회와 은근한 밀담, 한데 모여 주르륵 처마 끝으로 흘러내리는 빗줄기의 반짝거림이 고즈넉한 한옥에 생기를 더해준다. 


  자려고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가 저 바깥이 기와지붕이구나 라고 새삼 깨닫는다. 지붕을 잃은 시절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안으로 사람을 품어주는 줄만 알았더니, 밖으로도 외로운 것들을 품는 심성이 있었다. '人 사람인' 자로 얹혀있는 지붕들이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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